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도 울고간다, '스카이 프로리그는 요지경'

스카이 프로리그2006 후기리그가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

SK텔레콤 T1과 KTF 매직엔스, 팬택EX(전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 등 강팀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고, 예전부터 하위권에 머물던 팀들이 파죽지세로 포스트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급반전,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 SK텔레콤, KTF 등 기존 강호들의 몰락

KTF는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5일 서울 용산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7주차에서 CJ에게 패한 이후 총 스코어는 1승6패, 11개 팀 중 단연 꼴찌다. 지난해 프로리그 23연승을 일궈낸 '최고의 팀'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SK텔레콤도 이번 시즌에서의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6일 STX에게 3:2로 무릎을 꿇은 후 2승4패를 기록 중이다. '프로리그의 영원한 제왕',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경력은 이제 다른 팀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빠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팬택 또한 마찬가지, 시즌 초반부터 KTF와 '탈꼴지' 경쟁을 하던 팬택은 7주차 경기에서 온게임넷에 패한 이후 11개 팀 10위를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이들의 부진은 기존의 올드 게이머들의 부진과 신인 선수들의 적응 부족, 개인리그와 겹쳐지는 빡빡한 일정, 프런트의 교체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겹치면서 나타나고 있다. KTF의 경우 신인들은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기존의 선수들이 개인전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SK텔레콤은 '정신적 지주'였던 주장 임요환의 빈자리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택은 감독의 교체 이후에 현재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보이지 못 했고 개인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후기리그에 들어가기 전에 최고의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했던 3개 팀들이 나란히 뒤에서 1, 2, 3등을 하고 있는 형국이니 관계자들이 고개를 저을 만도 하다.

* 신흥 강호, 돌풍- '이변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번 시즌에 가장 빼어난 두 팀을 꼽으라면 단연 르까프와 이스트로다. 지난 시즌까지 하위권에서 맴돌았던 두 팀은 이번 시즌에 오면서 '돌풍'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르까프는 현재 유일하게 패가 없이 6연승으로 1위에 올라있다. 오영종과 이제동의 원투 펀치는 '임요환-최연성' 원투펀치의 전성기를 보는 것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 또 지금의 기세라면 전승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만 같은 모습이다.


최근 IEG와 창단식을 거행한 이스트로 또한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 전적은 4승 2패. 이지호 감독과 선수들이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주말도 없이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 일찍이 포스트 시즌에 탈락하고 개인전 없이 이번 시즌만 연습한 것이 약이 되어 이제는 유력한 포스트 시즌 진출팀으로 꼽히고 있다.

STX 또한 지난 6일 SK텔레콤을 에이스 연장전 끝에 잡아내고 3위로 뛰어오르는 등 '하위팀들의 반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 급물살을 타듯 이어진 대기업들의 참여, 전기리그에서는 이들 신생 기업 창단팀의 효과가 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기리그는 담금질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 뿐, 후기리그에 이르자 이들 신생 기업 팀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본격적인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팀들의 창단, '승리를 향한 의지' 엿보여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현상'에 놀라면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대거 기업팀 창단이 이루어지면서 '승리에 대한 욕구'가 극한까지 올라갔기에 그럴 수 있다는 것. 새로 창단된 팀들의 경우 승리에의 의지가 특히 강하게 반영되고, 기존과 달리 환경이 '확' 달라지면서 기세가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에 이제는 '절대 강자'가 없이 '많은 연습'과 '팀원 간 단결심'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강세를 보이는 팀들 모두 확실한 개인전 카드가 준비되고 있으며 최근 종족 상성을 뛰어넘는 저그의 활용도, 올드 게이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서운 신예들, 그리고 철저한 빌드 오더 준비가 승리의 원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F, SK텔레콤이 꼴찌에 머물고 있는 모습은 정말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도 "기존의 축구나 농구처럼 심판의 역량에 의해 한 순간에 승부가 정해지지 않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진행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e스포츠의 매력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프로리그의 순위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지만, 기존의 강팀들만의 잔치였던 프로리그가 춘추전국 시대로 변하자 이를 관람하는 e스포츠 팬들의 눈은 즐겁기만 하다.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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