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게임 열심히 플레이하고 물먹는 동영상이나 봐야하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미스터 샤크 김민수. K-1의 한국 선수들이 연일 마이티 모에 패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는 곧바로 PS2를 가동시켜 최홍만으로 마이티 모의 턱에 니킥을 적중시키며 2라운드 KO승을 거두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평소 K-1을 간간히 시청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K-1 WGP 2006(이하 K-1)의 정식발매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 후 이렇게 큰 경기 이후엔 게임으로 다시 재현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물론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이겼을 때.. 지면 복수전이다!!). 딱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남자라면! 닥치고 K-1이다!

홍만이형으로 K-1을 제패한다
닮았어!! 닮았어!!
K-1의 그래픽은 최신의 게임들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다. 깔끔하고 화사한 모습의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을 놀라게 하는
최신의 게임들에 비해서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드는 K-1의 그래픽은 동 시대의 게임들에 뒤처지는 느낌이다. 선수들의 근육은 여기저기 각이
져있고(근육의 발달로 각이 잡힌게 아니다), 접근전시엔 주먹이나 발이 몸을 뚫고 나오기도 한다. 어찌 보면 2006년 11월에 발매된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 껄끄러운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그나마 모델링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다. 위에서 얘기 했듯이 선수들을 보고 '아, 저
선수는 정말 닮았다'라고 하긴 힘들지만, 선수들의 특징을 잘 잡아 K-1에 관심이 있던 게이머라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순간 바로 선수들을
알아볼 수 있다. 이는 잘 그린 초상화 보다는 센스 있게 그려낸 캐리커쳐를 보는 듯하다. 예를 들자면 최홍만은 길쭉한 얼굴과 뭐든 부숴버릴
것 같은 턱의 특징이 잘 잡혀 한눈에도 최홍만, 다시봐도 최홍만임을 알게 해주며,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은 그 촐싹 맞아 보이는 모습이 닮아
있다. 스테판 '블릿츠' 레코의 불만 가득한 얼굴 표정, 아케보노의 거동이 심히 불편해 보이는 몸집까지 선수들 각각의 특징을 잘 잡아
모델링했다.

홍만이형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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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보노의 배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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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있냐..?
그랑프리는 대체..?
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게이머의 한사람으로서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날 때, 가장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는 실제의 선수를 직접 조종하여
승리의 영광을 누린다는 것이다. WWE를 소재로 한 스맥다운 시리즈에선 숀 마이클스나 케인, 제프 하디를 꼭 챔피언에 올려놓아야 하고, 유명
축구 게임 위닝 시리즈에선 에인트호벤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해야 하며, 야구를 소재로 한 하이히트 시리즈나 MLB : THE
SHOW에선 템파배이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평소 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선수들을 직접 조종하여 최고의 위치로 간다는 느낌에
스포츠 게임을 구입하고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다. K-1도 최홍만, 루슬란 카라예프, 스테판 '블릿츠' 레코를 월드 그랑프리에서 우승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며, 플레이하기 전에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K-1 2006은 실제의 선수를 게임을 통해
조종해볼 수 있다는 게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전부다. 그 선수를 통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그랑프리 모드가 존재하지만, 오프닝
매치를 시작으로 라스베가스를 거쳐 도쿄 대회에서 우승하면 끝이다. 8번 정도 경기를 하면 엔딩을 의미하는 크레딧이 올라가고 그 선수 편은
끝을 맺는다. 레전드 모드가 존재해 직접 선수를 생성하여 훈련을 시키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기존의 선수로 시즌을 진행하는
재미는 없다. 다른 게이머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고 싶었던 재미는 루슬란 카라예프를 훈련시켜 각종 K-1 대회를 섭렵하는 것이었다. 루슬란
카라예프를 닮은 선수를 생성한다고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거 몇 번이면 끝

챔피언에 등극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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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이 올라간다
피튀기는 싸움, 난타전의 재미는...?
실제 K-1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다르다. 제롬 르 밴너와 같은 인파이터 형식의 선수들은 우선 상대방에게 달려들어
접근전을, 레미 본야스키와 같은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인파이트와 아웃 파이트를 조합하고, 무사시는 철저하게 아웃 파이트로 일관한다. 대부분
인파이트 스타일의 선수들을 좋아하지만 때에 따라선 아웃 파이트도 필요하고,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렇게 K-1의 경기 중계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왜 게임 K-1에선 무조건 아웃 파이트로 일관해야 하는 건지.. 어느 정도는 현실성을 고려하여 스태미나에 따라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지쳐가는 선수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조금만 공격을 시도해도 스태미나가 떨어져 느린 펀치와 굼뜬 동작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기 직전까지 온 몸에 30KG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을 한 선수들을 데리고 플레이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론 철인과 같은 모습으로 3라운드 내내 쉴 새 없이 소나기 펀치를 퍼부어대는 모습을 바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라운드별로 스태미나가
떨어지는 속도를 다르게 했어야 한다. 1라운드에선 라운드 내내 힘차게 움직이도록 하고, 3라운드 이상부터 지금과 같은 속도로 떨어지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격렬하게 움직여봐!
스.. 스미마셍..-_-;;
한때,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땐 제 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지만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히라가나조차
헷갈려 쩔쩔 맬 때가 많다. 매뉴얼은 훌륭히 한글화를 해주었지만, 게임 내에선 일본어가 남발해 굉장한 압박이 느껴진다. 게다가 매뉴얼
자체적으로는 역할에 충실한 편이지만, 게임과 연관 지어 게임 속 메뉴나 용어에 대한 설명을 보려하면 많은 부분이 누락돼있다. 특히 레전드
모드의 경우엔 거의 일본어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데, 매뉴얼엔 정말 기본적인 설명만 들어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가이드 북
형식으로 따로 게임에 대한 설명만 늘어놔도 만족하지 못할 판에 별 도움이 안되는 매뉴얼은.. 즐이삼!!

