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회사가 내놓은 볼링 체험 게임, 브런즈윅 프로 볼링
소니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모션 컨트롤러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이하 무브). 동시 발매 타이틀인 스포츠 챔피언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무브 대응 스포츠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미국의 당구 및 볼링 용구 전문 업체인 브런즈윅(Brunswick)사에서 내놓은 볼링 게임 브런즈윅 프로 볼링(이하 브런즈윅 볼링)이다.

미국 유명 볼링 브랜드인 브런즈윅.
PS, PS2, Wii 등 다양한 콘솔 기종으로 볼링 게임을 발매한 전통(?)있는 브랜드다
그동안 다양한 기종으로 발매한 브런즈윅의 볼링 게임처럼 이번 브런즈윅 볼링도 회사의 홍보용 게임에 가깝다. 그리고 홍보용 게임답게 브런즈윅 볼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브런즈윅사의 물품으로 가득하다. 유니폼, 볼링공, 시설물 등등 오로지 브런즈윅의 제품들뿐. 그렇다고 특정 기업의 홍보용 게임이라 하여 거부감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 시시때때로 브런즈윅의 로고가 뜨는 등 과도한 홍보는 없고 실제 볼링장에서 보이는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 게임이나 축구 게임에서 경기장의 광고판에 특정 회사의 로고가 보인다고 그 게임이 특정 게임의 홍보용 게임처럼 느껴지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브런즈윅 볼링도 이러한 선을 지키고 있다.

메인 화면부터 브런즈윅 로고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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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방해될 정도로 거슬리는 광고 노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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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에 집중한 게임 구성
스포츠 게임은 흔히 게임이란 특성을 빌려 판타지에 가까운 과격한 묘사가 주를 이루거나 최대한 실제 스포츠와 흡사한 감각을 추구한다.
브런즈윅은 후자로서 실제 볼링 플레이에 가까운 묘사들이 많다. 볼링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핀이 넘어지면서 볼링공이 넘어갈
때까지의 그 모든 것이 실제 볼링장에서의 모습처럼 사실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이것이 던지는 손에 따라, 던지는 위력에 따라, 던질 볼링 공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또 대단하다. 심지어 옵션에 따라 전광판에 스트라이크, 더블 등의 플레이를 축하하는 동영상까지 재현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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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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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볼링장도 점수 전광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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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영상이 흘러나오곤 한다
이런 사실적인 플레이는 무브의 섬세한 인식이 큰 역할을 했다. 문자 그대로 공을 뒤로 뺏다가 앞으로 휘두르면서 공을 놓는 순간까지 모든 행동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쉽게 확인해보고 싶다면 팔을 앞으로 내밀 때 트리거를 계속 누르고선 팔을 휘둘러보자. 경계선 바로 앞에서 게임 캐릭터의 팔이 플레이어의 팔에 따라 똑같이 움직인다(여기서 팔을 앞으로 내밀면 타이밍이 늦은 투구로 인식해 아주 느린 볼이 나간다).

휘두르는 팔에 따라 캐릭터의 팔이 움직이는게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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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던지려다가 다시 던지고 싶으면
팔을 뒤로 뺀 상태로 공을 놓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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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의 이런 인식 능력은 팔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팔을 휘두르는 속도, 컨트롤러 회전, 공을 놓는 타이밍까지 감지하여 투구 결과에 반영한다.
여기에 투구 방향과 위치까지 감안하여 보다 사실적인 볼링 체감을 가능토록 한다. 충실한 사실 재현은 이렇게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나올 수 있다.
여기서 브런즈윅 볼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바로 '오일 패턴'이란 시스템인데 윤활제로 도포돼 육안으로 라인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실제 볼링장과 달리 브런즈윅 볼링은 버튼을 통해 라인의 오일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오일 패턴에 따라 조준
난이도와 회전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간과하면 플레이어의 의도와 다른 투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마치 골프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바람 세기와 땅의 경사도에 따라 퍼팅 결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게임의 큰 특징인 사실감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게임으로서의 요소를
집어넣은 좋은 예이다.

오일 패턴을 재배하는 자가 라인을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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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요한 요소이건만 게임 내외 모두 색깔에 따른
변화 설명이 전무해 직접 던져 보면서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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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와 구매 사이
브런즈윅 볼링은 실제 볼링 감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볼링 초보가 대충 휘둘러도 중간 이상의 성적을 낼 수는 있는 쉬운 조작
난이도로 누구나 컨트롤러를 휘두르는 재미가 있고,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원하는 볼링 고수의 욕구를 충족하는데도
충분하다. 사실적인 볼링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플레이를 권해도 될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런 플레이 욕구가 그대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구매에 가장 영향을 주는 가격부터 보자. 브런즈윅 볼링의 정가는 39800원.
PS3용 게임 소프트 가격 중에선 평균 아래지만, 헤비레인 무브 에디션, 스포츠 챔피언 등 여타 정식 발매한 무브용 게임들도 비슷한
가격이다. 무브란 주변 기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을 감안하면 가격만 가지고는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그렇다고 무브 없이 듀얼쇼크로
플레이하기엔 브런즈윅 볼링이 자랑하는 사실감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같은 가격의 다른 무브 게임과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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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레인이야 장르가 다르다쳐도 볼링이란
주제를 빼고 스포츠 챔피언과 비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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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 브런즈윅 볼링의 듀얼쇼크 조작은 버튼 입력과 함께 무브처럼 잡고 휘둘러야 한다. 그리고 악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때야 공을 던져서 손에 힘을 주기가 곤란하다. 무브로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공의 속도 때문에 있는 힘껏 휘두르다가 컨트롤러를 놓칠 때가 간혹 있었는데 무브보다 더 잡기 힘들고 더 무거운 듀얼쇼크를 무브 스트랩 같은 안전장치 없이 휘두르다 순간의 실수로 놓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무브 전용 게임은 아니니 듀얼 쇼크로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어지간하면 말리고 싶다. 아니, 사고 방지 차원에서 이 게임은 무브 대응이 아니라 무브 전용으로 나와야 했을 지도 모른다.

