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알바 e-스타디움 일기] '스페셜포스' 5차리그 예선전

안녕하십니까, 매일매일 용산 전자랜드 '인텔 e-스타디움'(이하 경기장)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후알바입니다. 오늘은 지난 9일 있었던 ''스페셜포스' 5차 리그 예선전'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이렇게 출동했습니다. 이번 '스페셜포스'행사는 처음부터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행사 시작시간이 아침 10시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무엇보다 황금 같은 토요일 전부를 날려버려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소문 때문에 전 토요일 아침 일찍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소문이 무엇이냐고요? 바로 '미모의 '스페셜포스' 여성 게이머들이 온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달려간 행사장에선 경기 시작 전 몸을 푸는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친구, 동료 클랜원들로 인해 마치 시장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취재한 경기장 행사가 벌써 세 번째인데 이번 분위기는 도저히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를 가지고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해보려 했으나...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5분에 한번 꼴로 카운터로 가 쉬는 저를 발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이팅!", "xx에 적 출현!" 등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실시간 정보 공유 소리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죠. 후알바도 남자,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남자. 남자가 남자의 외치는 소리를 기분 좋게 듣기는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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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남자부 경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예상시간과 비슷하게 끝났습니다. '3 S.Players', 'SKY', 'ZPZG', '구미연합' 등의 방송 진출 팀이 가려지며 각각의 표정을 한 채 남성 게이머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후알바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생생한 정보를 담아보려 했지만, 주최 측에서 대전 상대 팀들을 여기저기로 떨어트려놔 이 팀이 여긴지, 저긴지 찾아다니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습니다. (네.. 다음부턴 더 바쁘게 뛰어다니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를 하는 중간 중간 두 팀 정도는 무대로 올려 스크린을 통해 중계를 해주며 플레이 했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은데 다 이유가 있겠죠?

약 30분간의 중간 휴식시간을 가진 후 여성부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후알바는 접수처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자 경기장에서 쓰는 사다리를 가져와 카운터 옆에 놓고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장으로 들어오시는 분마다 사다리와 그 위에 올라앉은 후알바를 보며 흠칫 놀라거나 신기한 듯 바라보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 이유가 뭔지 몰랐으나 잠시 후 '의자라도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는 진행 staff들 덕분에 나름 취재를 위해 가져온 사다리가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다리를 치우고 다시 사진을 찍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여성부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남성부 경기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해 여성부 경기는 제대로 관람하려 했는데, 역시나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는 후알바였습니다. 남성들이 외치는 소리가 "우워~! 우워!"하는 소리였다면 여성 게이머들의 소리는 그야말로 앙칼진 목소리의 외침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주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곳곳의 사투리와 섞여 나오는 게임용어들은 마치 외계어를 듣고 있는 듯 했습니다. 오죽하면 주최 측에선 '데시벨' 체크를 해야 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부 TaniA팀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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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경기가 오히려 남성부 경기보다 더 치열하게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그 외침들은..) 하지만 오히려 그 가운데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팀들도 있었습니다. 1조의 'Soar'과 2조의 'Or Lady'는 예선 경기에서 3승으로 가뿐하게 본선에 진출하는 등 치열했던 접전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어렵지 않게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여성부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서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외쳐주고, 대응책을 제시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위에서 얘기했던 1위 팀의 경우엔 한 명이 외치면 옆에서 전달을 해주고 듣는 즉시 빠르게 대처하는 등 일사 분란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오랜 연습을 통해 팀원들 간에 어떤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힘든 일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서로 얘기해주고 소리를 질러도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잘 보였습니다.

본선 진출 2팀이 가려지고 시작된 패자 부활전은 더 치열한 양상을 보여줬습니다. 2승 1패로 안타깝게 떨어진 'Skycore'나 'Dylliss'는 자신들이 떨어질 팀이 아니었다는 듯이 과감한 공격과 일사 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팀을 압도해 나갔으며, 3패로 떨어진 'Dorothy'나 'TaniA'는 자신들의 실력이 1차전의 모습이 아니라는 듯 다시 다가온 본선 진출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었습니다. 하지만 1조에선 'Dorothy'나 'Linda'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Skycore'가 2승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2조에선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졌습니다. 3팀 모두의 본선 진출의 열망이 반영된 듯 모두 1승 1패를 거두며 동률을 이뤘습니다. 재경기를 할 것이냐, 승률을 따질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3팀 모두 1승 1패를 이뤘으나, 승률에 따라 'TaniA'팀이 본선에 진출합니다!" 한 팀의 환호성과 두 팀의 탄식이 들려오던 순간이었습니다. 1차전 전패로 후알바가 탈락할 거라 생각했던 'TaniA'가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후알바의 저주가 역으로 실현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TaniA'팀을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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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본선에서의 조 편성과 경기를 가질 맵을 뽑고 그날의 대회를 끝냈습니다. 예상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끝나 몸은 피곤했지만 플레이와 경기장에 만족한 참가자들을 보며 후알바와 얀알바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참, 경기장에 대회 참가를 위해 오시는 분들 중 자신의 개인장비를 가져오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물론 이어폰이나 헤드셋까지 개인용으로 준비해 오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개중엔 준비한 장비보다 경기장 장비가 더 좋아 자신의 장비로 낑낑대다가 경기장 장비로 바꾼 후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준 분들도 계셨습니다. 게임 중 튕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키보드의 윈도우 단축키도 빼 놓았으므로 앞으로 오시는 분들 그렇게 수고해서 자신의 장비를 가져오시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럼 'TaniA' 팀 인터뷰와 함께 오늘의 후알바 일기를 마칩니다. 아참 본 대회의 본선은 22일 열리며, 29일 방송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TaniA'팀 팀장 이안나(22, TaniA안나) 씨 인터뷰

Q : 1차전에서 3전 전패로 꼴찌를 했지만 2차전에서 1승 1패 동률을 이뤘음에도 승률로 인해 힘들게 본선에 진출한 'TaniA'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준비기간이 짧아 대회 내내 심하게 긴장을 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한 연습기간이 4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1차전의 3패 모두 1,2점 차의 안타까운 패배였기에 패자부활전에서 어떻게든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도록 활기를 불어넣으려 용기를 북돋우고 파이팅을 외친 것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 'TaniA'팀의 본선 진출이 결정되고 눈물을 글썽이시던데...

A : 저희 'TaniA'가 원래는 'E1' 패밀리의 여성부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성팀의 개별 사정으로 팀이 해체되며 여성들만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TaniA'팀을 결성했습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함께 있는 팀들에 계속적으로 패하며 4번의 도전 끝에 오늘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남성들이 우세를 보이는 FPS 게임에 여성들만의 힘으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TaniA'팀의 의지가 굉장히 확고해 보였습니다. 웬만한 남성들 못잖은 의지를 보여준 'TaniA'팀이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게임 생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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