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비행을 마친 액토즈의 '라제스카'
액토즈소프트가 2006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긴 타이틀 '라제스카'가 두번째 비행(클로즈 베타 테스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시기에 워낙 많은 게임들이 등장해서 언론에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3년이 넘는 제작기간에 100억에 가까운 제작비, 그리고 베타 테스터 전원에게 고급 화보집을 증정하는 등 액토즈 소프트가 이 타이틀에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고 할 정도다. 게임 또한 스카이 판타지라는 컨셉 아래 육상, 바다, 하늘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중에서는 최고의 스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 그야말로 액토즈의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자존심이 모두 결합된 결정체같은 타이틀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패들을 모두 참고한 듯 여러 가지 실험적이고 또 매력적인 시스템을 포함시켜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참가한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 이런 분위기라면 하늘을 완벽히 정복한 최초의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라제스카의 핵심 비공정
'라제스카'를 다른 게임과 차별화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비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라제스카의 비공정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늘을 나는 배'다. 당연히 모양도 비행기라기 보다는 선박과 많이 닮아있으며 날개 대신 돛을 달고 있다. 상당히 색다른 소재이긴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많이 소개된 바 있어 게이머들에게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닐 것이다. '라제스카'에서는 이 비공정을 다른 게임처럼 단순한 탈 것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일단 방대한 세계를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의 역할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전투 기능도 추가해 하늘을 전장으로 만들었다. 또한 퀘스트에서도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심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투 기능 때문에 육성의 개념도 추가되어 있어 캐릭터에 버금가는 아바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선원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들은 각기 특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수집하는 재미도 짭짤하다. 한마디로 이 게임 자체가 비공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될 정도인 것이다. (나중에는 다른 게임의 길드 개념인 거대 모선도 등장한다고 한다.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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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에 모험과 낭만을 담다.
요즘은 워낙 퀘스트를 중요시하고 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퀘스트가 그 게임의 장점이 되기는 힘든 분위기이다. 솔직히 아무리 퀘스트 시스템을 열심히 만들어도 게임이 퀘스트로만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퀘스트 시스템을 따라가기는 힘든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라제스카'의 퀘스트는 '라제스카' 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라제스카'의 퀘스트들의 가장 큰 특징은 퀘스트에 모험과 낭만을 담았다는 것이다. 너무 거창한 말이기 때문에 필자가 오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퀘스트의 연계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또 퀘스트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라제스카'의 세계를 여행하게 되기 때문에 이정도 수식어는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일단 게이머들이 게임을 시작하면 비공정을 타고 비행을 하다 정체불명의 괴물을 만나서 추락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추락한 뒤에는 고장난 비공정을 수리하기 위해 여러 NPC들을 만나게 되는데 당연히 오는게 있다면 가는게 있는 법. 비공정을 수리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즉, 퀘스트들이 "아이템 줄테니까 이것 잡아와"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아직 클로즈 베타 테스트였기 때문에 비공정을 띄운 다음 퀘스트를 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비공정을 띄울 때의 감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퀘스트만으로도 이 게임을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메인 퀘스트만큼이나 서브 퀘스트 시스템도 충실하다. 보통 다른 게임에서는 서브 퀘스트 역시 NPC를 만나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번거로운 편인데 '라제스카'에서는 서브 퀘스트를 퀘스트 두루마리라는 아이템을 통해서 받기 때문에 상당히 간편하다. (물론 보상은 해당 NPC에게 가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고용된 선원으로 진행되는 서브 퀘스트도 게임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이 퀘스트들은 주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재료를 주는데 게이머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원을 파견하면 자동으로 퀘스트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솔직히 선원을 파견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심심한 느낌도 있지만 다른 게임처럼 게이머에게 재료 수집 노가다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칭찬할만한 부분. 조금만 더 보강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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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플레잉 게임이 아니라 액션, 슈팅 게임이다.
