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키우자, ‘프린세스메이커’의 변천사 (1부)
< 프린세스메이커의 태동>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시기인 1990년대. 그 중에서도 초창기인 1991년에 가이낙스에서 육성시뮬레이션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게임을 내놓았다. 그 생소한 장르를 대입한 게임은 바로 '프린세스메이커'.
이 게임은 육성시뮬레이션이라는 이색 장르도 그렇지만, 당시에 게임의 대세였던 16칼라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귀엽고 밝은 그래픽의 소녀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과 국내의 남성 게이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당시에 '게임은 남성만의 놀이문화'라는 인식을 깨고 많은 여성층을 확보하는 등 관계자들 사이에 '특별한 게임'으로까지 분류되기도 했다.
당시 도스를 쓰던 사람들은 컴퓨터를 안전하기 끄기 위한 park.exe 파일의 그림 중에 가장 흔했던 것이 '프린세스메이커'였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이 게임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할만하다. '프린세스메이커' 이후에 이와 유사한 게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만 봐도 이 게임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린세스메이커의 시스템>
'프린세스메이커'는 여러가지 이벤트와 멋진 CG, 그리고 무사수행과 다양한 엔딩이 최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때부터 대부분의 시스템이 완성되어 가장 최근에 나온 4까지 그대로 이어져 갔는데, 총 8년 동안 키우는 시스템이나 일정 날짜를 정해여 스케줄을 실행시키는 것, 아르바이트, 휴식, 바캉스, 교육을 적절히 시켜서 딸을 프린세스로 만든다는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또한 엔딩이 30가지나 되어서 딸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변하는 딸의 모습은 정말 아버지의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마왕군의 침공을 받고 왕국이 고전할 때에 한 명의 용사가 나타나 마왕군을 무찌르고 개선해, 국왕의 청을 거절하고 갈 곳 없는 고아를 맡아 기른다는 내용이다. 비록 처음 도입부분에 마왕의 등장으로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 발매된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현실감이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능력치를 아르바이트와 교육 등으로 올려서 딸의 다양한 미래, 예를 들어 공주부터 수녀, 나무꾼, 사기꾼, 마법사 등을 보는 점은 같은 플레이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다른 장르, 즉 플레이와 엔딩이 같은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그리고 프린세스메이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의 목적은 말 그대로 공주 만들기이다. 그러나 이 게임을 해본 게이머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공주를 만드는 난이도는 거의 최악이라고 할 만큼 매우 어려워서, 에디터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공주로 성장시킬 수가 없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게임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딸을 어느 정도 성장시키면 나오는 유흥점에서의 아르바이트로 인해 나오는 창부 엔딩은 그 당시에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그런만큼 이 엔딩을 보지 않은 게이머는 아마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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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세스메이커, '최고작품'이라 평가받는 2가 모습을 드러내다>
육성 시물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데 대성공을 거둔 가이낙스와 프린세스메이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최고 절정기는 이로부터 2년 뒤였다.
현재 4까지 발매된 프린세스메이커를 해본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시리즈는 몇이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게이머는 주저없이 2를 꼽으리라고 생각한다. 1993년에 발매된 '프린세스메이커2'는 발매 초기부터 대단한 호응을 불러왔다. 시스템 적으로 거의 완성된 전작을 더욱 더 강화해 게임제작사로서의 가이낙스라는 이름과 '프린세스메이커'라는 이름을 반석 위에 올린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작에서 미비한 점을 모두 보완하였으며, 여러 새로운 요소의 도입은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이라는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 변한 점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의 16칼라에서 256칼라로 바뀐 점을 과시하듯 매우 질감 좋은 고퀄러티의 그래픽(물론, 어디까지나 당시의 상황에 비교해서임을 밝혀둔다..)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사운드도 대폭 보강이 되어서 전작에서 사계절 내내 들어왔던 단조로운 1가지 음원이 봄/여름/가을/겨울의 4가지 음원으로 늘어나서 듣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 이 4가지 사운드는 하나의 기본 음원을 계절의 분위기에 맞게 리듬을 바꾼 것으로 게임의 분위기와 매우 매치가 잘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사양으로 이행한 게임이었기에 당시에 도스를 사용했던 게이머들은 이 '프린세스메이커2'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를 확보하느라 상당히 고생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필자 역시 그 중 한명이다). 또한 사운드 문제도 있어서 사운드블레스터 급 이상의 사운드 카드가 없으면 게임을 하는 동안에 사운드를 들을 수 없는 비극이 뒤따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매력이 '프린세스메이커2'에는 충분히 있었다.
그럼 전작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을 살펴보면 가장 큰 변화는 이벤트가 대폭 늘었다는 이야기다. 즉, 이 이야기는 엔딩 수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의 30개의 엔딩에 비하여 '프메2'에서는 무려 66개의 엔딩으로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엔딩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무사수행에 관련되어 벌어지는 이벤트도 대폭 늘어남으로서 게임의 재미가 한층 높아졌다. 또한 스케줄을 실행시키면 나오는 딸의 일과창도 전작에서는 하루 일과가 성공했을 때의 얼굴표정과, 실패했을 때의 성공 표정만으로 표시가 되었지만, '2'에서는 아버지가 정해준 스케줄의 무대에서 작은 SD캐릭터를 움직임으로서 비주얼적인 측면을 강화했다. 또한 수확제에서도 무도회와 무투대회, 예술제와 요리대회의 비주얼적인 측면을 강화하여 더욱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옷이라는 개념이 단지 여러가지 옷을 갈아입혀서 비주얼적인 면만을 부각시켰다고 한다면, '프메2'에서는 계절에 따라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히지 않으면 그에 따른 스테이터스 수치가 감소되며, 미술시간에 그림을 딸의 방에 걸어놓을 수 있는 것, 또한 딸의 매우 풍부한 표정관리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배려는 게이머의 큰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프린세스메이커'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원화가 아카이 타카미는 이 작품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외에도 프메2에는 전작에 비해서 스토리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상당히 포함되었다(이 때부터 프메 시리즈는 판타지물로서 그 방향을 정한 듯싶다). 전작에서 고아로 설정되었던 딸은 이번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설정이 되었고, 딸의 생일에 따라 다른 수호신이 배정이 되어서 딸의 초기 능력치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프메'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엔딩을 보유한 '프메2'는 이번에도 게이머의 상상을 초월하는 엔딩으로 많은 게이머를 자극하기도 하였다. 아버지와 결혼하는 엔딩, 마왕이 되는 엔딩, 집사 큐브와 결혼하는 엔딩 등은 많은 게이머들이 다시 프메2를 수없이 플레이하게 만들었으며, 또한 왕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무조건 프린세스가 되지 않는 난이도는 역시 극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대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전작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8년동안 딸을 키우는 설정이나, 한 달에 10일 단위로 스케줄을 결정하는 것, 교육/아르바이트/바캉스/휴식 등의 시스템은 그대로 갔다. 그러나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높았으며, 때문에 시리즈 중에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으로서 지금도 많은 게이머의 찬사를 누리는 작품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던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는 1997년 세 번째 작품이 나오면서 잠시 주춤하게 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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