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시리즈의 집대성, 소닉 젬즈 컬렉션
소닉의 두 번째 게임 모음집, 소닉 젬즈 컬렉션이 PS2 용으로 나왔다. 전작이 메가드라이브와 게임기어용 게임들을 모았던 버전이라면 이번 모음집은 아케이드로 발매됐던 소닉 더 파이터즈와 메가CD판 소닉 등 국내 게이머들에게 다소 생소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세가에 관련된 게이머들이라면 이 게임은 하나쯤 구입할만하다. 필자같은 경우 이번작에 수록된 게임 대부분을 과거에 즐겨본 적이 있을만큼 세가 마니아 였기 때문에 필수구입 타이틀이라고 단언을 하겠다. "만약 소닉도 별로이고.. 세가 게임에 별반 관심이 없다!"라고 하는 게이머들도 구입을 고려해보기엔 충분하다. 이 게임에는 소닉 관련 고전게임뿐만 아니라 베어너클이나 보난자 블루스같은, 그야말로 왕년의 세가를 대표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소닉의 변천사는 사실 세가社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 그 당시 닌텐도 왕국에 홀몸으로 맞섰던 세가, 그 혼을 이 게임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젬즈 컬렉션에 있는 게임들은 소닉이면서도 다른 장르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 주이고, 또 여러 가지 플랫폼의 게임들을 합쳐 놓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필자같은 골수 게이머가 아니면 즐겨보지 못했을 게임들, 세가의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과거의 향기를, 라이트 게이머들은 세가의 혼과 산 역사를 느껴보기 위해 이 게임을 즐겨보자.
소닉 더 파이터즈

소닉 더 파이터즈는 소닉과 등장 캐릭터들이 승부를 벌이는 대전 격투 게임이다. 1996년도에 처음 등장한 이 게임은 당시 아케이드 최고의 기판으로 평가받는 모델2로 개발돼 최고의 그래픽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같은 모델2 기판으로 개발되었던 버추어 파이터2가 최근에 PS2로도 완전 이식이 안되었다는 점을 감안해보자). 이 게임의 특징은 단연 쫀득거림이다. 소닉 너클즈 등 각 캐릭터들마다 특유의 쫀득거리는 느낌이 살아있다. 세계관 자체가 귀엽고, 또 둥글둥글하기 때문에 딱딱하고 진지한 다른 격투 게임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링아웃 개념은 없고, 대신 사방이 막혀있는 링 안에서 싸우게 된다. 공격에 따라서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종종 연출된다. 예를 들어 두 손을 모아서 짝!하고 상대방의 뺨을 때리면, 상대방 캐릭터가 납작해진 체로 동동 뛴다. 카멜레온의 혓바닥을 주욱 늘이기도 하며, 또 마무리로 멋진 공격을 성공시키면 피융하고 날아가는 장면도 연출된다. 단순히 외형이 귀엽고 깜찍해서 게임성이 모자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 번이고 대전을 하다보면, 무척이나 이 게임이 밸런스가 잘 맞고 파고들 요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필자도 과거에 친구들과 종종 이 게임을 즐겼었는데, 며칠하다보니 매우 진지하게 대전에 임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소닉 원작처럼 공격을 받았을 때 링을 흘린다는 점도 원작의 세계관을 뚜렷하게 반영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에그맨 등 숨겨진 캐릭터도 많이 나오니 익숙해질 때까지 즐겨보도록 하자.
소닉 더 헤지혹 CD

소닉 더 헤지혹 CD는 과거 세가가 의욕적으로 출시한 하드웨어 메가CD의 킬러 타이틀로 준비되었던 게임이다. 당시 세가는 메가CD를 출시하면서 동영상과 같이 대폭적인 용량을 필요로 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대표적인 타이틀이 소닉 더 헤지혹 CD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 봐도 꿀리지 않을 풍부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준 이 게임은 당시에 같은 CD를 매체로 해서 대용량을 실현하고 있던 NEC의 PC엔진 CD롬 게이머들 조차도 놀라게 만들었다. 또한 팩에 의존하고 있던 슈퍼 패미컴 게이머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었다(당시 실피드와 소닉 더 헤지혹 CD의 충격은 정말.. 여튼 이런 압도적인 동영상 놀이는 PS, 새턴을 지나 PS3, Xbox360에 오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메가CD는 용량만 대용량일뿐 화면에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 색은 메가드라이브와 같았다. 그래서 저용량 매체의 대명사인 PC엔진의 휴카드나, 슈퍼패미컴에 비해 그다지 화면이 좋지 못했다. 딴 얘기로 많이 빠졌었는데, 그런 연유로 소닉 더 헤지혹 CD는 메가드라이브와 그래픽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중간 중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 스테이지가 과거, 현재, 미래의 3개씩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 볼륨만 본다면 기존 메가드라이브의 작품보다 용량이 3배는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는 기존의 소닉 시리즈와 비교해서 무난한 편이며, 끝까지 클리어 하면 오프닝 동영상 못지 않은 깜찍한 엔딩 동영상이 나오게 된다. 그 동영상을 보기 위해 끝까지 클리어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닉 R

