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 신경을 자극한다, '슈팅 게임'의 발자취
가장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게임 장르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쏘고 피하는 걸로 게이머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본능적인 장르, 바로 슈팅 게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화면 가득 날아오는 무수한 탄알과 그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적 기체들을 날리는 게이머의 현란한 조작을 보고 있으면 구경하는 사람까지도 긴장되고 흥분된다. 이런 슈팅 게임은 어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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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개의 레버와 한 개의 버튼
최초의 슈팅 게임은 1962년 美 MIT공대의 연구생이던 스티브 러셀과 그 동료들이 소설가 덕 스미스의 공상과학 소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스페이스 워'였다. 두 척의 우주선이 서로를 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게임은 차후에 등장할 상업용 슈팅 게임의 시초로 작용하게 된다. 이후 1978년 아케이드 센터에 한 개의 게임이 등장했다. 한 개의 레버와 한 개의 버튼으로 일정한 반복을 통해 내려오는 적을 자신이 있는 곳까지 오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규칙을 가진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규칙은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으며, 즐기는 사람마다 긴장감에 몸을 떨게 만들었다. 이 게임이 바로 상업용 슈팅 게임의 시초인 '인베이더'다. 출시된 지 25주년을 넘긴 '인베이더'는 시간제한처럼 내려오는 적과 한정적인 상황의 총알, 몇 번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단순한 조건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재미로 다가왔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기분과 답답한 상황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이다. '인베이더'는 '쏘고 피한다'라는 기본적인 규칙을 정립했고 이후로 나오는 비슷한 형태의 게임들은 슈팅 게임이라는 장르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 종 스크롤과 횡 스크롤
이후 '인베이더'가 가진 종 스크롤의 느낌을 그대로 옮긴 게임들이 대거 출시됐다. 당시의 게임들은 '인베이더'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외계인과의 결투'를 다룬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베이더'를 한 층 뛰어넘는 여러 게임들이 선보였는데, 다양한 적이 등장하는 '갤러그'(1981년)와 연발식 무기와 익룡처럼 생긴 보스가 등장했던 '엑스리온'(1983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개의 게임은 제한적인 필드에서 전투를 하는 방식에서 스크롤이라는 요소를 더해서 비행기가 이동한다는 느낌을 강조시켰다. 이 변화는 전투기나 비행기들이 주는 현실적인 느낌을 잘 살려줬고 게이머들에게 체감적인 재미까지 안겨줬다.(물론 '마이트 몽키' 같은 괴작도 있었지만 그때 당시의 게임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또 '갤러그'의 인기가 식을 무렵, 남코에서는 비장의 슈팅 게임인 '제비우스'(Xevious)'(1982년)를 출시해 83년에는 일본 게임시장 1위의 게임으로 등극하게 된다. '제비우스'가 본격적인 '슈팅게임의 모티브'라고 까지 불리는 이유는 기존의 게임보다 진보된 시스템인 진행형 종 스크롤을 최초로 탑재했으며, 또한 최초로 지상 무기와 공중 무기가 분리돼 공중의 적은 총으로, 지상의 적은 폭탄으로 공격하는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는 더욱더 발전되어서 가상 공간적인 느낌을 넘어 좁아 보이는 계곡이나 불규칙적인 숲속 등이 표현되기 시작했다. 이 느낌을 잘 살린 게임으로는 86년 캡콤에서 출시한 '리전더리 윙즈'(두 명의 천사가 등장해 슈팅하는 게임. 입속으로 들어가면 횡스크롤 형태로 변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와 87년 테크모가 제작한 '제미니 윙'을 들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게임 적으로 큰 변화를 준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종 스크롤과는 반대되는 횡 스크롤 슈팅 게임들이 그것이다. 아래쪽에서 위로 가는 방식의 종 스크롤과 다르게 횡 스크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형태였으며 좌우보다는 위 아래로 공격을 피하게 되는 형태였다. 가장 먼저 출시된 횡 스크롤 슈팅 게임은 유니버설에서 제작한 '코스믹 어벤져'로 81년도에 등장해 고저차의 독특한 시각차를 잘 표현했다. 그러나 이런 횡 스크롤 게임을 명확하게 구분 시킨 게임은 86년 타이토에서 제작한 '다리우스'라고 볼 수 있다. 독특한 형태의 보스가 등장해서 더욱 유명해진 '다리우스'는 횡 스크롤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틀을 그대로 표현했으며, 분기 시스템을 도입해 몇 번이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는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후속작을 내놓으면서 최근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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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가 아닌 슈팅 게임도 등장