Don't try this at home.
듀얼쇼크 하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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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편한 무브조차 저런 경고문이 있다.
은근히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여러분, 주의문은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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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즈윅 볼링을 구입할 만한 매력은 또 뭐가 있을까. 게임의 볼륨? 빠른 시작, 연습 모드, 미니게임, 일종의 캐릭터 육성인 커리어 모드에서의 토너먼트, 리그, 라이벌 매치 등등 스포츠 게임으로서 있을만한 콘텐츠는 있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결국은 라인 위에 공을 굴리는 한 종류의 게임만 할 뿐이다. 비슷한 딜레마를 가진 게임으로는 골프가 있겠는데 이쪽은 18홀*필드 숫자와 골프채 종류에 따른 다양한 플레이 방법이 있어 쉽게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브론즈윅의 공 종류는 초기 설정 기준으로 10, 30, 50 세 종류이고 오일 패턴으로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미니게임은 미니게임일 뿐). 이 제한적인 변수를 '충분한 다양성'으로 받아드릴지 '정형화된 패턴'으로 받아드릴지는 플레이어의 몫이지만, 무브의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평가는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파고들 요소인 캐릭터 육성과 꾸미기도 많이 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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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가 다양하다고 꾸미는 맛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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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및 오프라인 멀티플레이? 네트워크의 경우 필자가 리뷰를 위해 플레이 한 약 2주 동안 4인 대전을 하지 못 할 정도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아직 발매 초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장르의 특성과 게임의 유명도를 감안하면 이후로도 같이 할 사람을 찾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오프라인에서의 접대성 플레이는 상당히 괜찮다. 브런즈윅 볼링의 다인 플레이는 하나의 컨트롤러를 번갈아가면서 쓰는데 다른 무브용 게임과 달리 실제 볼링에서도 하나의 라인을 돌아가면서 쓰는 만큼 게임 흐름이 끊기거나 번거롭단 느낌은 적다. 만약 상대방이 볼링을 한 번이라도 해봤거나 할 줄 아는 사람들끼리만 한다면 실제 볼링장과 비슷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인 플레이가 가능한 스포츠 장르의 게임이 접대용으로 쓰이곤 하는데 브런즈윅 볼링은 이 용도에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조용필이 부릅니다. "외로워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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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랭킹도 네트워크 대전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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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부 플레이어들에겐 게임 구매의 척도가 된다는 트로피 획득? 스포츠 챔피언, 쿵푸라이더, 스타트 더 파티 등 여러 무브용 게임들이 트로피 획득 조건을 공개하고 획득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낮아 트로피 획득이 쉬운 반면에 브런즈윅 볼링의 모든 트로피는 조건이 비공개라 획득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획득 트로피 숫자가 많냐면 그것도 아니다. 무브용 게임 중에서 트로피 숫자가 가장 적었던 쿵푸라이더의 트로피 갯수는 13개, 브런즈윅 볼링은 이보다 적은 12개(플래티넘을 제외한 실질적인 갯수는 11개)이다. 공략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한 트로피 획득을 목적으로 구입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계륵이라 하긴 미안하다. 그런데 다른 표현이 없다
무브만이 아니라 위, 키넥트 등 다른 콘솔의 모션 인식 컨트롤러에서도 스포츠 게임은 찾아보기 쉽다. 스포츠 장르만큼 직감적인 모션 컨트롤러
이용에 적합한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런즈윅 볼링은 무브의 성능을 잘 살리는 동시에 직감적인 볼링 재현에 성공하면서 모션 컨트롤러를
이용한 스포츠 게임의 좋은 본보기라 해도 과찬이 아니다. 점점 볼링장이 사라지는 국내 현실을 생각하면 대안으로 삼기에 좋다.

볼링하는 것 자체만 따지면 참 뛰어난데 말이지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재 볼링의 재현이란 본분에 충실한 것만으론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란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지만, 너무 심플하지 않은가. 많은 스포츠 게임이 실제 플레이의 재현에서 끝나지 않고 게임만의 여러 재미를 첨가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현행과 동떨어져있다. PS3란 하드웨어와 무브란 뛰어난 모션 컨트롤러를 쓰는 만큼 보다 여러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더 뛰어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을 계륵이라 표현할 때는 보통 안 하자긴 아깝고, 하자니 즐기기 미묘한 게임인 경우다. 그러나 브런즈윅 볼링은 조금 다르다.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볼링 플레이 자체를 즐기느냐, 게임으로서 즐기느냐의 문제다. 게임으로 즐기기엔 단점이 명확한 게임이지만, 이 점을
감안할 수만 있다면 브런즈윅 볼링은 볼링 자체를 즐기기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염두하는 게이머가 있다면 이 점을 상기하고
구매를 결정하라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