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정 대표 '보드게임은 에듀케이션의 중심'
최근 교재 등을 이용한 단순한 교육 방식을 탈피해 체험 형태의 실습 교육이나 만화, 게임 등 아동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사용한 교육 등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색다른 교육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교육 방식은 그동안 문제시 되던 획일적인 교육 방법을 벗어나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재미 측면을 강조해 교육성을 높이기 위한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나 만화를 이용한 교육 방법들이 실패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이용한 교육 방식에 의구심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이용한 교육이 단순히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한 기존의 교육 방식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교육과 놀이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늘 만나본 교육 보드게임 개발 업체 게임크로스에게는 교육시장이 커다란 도전 과제이며, 목표인 것 같았다.

"처음 보드게임을 즐기고 나서 느낀 기분은 '재미있다'와 '신선하다" 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게임이라는 것을 모르는 저에게 보드게임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죠"
게임크로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근정 대표는 첫 보드게임을 접했을 때 얼마나 들떴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당시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던 이 대표는 외국 유명 마트나 업체를 방문할만한 기회가 많았는데 이때 우연히 매장에 전시된 보드게임을 접하게 됐고 재미삼아 모으던 게 어느새 20~30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주변의 권유로 방문한 국내 보드게임카페를 보고 난 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보드게임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뛰어 들고 나서는 막막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때 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보드게임카페 외에는 큰 유통 경로도 없었으며, 막상 소비자들도 보드게임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매해야하는지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 이런 시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그때 이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할인마트. 그때 당시 국내 보드게임 유통사들은 보드게임카페 외에는 크게 유통하는 곳을 찾지 않고 있었으며, 소비자들도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라 대형 할인마트에 보드게임을 판매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후 보드게임 루미큐브의 국내 판권을 획득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할인마트에 루미큐브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걱정 반 근심 반으로 시작했던 보드게임 유통 사업이 의외의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 대표는 보드게임 사업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막상 유통 쪽에 재미를 보다보니 정작 하겠다고 이야기했던 개발 쪽 일은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약 1년 정도 남은 루미큐브의 유통 계약을 포기하고 보드게임 개발사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게임크로스죠"
교육쪽 전문가들로 구성된 게임크로스의 첫 보드게임은 '노빈손 경제대륙 아낄란티스를 가다'였다. 이 보드게임은 유명 교육 브랜드인 '노빈손'을 사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탄탄한 게임성과 경제교육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인기의 요인은 바로 교육이라는 측면과 게임이라는 부분이 잘 맞아떨어지게 된 것으로 그때 당시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춘 타이틀을 꺼낸 것이 큰 효과를 본 것이다.
"독일 보드게임을 접한 후에 생각한 것이 에듀케이션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개발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의 보드게임들의 특징은 교육적인 측면도 강조하고 있지만 놀이라는 점이 더 중요시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분명히 교육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 게임을 즐기면서 교육도 하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국내에선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교육 보드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교육적인 측면이 놀이보다 앞서지 않으면 안됐고, 사행성이나 경쟁심리가 강해지는 것도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 대표는 교육이라는 요소를 전반에 보여주면서도 놀이라는 걸 빠뜨리지 않기 위해 고민하게 됐고,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여러 번의 실패 사례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고심해서 만든 보드게임 '노빈손 경제대륙 아낄란티스를 가다'는 학부모들의 호평 속에 판매됐다.
"학부모님들이 생각보다 이런 게임을 굉장히 기다리신 것 같았어요. 어떤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교육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겁니다. 불편하잖아요. 아이들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키는 것 같고, 아이들이 불편해도 안 시킬 수 없는 게 교육이죠. 근데 이 보드게임을 하면 아이들이 자기들이 좋아서 즐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부도 된다는거에요. 그래서 이런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린 보드게임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특히 교육 중에서도 학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수칙연산 부분일 것이다. 이 대표는 수칙연산의 교육을 쉽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생각했고,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셈셈피자가게'라는 게임을 출시하게 됐다. '셈셈피자가게' 보드게임은 게임의 룰이 더하기와 빼기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동안 약 100번 이상의 연산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한 획기적인 교육 보드게임이다.
"저도 아이들한테 더하기 빼기 교육 가르치려면 힘들거든요.(웃음) 그래서 학부모님들도 편하게 교육시키면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죠. 덕분에 '셈셈피자가게'는 연산 공부를 시켜야하는 학부모님의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보드게임 개발 업체로 남기 위해 교육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드게임의 이점만을 이용한 단순한 교육 보드게임은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즐겨야하는 이유(또는 목적)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게임크로스를 알릴 수 있을 것이고 보드게임의 긍정적인 측면과 건전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게임크로스는 구구단과 나누기 등의 다른 수칙연산을 활용한 셈셈 시리즈를 추가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구구단을 소재로 하고 있는 '셈셈테니스올스타'는 아이들이 테니스 경기에서 공을 치듯 자연스럽게 구구단을 사용하게 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구구단의 결과에 따라 승패를 좌우하는 간단한 형식의 게임으로 소요 시간 역시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올해 안에는 약 6개에서 8개정도의 교육용 보드게임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수칙연산도 좋은 소재이지만 역사나 지리, 과학 등의 다른 소재들을 이용한 보드게임도 검토 중에 있죠"
이 대표는 교육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이 사업이 힘든 길이긴 하지만 평생 이 사업을 위해 매진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이 시장의 성공 여부를 떠나 보드게임의 건전한 측면과 교육적인 측면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생각처럼 건전한 보드게임을 통한 즐거운 교육 환경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며, 게임크로스의 교육용 보드게임이 보드게임의 고장이기도 한 독일이나 유럽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