다양한 슈팅 게임들이 제작되고 있었으나 실제로 비행기의 형체를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간단하게 슈팅 게임은 헬기 아니면 전투기 형태 밖에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슈팅 게임들은 점점 비행기의 모습보다는 사람이나 탱크, 또는 알지 못하는 형체를 가지고 나오기 시작했다. 85년도에 나온 '매그맥스'나 같은 년도에 나온 '슛아웃'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매그맥스'는 독특한 형태의 로봇이 횡 스크롤로 이동하면서 지뢰를 파괴하거나 적을 섬멸하는 형태였으며, '슛아웃'은 한 명의 사람이 등장해 종 스크롤 형식으로 총을 쏘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또 다른 슈팅 게임들은 많은 시리즈나 게임으로는 되지 않았으나 의외의 게임성을 만드는데 한몫을 하게 된다. 바로 건 슈팅과 3인칭 슈팅 게임들이다. 87년도에 등장한 '오퍼레이션 울프'는 실제 총 모양과 흡사한 무기를 화면에 대고 쏘는 형태의 슈팅 게임으로 국내 아케이드 센터에서도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슈팅 게임에서 등장하는 점멸 폭탄 같은 형태와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쉽게 조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줬다. 반대로 큰 장비 설치 없이 바로 할 수 있었던 3인칭 슈팅 게임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큰 재미를 느끼게 했다. 3인칭 슈팅의 대표적인 예로 88년도에 등장한 '카발'을 들 수 있다. 한 명의 용병이 되어서 적의 탱크, 건물, 비행기 등을 부수면서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많은 사물이 부서지는 점과 직관적인 조작 때문에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 등장한 '카발2'의 경우도 이런 재미를 잘 살려서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 원점으로 회귀? 그러나 탄알은 많아졌다
슈팅 게임이 3인칭 슈팅, 종, 횡 스크롤 슈팅, 건 슈팅 등 다양한 장르로 변화했지만 일반적인 종, 횡 스크롤 슈팅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 층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90년도 이후에도 슈팅 게임들은 다른 장르(대전, 액션, 퍼즐) 등에 비해서 2, 3배의 게임 숫자를 배출했고 90년부터 95년 사이에 무수한 게임들이 등장해 아케이드 센터를 장악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게임들 중 대표적인 게임들을 꼽으라면 경험치를 획득해서 레벨을 올리는 레벨업 시스템과 무수한 탄막을 뿌린 93년 작 '바츠건'과 다양한 주인공과 스토리를 가진 94년 작 '건버드', 2차 세계 대전을 무대로 한 '스트라이커즈 1945'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게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조건 탄을 남발하던 단순한 보스에서 일정한 패턴과 정해진 탄막을 사용해 공략을 하는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패턴은 더 높은 스코어를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만족감을 줬고 오래 게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공략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 시리즈들 이후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바츠건' 같은 무한적인 탄환 러시 방식이나 '건버드' '스트라이커즈 1945' 같은 패턴 형태로 굳어지기 시작했고 95년 후반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웬 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스테이지 2도 건너기 어려웠던 '도돈 파치'(97년)나 탄막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에스프레이드'(98년), 요괴 퇴마사들이 벌이는 격렬한 슈팅 게임 '구완게'(99년) 등은 탄막 슈팅의 발전 형태이며, 엽기적인 패러디로 웃음을 자아내는 슈팅 게임 '섹시 파로디우스'(96년)와 '라이덴' 시리즈의 번외편 격인 '라이덴 파이터즈'(96년), 다양한 패턴 공격의 보스가 일품인 '아머드 폴리스 뱃라이더'(98년) 등은 패턴계 슈팅 게임의 발전 형태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두 개의 게임성이 하나로 포장된 게임들도 많이 나왔지만 현재 우리가 쉽게 만나는 슈팅 게임의 형태가 이때 완성이 된 것으로 본다면 그때의 슈팅 게임 시리즈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는 아케이드 센터의 몰락이 시작되면서 슈팅 게임의 등장이 적었지만 콘솔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식성의성' 시리즈나 '이카루가' '무라쿠모' 같은 독특한 슈팅 게임들도 출시되어 계속적인 명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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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온라인에서도 슈팅 게임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발전을 거듭한 슈팅 게임들은 아케이드 센터와 콘솔을 지나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안착하게 됐다. 아케이드 센터나 콘솔이 아니면 2인 플레이를 즐길 수 없었던 상황도 이제는 온라인이라는 요소로 쉽게 극복되었으며 휴대전화에서도 예전 아케이드 센터의 슈팅 게임 못지않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온라인 슈팅 게임 시장에는 국내 개발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의 '나나이모'를 시작으로 횡 스크롤 슈팅 게임인 윈디소프트의 '루디팡', 곧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는 나윈휠스의 '비트파일럿' 등이 시장에 선두에 서기 위해서 경쟁 중이다. 물론 슈팅 온라인 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05년도부터. 그 전에는 장르적인 특성상 온라인으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대전 게임이나 액션이 게이머들의 입맛에 더 맞았기 때문에 등장해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CJ인터넷에서 서비스된 '빨간 마후라'가 대표적인 예로 게임성이나 공간감 등은 잘 표현했지만 대전 형식에 취중하다 보니 정작 슈팅 게임 본연의 재미는 상당히 떨어져 버렸다)그러나 지금은 온라인에서 표현이 안 되는 장르가 없을 만큼 게임 개발력이 발전되었으며, MMORPG 위주의 온라인 시장도 캐주얼, 액션 장르 등의 강세로 판도가 알 수 없게 됐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원하는 시각이 늘게 됐고 그 결과 슈팅 온라인 게임이라는 정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아케이드 센터의 게임들처럼 무한에 가까운 탄막을 보여주거나 뛰어난 퀼리티는 아니지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슈팅 온라인 게임의 앞길은 창창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의 슈팅 게임이 등장할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