게임업계 진흙탕 싸움, 어디까지 가나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제라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대작들의 라이벌전과 월드컵 특수를 노린 캐주얼 게임 러쉬, 그리고 상장을 앞둔 여러 회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인해 어느 해보다 더 뜨거운 한해가 예상되던 2006년 게임시장이 그라비티의 김정율 前 회장 형사 고발 사건으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부리게 하고 있다.
그라비티와 김정률 前회장간의 법적 문제들은 작년 11월경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던 얘기들, 그라비티는 작년 말 류일영 대표의 단일대표 체제를 구축한 뒤 김 前회장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내사 작업에 들어간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물론 이때 김 前회장이 공금 60억 유용 사실을 인정하고 유용금액에 연 6%의 이자를 더한 금액인 78억원을 회사에 자발적으로 반환했으며 이것으로 김 前회장과 그라비티와의 문제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3일 월요일 그라비티에서 전격적으로 김 前회장을 형사고발조치를 취함으로 인해 사태가 급전환 된것, 그라비티는 공시를 통해 "김 前회장이 횡령한 금액은 전에 김 前회장이 시인한 60억원보다 30억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개인 자금으로 유용한 것도 상당량이다"라고 발표를 했다. 또한 김 前회장이 홍콩에서 환치기 등의 수법을 통해 상당량의 자금을 유용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회사 공금도 6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결국 그라비티측의 발표대로라면 김정률 前회장은 상당히 도덕성을 의심해야 하는 기업주인 셈이다. 그러나 그라비티의 발표가 있던 바로 다음날 김 前회장은 반박 자료를 배포하고 공식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前회장은 측근을 통해 "처음 그라비티를 소프트뱅크에서 인수했을 때 혹시 모르니 꼼꼼한 실사를 통해 인수를 하라는 부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며 그냥 넘어가더니 이제 와서 내가 고의로 횡령사실을 숨겼다라는 식으로 몰아부친다"고 분개했다. 또한 김 前회장측은 그라비티에서 주장한 홍콩 환치기 관련해서는 "지난 2002년에 있었던 홍콩 환치기 때도 겅호에서 이를 이미 알고 있었고 자금을 홍콩으로 직접 전해주기까지 했다"고 주장해 사태를 점차 미궁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김 前회장측은 "4,000억 원이라는 큰 돈으로 지분을 인수할 때 실사가 없었다는 것은 이미 현재와 같은 상황을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생략했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의문을 갖게 한다"며 "오히려 나스닥 폐지운운하며 주가를 하락 차액을 얻으려는 수법이 아니냐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그라비티와 김 前 회장간에는 형사소송이 걸려있는 상황이라 좀 더 조사를 진행해야 어느쪽 주장이 사실인지 나오겠지만 여하튼 이번 사태로 게임업계에는 다시금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라비티나 김 前회장에게도 불명예스런 일들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김 前회장의 90억원의 공금횡령으로 인한 그라비티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폭락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그라비티의 나스닥 퇴출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사태로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나스닥으로 직상장한 회사가 경영 불투명과 나스닥 폐지 위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으며 김 前회장 개인에게는 작은 개발업체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했다는 명예 대신 개인이 마음대로 회사 자금을 융통했다는 불명예를 얻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