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앤테일즈',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의 진화

국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짐에 따라 몇 십억 원씩 들어간 대작 롤플레잉 게임들의 치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등장하는 게임들이 대부분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고 퀄리티의 3D 그래픽은 기본이고 실제 현실 세계를 보는듯한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화려함과는 동떨어진 2D 그래픽에 자유도는 하나도 없이 정해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야 하는 패키지 게임 같은 이상한 작품이 하나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엔도어즈가 개발한 '타임앤테일즈'.

원래 저학년 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들은 귀여움을 강조하기 위해 2D 그래픽을 쓰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 게임이면서 정해진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야 하는 옛날 패키지 게임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게임 내 지도자까지 게이머들이 직접 선출하는 정치 시스템까지 도입할 정도로 국내 온라인 게임 사상 최대의 자유도를 자랑하는 '군주 온라인'을 제작한 엔도어즈에서 만든 게임이니 더욱 황당할 노릇. 하지만 '타임앤테일즈'를 개발한 엔도어즈의 김태곤 이사는 '타임앤테일즈'가 탄생하게 된 이유를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움'이라고 말했다.


"요즘 등장하는 게임들은 엄청난 개발비용이 들어간 만큼 상당한 퀄리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D 그래픽, 대규모 전투 등 서로 비슷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별다른 특징이 없더군요. 그래서 뭔가 현재의 유행과는 다르면서도 게이머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하다보니 예전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의 특징이었던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의 감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작 영화는 언제 보더라도 계속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예전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의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특히 보스 전의 경우 보통 온라인 게임에서는 여러 명이 몰려가서 싸우기 때문에 스릴을 느끼기 힘들지만 패키지 게임에서는 혼자서 싸우기 때문에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패키지게임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적용하면 금방 질려버리기 때문에 2개월에 한번씩 새로운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며 같은 시나리오를 다시 플레이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난이도 시스템이란 것도 적용했다. 즉,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을 온라인에 적합하도록 진화시킨 것이다. 또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새로운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하면 시나리오가 너무 단순해질 것 같다고 기자가 걱정하자 어차피 한정되어있는 소재를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출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번째로 주목한 것은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대부분 파티 플레이를 강조하지만 초보 게이머들이 파티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초보 게이머들은 파티 플레이를 하면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시간적, 정서적인 문제로 모르는 사람과 파티 플레이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타임앤테일즈'에 도입된 시스템이 한명이서 6명을 컨트롤하는 용병 전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혼자서도 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또 덤으로 캐릭터, 아이템 외에 용병이라는 새로운 육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는 최대 10명까지도 시도를 해봤지만 6명이 전략적인 전투와 컨트롤의 재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대 인원수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기존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서 배운 노하우가 이번 게임에 많이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용병이 기술을 한 가지만 쓸 수 있어서 전투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문득 '그라나도 에스파다' 같은 경우에는 한 캐릭터가 많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생각났지만 그의 말을 들으니 공감이 갔다. 어차피 게이머들은 자기가 편한 한가지의 기술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그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다양한 기술사용을 위해 자동 전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타임앤테일즈'에서는 컨트롤의 재미를 극한으로 추구하기 위해서 게이머가 모두 직접 컨트롤하도록 하고 대신 용병 기술을 한가지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용병=기술이기 때문에 새로운 용병을 영입하는 행위가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이것으로 인해 용병을 키우는 재미와 용병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2D 그래픽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글쎄요. 굳이 고집하는 것은 아닌데 하지만 다들 3D가 대세라고 하지만 저는 2D와 3D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거상' '군주' 등을 서비스하면서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는 것처럼 3D가 2D의 대체재는 아니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2D도 귀여움 등 2D만의 강점이 충분히 있다는 것. 특히 '타임앤테일즈'에서는 6명이라는 인원 문제 때문에 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고 또 시점이 자유롭게 변하면 컨트롤이 훨씬 어려워질 것 같기 때문에 일부러 2D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설명했던 것처럼 5월경 용병 거래 시스템이나 장보고 등 고급 용병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준비는 되어있지만 아직 테스트할게 많이 있어서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철저한 준비 탓인듯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장보고 등 고급 용병은 먼저 제작 발표회 때 발표한 것처럼 길드 활성화를 위해 길드 전용 던전에서 연성서가 나오는 일반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레벨제한에 관해서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올 때마다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정 레벨이상이 되면 아이템과 보유 용병의 종류와 컨트롤 실력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매우 힘이 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비스했던 게임들에서 얻은 노하우를 '타임앤테일즈'에 집중시킬테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질문에 대한 아무런 사전언급도 없이 불쑥 쳐들어가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김태곤 이사의 조리 있는 답변으로 인해 이상하리만큼 인터뷰가 빨리 끝이 났다. 이래저래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한 기자의 노력이 부끄러워질 정도. 인터뷰를 마치며 나오는 순간 '타임앤테일즈'가 상당히 새로운 요소를 시도한 많이 시도한 게임이지만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게임이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개발자의 철저한 개발철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이기 때문에 게임의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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