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액션, 아쉬운 완성도. 다크보이드
네임 밸류(Name Value)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하면 '이름이 지니고 있는 가치' 일 것이다. 이윤을 얻기 위해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은 상호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문화 컨텐츠인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게임회사는 그 회사가 쌓아올린 역사가 그대로 하나의 가치가 되어 상호명에 스며들어가 있다. 우리는 캡콤이란 회사를 알고 있다. 최초로 2D격투게임을 대중화 시킨 회사. 수많은 명작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만든 회사. 3인칭 액션 게임의 선구자. 등등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는 캡콤 말이다.

|

---|---

|

비록 제작을 한건 아니지만 캡콤의 네임밸류를 등에 업은 게임이 등장했다. 게다가 무려 어깨너머 시점의 3인칭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에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섞어놓은 모습으로 말이다. 캡콤의 이름으로 나온 액션 게임이라는 말에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게이머들도 제법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제작사는 캡콤이 아니다. 조금 관심있는 게이머라면 예전 Xbox시절의 크림슨 스카이라는 게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팀펑크 시대의 시원시원한 공중전이 인상적이었던 크림슨 스카이를 제작한 팀이 바로 이번 다크 보이드를 만든 에어타이트 게임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얼마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
보이지 않는 정글
다크보이드는 기본적으로 두가지의 게임모드를 초반에 분리시켜 보여준다. 프롤로그는 플라이트 슈팅게임으로 시작하며 본게임이 시작하면 캐릭터의
어깨너머로 바라보는 시점의 3인칭 액션게임으로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실제 이러한 방식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구현된 진행방식으로 각
스테이지마다 마련된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모드를 번갈아가며 즐기는 방식은 결코 새로운게 아니다. 플레이어는 아마 이때부터 큰 특징적인 면모가
없는 3인칭 액션게임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

---|---
조작감은 나쁘지 않지만 움직임은 생각보다 답답하고 박력도 없다. 사방에 놓여있는 지형지물이 엄폐물이 되어 굉장히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주인공의 무시무시한 방어력과 뛰어난 근접전 공격력을 생각해볼때 오히려 초반의 전투는 무작정 뛰어들어가 근접전으로 끝내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난이도 노멀기준)적들의 움직임도 매우 단조로우며 실제 특별한 제약이 없는 미션은 지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군과 같이 싸우는 미션도 나오지만 기어스 오브 워의 그것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다크보이드의 지상전은 기어스 오브 워의 향기가 물씬 풍기지만 결코 그것처럼 강렬하진 않다.

|

---|---
끊이지 않는 하늘
슬슬 다크보이드만의 무언가를 선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층으로 나뉘어 있는 곳에서 싸우는 전투일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경우(후에
부스터를 얻으면 올라가는 경우도 포함)밑에서 올라오는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데. 자동으로 바닥에 엄폐가 되면서 마치 건슈팅의
감각으로(정확히는 타임크라이시스에 가까운)전투를 행하게 된다. 건슈팅과 다른 것은 자유롭게 밑으로 내려감으로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며 적과 근접시 접근공격으로 일격에 모든 적을 해치울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때의 다이나믹한 시점은 꽤 인상적인데
어딘가에 매달려 힘겹게 총격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
본격적으로 다크보이드가 시작되는 것은 주인공이 부스터로 날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 게임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서로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방식이 끊이지 않고 연결된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언제든 걸어다니는 상태에서 플라이 버튼을 두번 누름으로서 당장 플라이트 슈팅에 돌입할 수 있다. 반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도 원하는 때에 언제든 땅바닥에 내려와(바닥이 있다는 전재하에)은폐, 엄폐하며 소규모 총격전을 벌일 수도 있다. 이 모드의 전환이 매우 유연하며 자연스럽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굉장히 스펙타클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공중전은 지상전과는 다르게 안정된 감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기본적인 도그파이트는 물론이고 이 게임의 주인공이 로켓티어 임을 잘 살려주는 순간뒤돌기도 높은 활용도와 더불어 짜릿한 손맛을 제공해준다. 게다가 적기는 배리어만 제거한다면 탈취하는 액션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초반에는 제법 흥미로운 요소였으나 너무 한가지 방식만 등장하여 후반에는 좀 지루해졌다. 좀 더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 보스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플라이트 슈팅과 액션이 적절히 가미된 흥미로운 공략이었다.

|

---|---
이렇게 공중전과 지상전을 번갈아가며 전투를 벌이게 되면 적에게서 테크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무기나 부스터를 강화할 수 있다. 무기의 수는 많지도 않은데다 특성을 공유하는 무기마저 있어서 다채로운 무기를 활용하는 재미같은건 느끼기가 힘들다. 대신 무기상자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 원하는 무기로 교환가능하기 때문에 불편한점은 없었다.

|

---|---
일루미너티
다크보이드의 세계관은 굉장히 독특하다. 물론 독특한것이 마냥 좋기만 한것은 아니다. 짧은 게임 플레이에 많은 이야기를 경험시키려는
제작사의 의도는 제대로 전달된것 같지 않다. 이 세계관은 상당수의 흥미로운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비밀, 세계대전이
시작하게 된 계기, 외계인들, 원주민들, 그리고 다른 차원에 이끌려 들어가 적응하며 살게 된 생존자 등등 음모론을 평소 즐기던 사람이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볼만한 요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

---|---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큰 개연성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휙휙 지나가는데다가 강렬한 임팩트를 줄만한 연출도 별로 없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기 힘든 캐릭터들이 이끌어 나가는 세계관은 몰입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시절 외계인과 조우한 사람들이 외계문명을 흡수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진 부분이나, 인간으로 변신하는 외계인 등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B급의 느낌이 좀 무미건조하게 구현된 느낌이다. 특히나 마지막 스테이지는 보스의 디자인이 이전까지의 외계인과 안어울리게 너무나 이질적이었고, 엔딩의 연출은 민망한 수준이어서 화려한 배경을 제외하면 마무리 또한 인상적이지 못했다.

|

---|---
어둠의공허
뭔가 민망한 제목만큼이나 플레이 하는 내내 어색한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B급 문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감각은 다크보이드에서는
찾기 힘들었으며, 방향성을 찾지 못한 본 게임은 메이저와 B급 사이에 낀 어중간한 분위기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외계인과의 전투에 조금
더 코믹한 요소를 가미했거나 아니면 아예 분위기를 무겁게 깔고 고어한 이미지로 나갔다면 허술한 세계관이 조금은 용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

|

하지만 액션만 떼어놓고 보자면 다크보이드는 놓치기 아까운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아콘의 공략처럼 플라이트 모드와 액션모드를 활용해야 가능한 적이라던가, 부스터를 얻자마자 하게 되는 쉴드 폭파와 같은 지상전과 공중전의 요소를 모두 활용해야 하는 미션은 오히려 시네마틱 부분보다 더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아마 캡콤의 타이틀을 달고나오지 않았다면 다크보이드의 평가는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액션의 명가인 캡콤답게 인상적인 액션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차기작은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크보이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