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이 신선하면 뭐하나. 마인드 잭

시작은 좋았다
스퀘어에닉스에서 발매한(개발사는 필플러스. 외주 제작이다)TPS(Third-Person Shooter)'마인드 잭'은 발매 전까지만 해도 여타 TPS와 차별적인 요소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게이머들의 흥미를 끌었다. 플레이어가 원더러(WANDERER)라는 전자혼이 되어 여러 캐릭터를 원할 때 바꿔서 조작할 수 있는 '마인드 핵(MIND HACK)' 시스템, 엄폐 후 사격으로 이어지는 전투, XP를 통한 성장과 스킬 장착을 가미한 RPG 요소, 정신 침투를 주제로 한 SF 스토리, 언제든지 다른 게이머의 플레이에 난입하거나 내 플레이에 다른 게이머가 난입하여 적 혹은 아군으로 등장하는 유동적인 멀티플레이 등 대부분 신선한 발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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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잭의 핵심이자 전부인 마인드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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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핵은 주인공, 민간인, 군인, 로봇, 동물 등
몸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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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또한 설명서를 읽으면서 언차티드와 공각기동대의 퓨전처럼 느껴 조금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저런 요소들은 게임 개발의 시작인 기획 단계에서 정해졌을 터. 여기까진 좋았다. 그러나 시작은 절반일 뿐 전부가 아니었다. 전체적인 개발 능력 부족이 이 성공했을지도 모를 마인드 잭의 컨셉을 다 잡아먹고 말았다.

넌 나에게 당혹감을 줬어
이 게임의 처음이자 끝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건 '당혹감'이라고 확신한다. 마인드 잭을 처음 시작해 주인공을 움직일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좌측 아날로그 스틱을 왜 쓰는지 모를 앞뒤좌우 게걸음 이동과 우측 아날로그 스틱의 기울기와 따로 노는 시점 전환은 이 게임이 어떤 물건인지 알려주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간단한 진행을 끝내고 처음으로 전투가 벌어지자 필자는 다른 게임의 경험을 살려 바로 엄폐물에 몸을 숨긴 후 사격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탄알이 바닥날 때까지 쏴도 적에게 명중하지 않는 것이다. 밝혀진 원인은 간단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총구가 몸을 숨긴 엄폐물에 막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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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총구가 표지판에 막혀 명중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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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 총구가 실외기 뚜껑에 닿아 명중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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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의 가장 큰 줄기는 적과의 전투고, 엄폐와 사격을 지향하는 전투에서 엄폐물에서의 사격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함께하는 게임의 뿌리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마인드 잭은 전투를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엄폐와 사격 전환에 신경 쓰기도 바쁜 마당에 몸을 숨긴 엄폐물에 총구가 막히는지 시점까지 신경 써야 한다. 덕분에 타 게임이라면 손쉽게 끝낼 수 있는 전투를 마인드 잭은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엄폐물과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해매야 한다. 전투에 도움이 되어야 할 엄폐물이 방해가 된다니 이 무슨 넌센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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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기 싫어서 명중률이 떨어지는 엄폐 중 사격을
해보지만 튀어나온 팔만 맞아도 피격 판정.
그냥 몸 다 내놓고 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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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절대 안 맞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피격 판정이
생겨 엄폐물이 제 구실을 못 한다. 참고로 이건 '몸'이
아니라 '총'이 총알을 맞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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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스로 몸을 내밀기 전까진 엄폐물을 향한 공격을 막아줘야 할 텐데 엄폐물에서 조금만 캐릭터가 튀어나오면 바로 피격 판정을 받는다. 캐릭터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제대로 해야 할 캐릭터 보호조차 못 하는 실정.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편으로는 왜 엄폐물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캐릭터의 피격 판정을 넓게 설정했는지 개발사의 의도가 궁금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번 중 1번 맞을까 싶은 무력한 격투 판정, 차라리 엄폐물이 더 도움이 되는 인질 잡기, 폼생폼사의 결정체 슬라이딩 사격 등 있으나마나한 전투 조작들이 한가득 아니, 분명히 유용했어야 할 기능들이 개발 능력 부족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완성도 때문에 무용지물로 변해버렸다. 마인드 핵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마인드 잭의 핵심 시스템인 마인드 핵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플레이어가 주인공, 주변의 NPC, 가사상태의 적에 직접 침투하여 조종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일정 피해를 당해 가사 상태에 빠진 적(방치하면 사망한다)을 정신 노예화 하여 아군으로 삼는 것. 정신 노예화의 경우 인공지능이 캐릭터를 움직이며 HP 회복이 안 되고 일정 구간마다 초기화 되는 특징이 있다. 게임 구조상 플레이어 혼자만의 힘으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어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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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시가 뜬 적을 정신 노예로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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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나면서 아군을 도와주는 NPC로 바뀐다.
그런데 이 놈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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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게임의 인공지능은 피아 구분 없이 '지능'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다. 아무리 많은 적이 나와도 같은 자리만 계속 고수하기, 피격 받든 말든 조준한 적만 노리기, 피격 판정 안 받는 엄폐물에 사격 등등 직접 눈으로 보면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각양각색의 바보짓을 다같이 저지른다. 게다가 이런 추태를 아군 인공지능들도 똑같이 따라한다. 정신노예로 만든 아군과 적과의 싸움을 지켜보면 몇 분이 지나도 자기들끼리 승부가 안 난다. 정신 노예만이 아니라 게임의 승패와 직결되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인공지능까지 다를 바 없어서 플레이어가 다른 NPC를 조작할 경우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게임이 끝나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주인공과 파트너 캐릭터가 동시에 쓰러진 후 10초가 지나면 게임오버라 두 캐릭터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엄폐 실종, 명중률 실종, 가끔은 회복조차 안 해주는 이 문제투성이 인공지능에게 주인공 캐릭터를 맡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결국 대부분의 싸움은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하는 플레이어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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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받든 말든 그들은 일편단심 지정한 타겟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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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인공지능을 설정하면 뒤에서 총을 맞아도
엄폐를 유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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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다. NPC를 조작할 때
저 멀리서 혼자 따로 노는 건 양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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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회복시켜줘도 하라는 엄폐는 안 하고
냅다 뛰어들다 다시 기절. 이 못 믿을 인공지능 때문에
NPC를 조작하기가 겁난다

