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의 대미를 장식하는 레이싱 게임, 번아웃 : 도미네이터
PS2를 마감하며
그란 투리스모와 같은 리얼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과 다른 길을 걷는 자가 있었다. 그 누구보다 과격한 레이스를 보여줬고, 대형
교통사고까지 미니 게임으로 승화시킨 천진난만함을 가진 게임, 번아웃!
번아웃의 새 시리즈로 넘버링 되지 않고 도미네이터(지배자)라는 부제를 달고 출시된 번아웃 도미네이터(이하 도미네이터)는 시리즈를 정리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동안 보여줬던 다양한 게임 스타일과 다양한 코스, 번아웃만의 컨셉카는 기본이고, 도미네이터만의 독특한 게임 스타일도 첨가돼
제목 그대로 번아웃을 지배할 자들을 위한 게임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PS 패밀리(PS2, PSP)로만 발매된 독특함도 PS2
유저에게는 충분히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PS3의 등장으로 이제 완전히 지는 해가 된 PS2이지만, 대한민국 100만 PS2
유저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마르다!

타이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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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워진 메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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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하고 싶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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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도 아직 할만하지 않은가?
최선을 다한 그래픽
도미네이터는 여러모로 불리한 시기에 나타났다. 이미 XBOX360에서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진 레이싱 게임들이 다수 등장해 레이싱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도미네이터는 시대가 원하는 만족을 주고 있는 그래픽은 아니다. 그래도
하드웨어의 한계를 쥐어짠 인상이 강하게 최선을 다한 느낌이 강하다. 전작과 비슷한 그래픽을 유지하면서 화사함 보다 정밀도를 높인 배경과
차량의 디테일은 만족스럽다. 그리고 속도감과 직결되는 프레임이 안정적이라 PS2로는 최상급 레이싱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배경 그래픽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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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몽롱한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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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차만 있으면 어디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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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하게 달려보자!
그런데 첫 코스를 시작하기 무섭게 예전과 뭔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픽을 위해 희생되었는지 운전자 시점을 비롯한 다양한 시점처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진행에 불편함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있던 것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자동차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진행하다 보니 시점 변화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차량의 모델링은 수준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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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꽁무니만 보는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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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대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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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덕에 로딩이 길어진 느낌
주행 기법의 변경: 과격함에서 섬세함으로
전작의 리벤지와 지금의 도미네이터를 비교하면 간단하면서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룰이 바뀌었다! 더 이상 내 앞의 차를 박차고 나아갈 수
없다. 그저 앞차를 날려버릴 수 있냐, 없느냐 사소한 문제인데, 생각보다 꽤 다른 게임성을 주고 있다. 전작을 모르고 도미네이터를
플레이한다면 신경도 쓰이지 않을 문제이지만, 전작에 심취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필자 역시 코스가 펼쳐지자마자 앞차의 뒷 범퍼를 향해
달렸고, 당연히 처참하게 박살났다. 도미네이터에선 앞차와 범퍼만 스쳐도 대형 사고로 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룰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습관을
이겨내기엔 역부족!. 오랜 시간 동안 플레이를 하고서야 앞차는 지나쳐야 한다는 걸 다시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전작보다 높은 긴장감을
가져오지만, 왠지 조금 좀스러운 드라이브를 하는 것 같아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그냥 앞차만 보면 달려 들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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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사고가 많은 도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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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작을 뛰어넘는 속도감 때문에 동체 시력이 정말 좋아야 하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 게임을 지배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번 반복할수록, 사고가 늘어날수록 리벤지가 그리워진다. 리벤지 보다 화끈한 것을 도미네이터가 해주길 바란 것 같다. 조금 더 무식하게 조금 더 거칠게 내 마음대로 도로를 질주할 수 있었으면... 게임을 하면 할수록 담배를 끊은 지 일주일 밖에 안된 것 같은 강한 갈증이 몰려온다. 앞차 트렁크에 나의 범퍼를 마찰시키고 싶은 충동이!