기자가 '라제스카'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전투 시스템이다. '라제스카'는 독특하게도 하늘에서도 전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전투가 캐릭터가 직접 싸우는 지상전과 비공정으로 싸우는 공중전,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져있는데 "지상전은 다른 게임과 비슷하니 공중전 설명으로 바로 넘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상전도 상당히 특이해서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라제스카'의 지상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몬스터와의 전투가 요즘 유행처럼 일대다가 아니라 철저히 일대일이라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필드를 돌아다니다 몬스터를 클릭하면 화면 상당에 배틀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몬스터에 타켓 마크가 뜬다. (보통 이런 시스템을 록온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리고 캐릭터를 이동시키면 몬스터를 바라보면서 몬스터의 주위를 돈다. 즉, 전투 모드에 들어가면 무작정 치고받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적의 공격 패턴을 알고 있다면 한 대도 안 맞고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이런 전투 시스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스킬 시스템이다. '라제스카'의 스킬은 독특하게도 단축키를 눌러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커맨드 입력 방식이다. 예를 들면 A버튼과 S버튼을 누르고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스킬이 나가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전투가 단순한 마우스 연타가 아니라 마치 격투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공격 대미지가 적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쓰러진 적도 공격할 수 있는데 이 점 때문에 회피해서 적의 등을 차지하는 재미가 장난이 아니다. 기자는 쌍권총을 든 모험가 캐릭터를 키웠었는데 적의 등 뒤로 돌아가서 총을 난사해 적을 쓰러뜨리는 스킬을 사용한 다음 쓰러져있는 적을 걷어차는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해서 적을 한방에 보낼 때 "바로 이거야"라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같은 방식의 전투 시스템은 다른 게임처럼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화끈한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일대일이 기본이다보니 컨트롤의 재미를 위해서 캐릭터보다 몬스터가 더 강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몬스터가 너무 강해서 전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생겼다. 솔직히 몬스터 한 마리를 잡는데 2~3분 정도가 걸렸던 지난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때보다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몬스터 한 마리를 잡는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려서 짜증이 난다. 그리고 원거리 공격을 하는 모험가 캐릭터는 괜찮은 편이지만 근접전을 하는 해적과 용병 캐릭터는 회피를 하다보면 너무 화면이 확확 전환되어서 초반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재미있고 참신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즐거워하기에는 조금 마니악한 전투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비공정 전투는 3차원 슈팅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다. 먼저 하늘을 난 다음에 공중에 있는 몬스터들을 클릭하면 타켓 설정이 되는데 적이 화면 중앙에 있는 함포 각도(네모난 녹색 사각형) 안으로 들어오면 타켓 마크가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공격을 시작하게 된다. 특이한 것은 함포가 무한정 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에테르라는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쏘게 된다는 것인데 이 에테르라는 에너지는 육상에서 몬스터를 죽이면 얻게 되기 때문에 공중전을 하려면 무조건 지상전을 어느 정도 즐겨야 된다. 뿐만 아니라 비공정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체 수리, 명중률 상승, 속도 상승 등 다양한 스킬을 쓸 수 있는데 이 스킬들은 주인공 캐릭터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원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원을 꼭 영입해서 배치시켜야 한다. 즉 선체 수리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선원을 영입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파견을 보내서 배치되어 있지 않다면 그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는 배에 선원을 2명만 배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선원을 배치하는가도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필자의 경험을 얘기하면 몬스터들이 워낙 체력이 높고 빠른 움직임을 보여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는 한 마리 잡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에 한번 맞춘 다음에는 적들이 비공정 뒤로 날아가버려서 적의 꽁무니만 쫓다가 터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솔직히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에서 공중전을 구현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조작이 너무 어려워서 공중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이머가 몇 명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필자도 엄청난 고생 끝에 처음 공중을 날았을 때는 벅찬 감동을 느꼈지만 공중전투를 시도하다가 10번 정도 추락한 다음에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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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하지만 마니악한 공중전은...
하늘을 소재로 했다는 것 때문에 기대감 절반, 걱정 절반인 상태로 게임을 시작했지만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난 다음에 느낀 점은 2006년 하반기에도 이 게임을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워낙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약간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이 게임에만 충성을 바치는 열성 게이머들을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금까지는 어려운 게임은 실패하는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 어렵다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대항해시대 온라인'도 큰 인기를 얻지 않았는가!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실패는 게임성이라기보다는 가격 문제가 크다) 아직까지는 너무 어려워서 짜증만 나는 비공정 전투와 노력에 비해 너무 짠 퀘스트 보상 등 몇가지 문제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한다면 2006년 말말 기대작들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