소닉 R은 소닉이라는 캐릭터에 레이싱이라는 장르를 대입해 이슈를 모았던 게임이다. 세가새턴용으로 제작됐던 이 게임은 새턴 특유의 거친 3D 그래픽으로 당시에 제대로 환영(?)받지 못한 면이 있지만, 각종 세이딩 등이 복합적으로 꾸며져 그나마(새턴 게임 중에서는)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편이다. 스피드의 황제라고 할 수 있는 소닉을 레이싱 게임으로 바꿔보겠다는 소망은 매우 그럴듯 했지만, 사실 이 게임이 당시 경쟁사의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견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화면이 나누어져 친구와 즐기기에도 좋고, 이리저리 코스를 따라 링도 먹고, 할 순 있지만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픽 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게임의 몰입도와 전체적인 디자인이 마리오 카트에 비해 썩 훌륭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당시에 세가새턴으로 나온 레이싱 게임 중에서는 꽤 훌륭한 편에 속한다. 세가새턴으로 발매되었던 데이토나USA 등의 레이싱 게임은 사람들이 세가새턴에게서 눈을 떼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으니 말이다.
게임기어용 소프트 6개

사실 게임기어로 발매됐던 게임들을 큰 TV로 즐기기엔 조금 무리가 있음을 우선 밝힌다. 게임기어는 과거 닌텐도의 게임보이와 비교할 때에는 놀라운 그래픽과 효과를 보였었다. 크고, 무겁고, 건전지 6개를 넣고도 3시간 밖에 플레이가 안되어 휴대하는 가정용 게임기라는 별명이 붙었었지만, 성능은 훌륭했다. 하지만 그 성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휴대용이었을 때, 그리고 15여년 전의 기준을 뒀을 때 얘기다. PS3와 XBOX360 세대들에게 이 게임 퀄리티 정도가 어필이 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이런 게임이 휴대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면, 의외로 할만하다.

소닉더헤지혹2는 게임기어용 소닉 시리즈의 대표적인 게임으로, 진행은 할만 하지만 보스전이 어려운 편이다. 메가드라이브판 소닉의 경우 적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여러 개의 링이 퍼지지만, 게임기어 판에서는 공격 당했을 때 링이 하나만 나온다(그래서 그 링을 꼭 찾아 먹어야한다). 그리고 해상도 문제 때문이겠지만 확실히 시야가 좁다. 게임성은 쓸만하니 한번쯤 플레이 해보자. 소닉 스핀볼은 일종의 핀볼 게임으로, 시간 떼우기 식으로 생각하면 무난하다. 그외에 소닉앤테일스2, 소닉드리프트2, 테일즈의 스카이 페트롤, 테일즈어드벤처라는 게임이 들어있다. 다들 조악한 수준이긴 해도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니 해보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플러스 알파, 소닉만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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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는 과거에 메가드라이브로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도 다수 들어있다. 먼저 벡터맨 시리즈가 들어있다. 벡터맨이라면 사실 잘 모르는 게이머들이 많을텐데, 이유는 이 게임이 일본에서는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 풍은 일종의 록맨 처럼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완성도가 높으니 1, 2 모두 꼭 플레이 해보길 바란다. 보난자 브라더스 또한 명작 그 자체다. 일단 뺀질뺀질, 튀어나올 듯한 깔끔한 그래픽을 가진 캐릭터들이 나오며, 이들이 도둑이 되어 경찰 몰래 각종 금은보화를 훔치는 내용이다. 총도 쏘고, 경찰도 다운시키고 하지만, 귀엽고 깜찍한 그래픽에 비해 난이도는 상당히 어렵다. 여튼 두명이서 협력 플레이를 하면 시간이 금방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에는 베어너클의 전 시리즈가 들어있다. 처음부터 선택이 되지는 않지만(차라리 처음부터 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시리즈는 메가드라이브 전 게임을 통 틀어서도 손꼽는 명작 횡스크롤 액션 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반드시 즐겨보도록 하자. 메가드라이브 게임 치고는 그래픽도 훌륭하고, 타격감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2편이 가장 마음에 들며, 용의 힘을 뿜어내는 노란머리 캐릭터를 가장 선호한다(1편은 백드롭 캐릭터). 이렇게 해서 소닉 젬즈 콜렉션의 모든 소개가 끝났다. 다양한 게임들과 다양한 놀이, 이것이 아마도 이번 작품의 모토가 아닌가 싶다. 추억을 상기해보며, 또는 과거의 명작을 몸소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요즘 게임과는 많이 비교될만한 게임들뿐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3만3천원)을 가지고 있고 쉬어가는 타임에 친구들과 즐기기에도 무난할 것이다. 또 과거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달 정도는 푸짐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