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도 같은 참재미가 숨겨져 있는 게임
캡콤이 만든 RPG, 그 다섯 번째 이야기
보통 브레스 오브 파이어(이하 BOF)시리즈를 거론할 때 항시 붙는 수식어가 있다면 그것은 '캡콤이 만든 RPG' 라는 것이다. 캡콤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지는 '액션게임의 명가'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아직도 캡콤에서 RPG를 만든다는 것은 생소하기만 하다. 비슷한 성격의
제작사인 남코가 '테일즈' 시리즈를 통해 RPG 제작사로서의 남코라는 이름을 꽤나 널리 알린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남코의 '테일즈' 시리즈가 마치 난투형 액션게임을 하는 듯한 독특한 전투시스템으로 눈길을 끈 반면에 캡콤의 BOF시리즈는 전형적인 일본
RPG를 표방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특유의 밸런스 감각으로 짜임새 있는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SFC시절 RPG의 양대산맥인 파이널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에 묻혀 게이머에게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진 못한게 캡콤과 남코의 이미지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인지 이번 시리즈는 전에 보지 못했던 완전히 일신된 분위기와 독특한 시스템으로 무장하여 우리의 곁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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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은 잊어라!
BOF시리즈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면 그리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세계관에 류와 니나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에 본 편보다 재미있게 했던
미니게임 낚시 정도였다. 굳이 하나 더 들자면 DQ시리즈의 '슬라임'을 연상케 하는 간판 몬스터 '구미'정도?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이름인 류와 니나, 그리고 '구미'를 제외하면 이것이 BOF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바뀌어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카툰 랜더링으로 처리되어 폴리곤으로 표현된 화면 탓도 있지만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변해버린 시스템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BOF라기보단 ICO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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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용이 나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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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이야기는 지하 1000미터에서 시작된다. 모종의 재앙으로 인해 인류는 지하에 숨어 살게 되고, '하늘'을 잃어버린 어둡고 우울한 세계에서
말단 레인저인 류는 니나를 데리고 하늘을 되찾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간다. 즉 지상으로 올라가기까지는 답답하고 숨막히는 지하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둡고 무거운 색조로 일관된 그래픽과, 어딘지 병적으로 보이는 디자인, 게다가 음산한 음악까지 합쳐져서 이야기 내내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을 정면으로 느껴야만 한다.

정말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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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빛만이 존재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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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것 그 첫 번째 APS...
전투에 있어서 이동, 공격, 마법 등 모든 행동을 AP라는 수치로 표현한 이른바 APS라는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보다 전략적인 사고를
요한다. 무턱대고 이동에 너무 많은 AP를 소모하면 막상 적에게 다가가도 약한 공격밖에 못하게 되고 AP가 0이 되면 턴 종료마저 할 수
없게 된다. 역으로 말하자면 AP가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전투화면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함정을 설치하고, 퍼스널 액션으로 적에게 선제공격을 가해 적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스템의 생소함에 앞서 적들도 요즘 RPG치고는 상당히 강한 편 이어서 공격에 있어서도 각 스킬의 성질을 잘 파악해서 콤보 보정을 받으면서
효율적으로 싸워 나가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

전투는 필드에서 바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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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을 고려해서 전략적인 공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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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것 그 두 번째 D-카운터
게임 중 류가 용의 힘을 얻게 되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카운터가 생기고, 이 수치가 100%가 되면 게임오버가 되고 만다. D-대쉬나
D-드라이버로 용의 힘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조금씩 올라가는지라 아무 생각없이 용의 힘을 쓰다보면 금세 수치가 올라가 버린다.
무엇보다도 이 D-카운터는 그 무엇으로도 수치를 떨어뜨릴 수 없다. 한 번 사용하면 자신의 HP가 줄어버리는 기술이야 회복아이템으로 충분히
복구할 수 있다. 슈팅 게임에서도 전멸 폭탄을 한 번 쓰면 언젠가 폭탄 아이템이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D-카운터는 그 무엇으로도 다시 돌릴
수 없기에 용의 힘을 사용하려면 그 나름대로의 '각오'를 해야 되고 '어쩔수 없이' 써야 되는 상황을 기가 막히게 연출해내는 캡콤에 의해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이런 선택을 몇 번이나 강요받게 된다.

용의 힘은 매우 강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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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하다간 이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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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것 그 세 번째 SAVE/LOAD
이 게임에서는 세이브를 하려면 반드시 세이브 토큰이라는 아이콘을 가지고 텔레코터가 있는 곳에서 저장을 해야만 하며 세이브 슬롯도 단 하나뿐.
[중단] 커맨드를 이용하면 어느 곳에서든 저장을 할 수 있지만 "일회용", 즉 한 번 로드해 버리면 자동적으로 지워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로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게다가 세이브 데이터가 담겨 있는 메모리카드마다 고유의 ID를 부여하기 때문에 게임도중에 메모리 카드를 바꿔
끼는 편법조차 통하지 않는다. 이런 가혹한 시스템은 앞서 말한 용의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높은 난이도가 더해져 플레이어를
궁지로 몰아간다.

바이오해저드의 잉크리본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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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도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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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플레이만이 살길
앞서 말한 압박이 극에 달했을 때 플레이어는 최선, 혹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른바 '기브 업'은
예전에 얻은 아이템들을 가지고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반드시 한 번쯤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게임이 중반 이후로 흘러가면 세이브와 로드가 제한된 게임 특성상 '기브 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온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긴장감은 플레이어를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반복 플레이로 얻어지는 파티 경험치와 전투 노하우를 밑천 삼아 계속해서 위로
나아가 한계에 이르더라도, 그걸 뛰어넘을 때 까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다보면 처음의 지옥같던 난이도는 한결 쉬어지고 어느새 하늘 코앞에
다다른 류 일행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플레이하면서 필연적으로 보게 되는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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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플레이를 해야만 볼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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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하늘로 가자...
브레스 오브 파이어5의 스토리는 놀랄만큼 단순하다. 더 이상 지하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 니나를 모두가 부정하고 스스로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하늘로 데려가기 위해 올라가는 류의 이야기는 스토리 자체만으로 봤을때는 도저히 요즘 게임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일직선을
달린다. 하지만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목적을 가진 이 스토리는 도전욕을 자극하는 시스템과 잘 어우러져 오히려 어줍잖은
설정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지고 플레이어의 몰입도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보게 되는 엔딩은 그 어떤 RPG보다도 그야말로 가슴에
'직격'하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단 하나의 심플한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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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올라가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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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게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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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되찾으며...
실제로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브레스 오브 파이어 5편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부제인 드래곤 쿼터가 더욱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그만큼 브레스 오브 파이어 시리즈의 5편이라기 보단 실험적으로 내놓은 드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