라이벌 아니면 이런 것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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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 사용 시 속도감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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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더 과격하게
리벤지와 다르게 역주행과 드리프트 등을 통해 부스터 게이지를 빨리 채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번아웃 체인 연결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이전 번아웃에 비해 속도감을 배가 시켰다. 부스터는 부스터와 수퍼 부스터 2종으로 되어 있다. 초기에 빨갛게 차오르다가(부스터), 2단계로
푸른 게이지로 변하는데(수퍼 부스터), 이때부터 부스터 사용 후 부스터를 계속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부스터를 연이어 사용하는 것이
번아웃 체인 연결인데, 최대 10번까지 부스터를 이어 사용하면 도미네이터 상태가 된다. 하지만 눈이 시큰거리는 스피드를 견디며 앞 차, 옆
차, 장애물을 피하면서 부스터를 채워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BURNOUT 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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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OUT 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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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다운도 이전보다 강화되었다. 파괴 본능을 더 즐기는 유저들의 숨통을 그나마 열어준 테이크 다운에는 전작인 리벤지에서 보여준 애프터 어프로치를 강화한 크래시 브래이커가 추가되었다. "죽을 땐 너희와 함께다!"라는 문구가 절로 떠오르는 집착의 산물, 크래시 브레이커는 2단계로 진행된다.
(1) 우선 사고가 나야 한다. 사고가 나면 번아웃 특유의 임팩트 타임이 주어지고 이때 자신의 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이것이 애프터 어프로치)
(2) 이렇게 차를 움직여서 원하는 위치까지 갔다면, 주저없이 R1을 누르자! 그럼 자신의 차가 폭발하면서 지나가는 주변 차량을 저승 가는 길동무로 삼을 수 있다.
크래시 브래이커가 성공하며, 수퍼 부스트를 얻게 되어, 사고로 잃은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그나마 남은 부스터까지 모두 잃게 되니 신중이 필요하다.

벽을 이용한 테이크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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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테이크 다운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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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도 기회일 수 있다(애프터 어프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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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화끈한 연출의 크래시 브레이커
역시나 모으고, 도전하고...
도미네이터는 집대성에 어울리게, 역주행과 번아웃의 모든 걸 꿰뚫어야 하는 매니악(역주행, 드리프트 등으로 점수를 얻는 방식), 라이벌을
쓰러트리는 테이크 다운, 번아웃/드리프드/니어미스 첼린지 등 이것저것 주문이 많아졌다. 트랙마다 조건을 확실히 익히지 않으면, 1등하고도
금메달을 못 얻는 낭패를 볼 지도 모를 일이니 게임 설명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특히 매니악은 번 아웃의 모든 특징을 파악하고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 게임 방식이다. 번아웃의 가장 큰 특징인 역주행과 니어 미스, 부스터 등 모든 행동이 포인트가 되고, 이를 제한 시간 안에 많이
얻어야 하기 때문에 1등 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통괄적인 도미네이터 포인트 체제로 숨겨진 차량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인 미션 클리어 이외 마일리지처럼 쌓이는 포인트로, 테이크 다운
100번하기, 매니악 총점 5만점 달성 등 세세한 목표들이 많이 있다. 이것이 한번 잘한다고 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오래 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짧고 굵게 즐기려는 유저들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트랙을 빨리 돌아 1등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억지스럽게 게임구성을 늘여 놓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번 도미네이터에는 달리는 것 이외 부가적인 재미를 주는 요소가 거의 없다. 그란 투리스모 등 게임에서 보여준 끝내주는 리플레이
기능이나 갤러리 등 유저들이 레이싱 이외의 것에서 놀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없다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 결정타가 바로 크래시 모드의
부재! 번아웃 최고의 미니 게임이던, 번아웃 인기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크래쉬 모드가 작별을 고했으니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다.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던 매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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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아진 도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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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터 이외 금매달 모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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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를 얻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
오늘도 달린다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주구장창 달려야만 하는 것이 레이싱 게임의 운명이요, 늘 1등을 해야 하는 것이 레이싱 게임 유저의 숙명일 것이다.
경치를 즐기는 여유 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는 재미를 강조하고 있는 도미네이터이기에 그 운명의 굴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레이싱 그 자체의 완성도만큼은 대작에 가까운 도미네이터! 하지만 유저들은 그저 차가 앞으로 나가기만을 바라지 않고 있다. 차를 튜닝하는
재미와 레이스를 감상하는 재미 등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 어떻해서든 더 많은 것을 보이려는 시대 흐름에서 고전적인 방식으로 달리는
것에만 충실한 도미네이터가 얄미워 보인다. PS2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니 만큼 조금 더 풍성했으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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