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단계 발전하는 e스포츠를 기대한다
지난 8일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에서 펼쳐진 'SKY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KTF와 팬택 EX의 경기에서 두 팀은 에이스결정전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명승부 끝에 KTF가 3:2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4세트에서 벌어진 경기의 공정성을 놓고 일부 팬들은 경기 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선수들이 경기 도중 팬들의 소리를 듣고 상대의 기습전략 등을 눈치채는 소위 '귀맵' 논란이 그 것.
4세트 도중 송호창 감독의 어필이 있긴 했지만 경기 종료 후 리플레이를 확인해 본 결과, 특별한 문제 없이 경기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 되었고 팬택 EX에서도 결과에 승복하며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번 일과는 별개로 팬들의 관전 문화, 현장 환경, 경기 진행 등에 관한 다양한 불만이 표출되는 등 이번 일을 계기로 e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에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성숙하지 못한 관전 문화, 잔칫상에 재뿌리는 격
지난 2004년에도 '귀맵'으로 인한 관중 퇴장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SKY 2004 프로리그' 2라운드 7주차 KTF와 SouL의 경기 도중 SouL측에서 "2세트 도중 관중석에서 '저글링'이라고 외쳐 경기에 불이익을 봤다"고 항의, 관중 전원을 퇴장시킨 후 3세트 경기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관중의 소동으로 인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경우 선수의 요청으로 경기를 일시 중단, 관중을 내보내고 경기를 재개할 수 있다'는 프로리그 규정에 따른 것. 관중의 퇴장 조치는 'e스포츠가 스스로 팬들을 외면한다'는 비난과 함께 '게이머들을 위해 잘 한 조치'라는 의견이 대립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기장을 직접 찾은 팬들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TV를 통해 시청하는 수많은 팬들과 무엇보다 한 번의 경기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들여 준비하는 선수들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이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귀맵'으로 논란이 된 경기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프로게이머들이 경기를 할 때 일부 극성팬들로 인해 함성소리는 더욱 커지곤 했다. 선수들의 무대와 팬들이 앉은 관중석이 굉장히 가깝게 되어 있어 이어폰을 끼고 헤드셋을 착용해도 소음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 경기에 지장을 받게 되면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승리한 쪽은 불공정한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는 괜한 비난을 받게되고, 패배한 쪽도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 공정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경기장의 허술한 환경, 무엇이 문제인가
MBC게임은 지난 3월30일 기존의 세중게임월드를 강화 유리로 된 방음벽을 설치, MBC게임 오픈 스튜디오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관중석의 소음을 차단해 귀맵논란을 없애고 관중들은 스피커를 통해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관람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MBC게임의 조치는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또 다른 경기장인 온게임넷 메가스튜디오는 여전히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 스타리그를 포함한 다양한 리그가 메가스튜디오에서 진행되어 왔고 귀맵 논란이 여러번 제기 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메가스튜디오의 선수 대기실은 인원수에 비해 비좁고 냉방 장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 등 게임단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새로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경기 시작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은 편하게 쉬기는 커녕 열악한 환경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력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림의 떡! 상설경기장 있으면 뭐하나
용산 아이파크몰에 상설경기장이 건설되기 전까지 이런 이야기가 논의되면 항상 결론에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하루속히 만들어져 이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용산에 상설경기장이 완성돼 있을뿐 아니라 PC세팅도 완료되어 있는 상태.
지난 4월 14일 e스포츠협회는 'SKY 프로리그 2006'의 개막을 확정지음과 동시에 아이파크몰 상설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는 상설경기장의 방송준비 상태가 원활하지 못해 생방송을 중계하기 어려운 상황. 다른 곳도 아닌 e스포츠 상설경기장의 경기를 방송하기 어렵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SKY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는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와 MBC게임 오픈스튜디오에서 동시 생방송 되고 있다. 일단 전기리그만 현상태로 치르고 후기리그부터는 상설경기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은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리자드의 패키지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의 e스포츠 문화에 불을 붙였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발전해온 한국의 e스포츠 문화는 벌써 6년째를 맞는다. 특히 2006년은 르까프, CJ, MBC게임 등 많은 기업들이 창단을 발표하며 한국 e스포츠의 중흥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했고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e스포츠 시장이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이 문제는 비단 협회 혼자서 짊어질 수 없는 부분이다. 팬들과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만이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e스포츠를 한단계 끌어 올려 21세기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잡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강영훈 기자 kangzuck@e-zen.net
노는 포털 우주 & http://star.uzo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