일본어의 압박
라운드 걸을 더 이쁘게 만들어줘!!
왜 인터벌 모드가 스킵이 안되는 걸까..? 라운드가 끝난 뒤 인터벌 모드를 통해 부상 부위를 치료하는 건 좋은 의도지만, 치료가 끝난
다음에도 한참을 있어야 인터벌 모드를 끝내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라운드 중간에 게이머도 휴식을 취하라는 제작사의 배려? 라운드 걸을
감상하라는 의도? 한 라운드 3분씩 3라운드. 연장까지 간다고 해도 경기 시간은 12분이다. 하지만 매번 15초가 넘는 인터벌 모드로 인해
경기시간이 많게는 1분 가까이에서 적게는 15초까지 늘어난다. 15초가 이렇게 들으면 정말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게임을 하면서는 무지하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선수의 치료 부위를 결정하고 나면, 아무것도 할 게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다가 내 선수만 비춰주는 것도
아니고, 쿼터뷰 시점으로 양 코너의 두 선수 모두를 한꺼번에 비춰주기 때문에 관찰하는 맛도 없고.. 부상의 치료만 아니라면 인터벌 모드를 왜
만들었냐고 항의 했을 거다.

라운드 걸은 이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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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끝나도 넘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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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하나 더 이야기 하련다. 로딩은 길진 않지만 굉장히 잦다. 아무리 짧은 로딩이라도 잦은 경우엔 짜증이 일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게임에서 로딩 시 게임 팁을 보여주거나, 다양한 게임 스크린샷(스포츠 게임의 경우엔 실제 경기 사진이나 선수 사진)을 보여주는데, K-1의 로딩 화면은 까만 바탕에 우측 아래에 'LOADING'라고만 써있어 얼마 되지 않는 로딩을 지켜보는 게 참 고역이다. WGP 도쿄 대회 이전에 보여주는 선수들 영상의 사진 하나씩만 뽑아서 로딩 화면 시에 넣어주었다면 로딩에 대한 얘기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경 좀 써라 신경 좀!!

심심한 로딩화면
내가 왜 게임 열심히 플레이 하고선 물먹는 거나 봐야하지?
다행히 나는 아직까지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이용해 K-1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데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 종종 K-1을 플레이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K-1을 오래 즐길만한 게임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이유는 보상이다. 소위 말하는 특전이 없어 오랜시간 노력하여
플레이하고, 수많은 선수들을 도쿄 GP 정상에 올려놓고, 미션들을 해결해도 기껏 주어지는 건 동영상 몇 개에 사진 몇 장이다.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K-1의 특전에 대한 글에 '내가 왜 게임 열심히 플레이 하고선 새미 슐트가 물먹는 동영상이나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저 말 만큼이나 K-1의 열악한 보상에 대해 정확히 찝은 말이 없다. 새로운 선수의 추가와 동영상과 같은 특전은 당연 한
거고, 선수들의 코스튬이나 새로운 대회의 등장 등 주어지는 보상은 훨씬 많아야 했다. 그랑프리 모드, 미션 모드, 레전드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만들어 놨지만, 별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한에야 게임이 미치도록 재미있지 않고서는 매달릴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K-1이 미치도록
재미있는 게임도 아니고.. 적어도 선수들의 코스튬 2, 3가지는 만들어 놨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새미 슐트가 물먹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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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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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노가다는 트렌드
내가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게임 내에 레벨업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 놓지 않고 게이머에게 무조건적인 반복 사냥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디오 게임엔 엔딩이 존재하고, 다양한 방식의 게임들이 선을 보이기에 아직까지 잡고 있다. 하지만 K-1은 게이머에게
무조건적인 노가다성 플레이를 강요한다.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은 레전드 모드. 나만의 선수를 생성하여 훈련을 통해 K-1을 제패한다는
컨셉은 좋았지만, 선수의 생성이나 훈련이 정말 재미가 없다. 다른 게임에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강화하여 몇 백에서 최고 몇 조에 달하는
조합이 가능하다고 광고를 하고 있는 판에, 10여 개에 불과한 선택 사항과 반복되는 패턴의 훈련은 사상 최악의 조합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내 캐릭터인 'HUYUYU'도 K-1 데뷔 매치만 치른 후 놀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스케쥴을 짜고, 스파링만 하는 훈련이 아니라 다양한
미니게임을 도입하여 훈련 자체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할 건 별로 없다
K-1은 실제의 K-1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TV로 보던 선수들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게임으로서의 메리트가 하나도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못만든 게임은 아니다. 게임 자체의 게임성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제작사의 게이머에 대한 배려가 없다보니 게임 내에 즐길만한 '거리'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방을 하는 게이머들도 여럿 보였다. 다음편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제작사에서 게이머들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줘서 다음 게임은 붙잡고 놓기 싫은 게임으로 선보였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