이 정신 빠진 인공지능들은 게임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플레이를 재미없고 지루하게 만든다. 적, 아군 모두 인공지능의 행동 패턴이 단순해서 이에 맞춰서 싸우는 플레이어의 조작까지 같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인공지능을 쓰는 게 한계였다면 차라리 대대적으로 게임을 뒤엎어서 아군의 인공지능을 배제한 구조로 내놓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차라리 마인드 핵 시스템이 없는 마인드 잭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완성이라 생각하고 발매 했나
마인드 잭의 근간인 전투와 마인드 핵이 저 모양이니 다른 부분이 괜찮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겉보기에 멀쩡한 그래픽이 그나마 무난한 수준으로 버티면서 체면치례 할 뿐. 다른 부분이 너무 처참하다보니 평범해야 할 그래픽이 뭔가 더 대단하게 보이는 착각이 생긴다. 어쩌면 그래픽 작업에 개발 능력을 쏟아 붇는 바람에 사운드 효과가 발포음만 잔뜩 들리고 BGM은 있으나 없으나 다를 바 없는 퀄리티인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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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할 수준은 안 되도 처참한 완성도 속에서
그나마 무난한 부분이라 지적하기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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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벤트 영상은 공을 들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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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인 전투-이동-전투 및 특징 없는 보스전 등의 진행 구조는 지루한 전투 시스템에 방점을 찍는다. 어떠한 설정 하나 없이 총 하나 챙겨 들고 앞으로 죽죽 나가다가 보스가 나타나면 열심히 피하고 쏴서 맞추는 일이 다다. 덕분에 처음에 진행이 막혀도 마인드 핵을 이용한 전략적 플레이가 없이 반복 플레이로 패턴만 외우면 금방 뚫을 수 있다. 워낙 행동 패턴이 똑같아서 머리 쓰면서 전략을 짜는 플레이어를 바보로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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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쏟아져도 무섭다기보단 '언제 저걸 다 잡나'하고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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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러그인도 좋다기보단 '언제 저걸 다 모으나'하고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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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요소로서 XP 수집과 레벨업을 통해 얻는 5개의 규칙&20개의 기술 플러그인(일종의 게임 옵션과 스펙업 스킬 파츠)을 위해서는 저 지루한 전투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편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모으는 플러그인을 지루한 전투를 반복해서 얻어야 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이래서야 무늬만 RPG 요소다. 이왕 RPG 요소를 표방한 만큼 단순히 전투만 아니라 퀘스트, 미니 게임, 업적을 명시해서 캐릭터 성장과 플레이 동기를 유도했으면 좋겠단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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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플레이어의 챕터 정보를 확인한 후 팀을 골라
난입하는 멀티플레이. BLUE 팀은 상대 플레이어를
도와 같이 게임을 진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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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를 방해하는 RED팀은 BLUE팀을 막는 역할이다.
난입은 옵션에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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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게임 퀄리티가 이런 가운데 아주 만들다 말았다고 치부하기가 곤란한 점이 있으니 바로 멀티플레이. 단지 플레이어가 1명 늘어난 것뿐인데 게임 진행은 싱글플레이보다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지고 본래 마인드 잭이 보여줘야 할 협공 플레이가 조금이나마 이뤄진다. 회선 환경은 매우 쾌적해서 무선랜으로 플레이시 끊김 현상이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활성화 기간이 매우 짧은 반면에 마인드 잭이 게임 퀄리티에 비해 멀티플레이가 활발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멀티플레이조차 부족한 인공지능을 보충해줄 뿐이지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를 보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 다른 단점을 전부 감안하고 멀티플레이를 위해 이 게임을 붙잡을 사람이 앞으로 언제까지 남아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멀티플레이 환경을 이 정도로 잘 구축할 능력으로 다른 부분의 단점 좀 보완할 수는 없었던 걸까.

이 게임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나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그 말처럼 마인드 잭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계속 플레이하며 손에 익고 적응해 나간다면 못 할 것도 없다. 멀티플레이가 계속 활성화 된다면야 당분간은 이 게임에 적응한 게이머들이 떠나진 않을 테고. 그러나 이 적응하는 과정이 정신을 지치게 만드니 앞으로 게이머가 얼마나 유입될 지는 비관적이다. 게임은 즐기려고 적응하는 것이지, 적응하려고 게임을 붙잡지는 않으니까. 이 딜레마를 해결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다면 마인드 잭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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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핵 내용 자체는 괜찮은데 가격이랑 게임 본편이
이 모양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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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온라인 대응의 좋은 점이 바로 이거지.
그런데 패치가 계속 나와도 이 게임에 얼마나
희망이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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