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와는 다른 심오한 대전 액션. 아르카나 하트3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주 얕봤다
필자가 아르카나 하트3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었다. 고작 여자들만 잔뜩 등장하는 2D 격투 게임이란 이야기를 들은 정도? 그래서 핑크빛 배경 속에서 싸움은 고사하고 손찌검이나 해봤는지 궁금한 아녀자들이 자리 잡은 패키지 일러스트를 보면서 여자 캐릭터 숫자만 내세우는 B급 게임이라 여겼다. 지금까지 이렇게 여성 캐릭터를 전면으로 내세운 게임치고 성공한 게임이 시뮬레이션 장르를 빼면 몇 없으니까. 그래서 가볍게 즐기다 금방 플래티넘 트로피 따면서 리뷰를 작성할 줄 알았다. 아르카나 하트3를 받을 때 들었던 어려운 게임이란 경고도 그저 키 입력이 힘들거나 AI가 강하기 때문일 거라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만약 이 때 아르카나 하트 시리즈가 꾸준히 버전 업을 내놓았으며 전작과 이번 아르카나 하트3가 일본의 격투 대회 '투극' 종목으로 들어간 일을 미리 알았으면 이렇게까지 얕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나중 일이고 필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르카나 하트3를 가지고 돌아와 설명서부터 읽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하트 3 패키지 그림. 이 그림에 속은 사람이
필자 혼자가 아니길 빌어본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게임 오프닝에서 재차 방심한 사람이 필자 혼자...겠지

---|---

게임에 쓸 열정을 공부에 쏟으면 취직할 기세
학생 시절 게임하는 걸 어른들이 볼 때마다 하는 말이 있었다. "게임 할 시간에 공부를 하면 서울대를 갔겠다" 지금처럼 취업하기 참 힘들 때라면 '서울대'가 '취직'으로 바뀔 것 같은데 아르카나 하트3는 이 말에 딱 어울리는 게임이었다. 필자가 펼친 설명서에는 아르카나 하트3의 수많은 시스템 해설이 잔뜩 있었다. 체력 게이지, 강력한 기술을 쓸 때 필요한 아르카나 게이지, 긴급 회피 동작인 아르카나 버스트, 낙법, 날리기 공격 등 여타 2D 격투 게임에서 봤던 시스템만 많았다면 그렇게까지 당황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르카나 하트3의 고유 시스템이 여러 가지인제다 하나, 하나가 대전의 결과를 좌지우지 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해주는 설명은 매우 부족하다.
두꺼운 매뉴얼은 폼이 아니니 열심히 읽자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연습모드의 옵션은 정말 연습할 만큼만 지원해준다.
몸으로 싸우는 게임, 몸으로 배우라는 뜻인가

---|---

우선 버튼 하나로 상대를 자동으로 쫓아가는 호밍 시스템. 격투 게임에서는 서로 공격 가능한 거리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아르카나 하트3에서는 호밍을 이용해 지상, 공중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적을 쫓아갈 수 있다. 덕분에 호밍 시스템을 이용한 공중 전투가 지상 전투만큼 빈번하게 벌어져 '공중전'이라 표현할 만큼 스테이지의 모든 공간을 활용하여 싸워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호밍으로 쫓아가는 중에 방향키를 조작해 이동 경로를 바꾸고 감속과 함께 공격을 막거나 거리를 더욱 빨리 좁히는 관성 호밍, 사용하던 기술을 중단하고 쫓아가는 호밍 캔슬, 가드 중 무적 판정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가드 캔슬 전방 호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 시스템까지 가세하면서 호밍 시스템으로 전황이 바뀌는 경우의 수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난다. 그 결과 다른 격투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견제와 충돌이 이어지기 때문에 아르카나 하트3에 적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필자처럼 거리가 벌어져서 안심하고 낙법을 쓰다 호밍으로 쫓아온 상대에게 얻어맞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하트3를 책임진다해도 과언이 아닌 호밍 시스템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공중에 떠있을 때가 그렇게 무서운 게임은 처음이었다

---|---

캐릭터와 함께 선택 가능한 '아르카나' 시스템은 게임 제목인 만큼 게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아르카나의 신묘한 이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게임 설정상 아르카나 하트3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아르카나'란 존재를 파트너로 두는데 캐릭터와 별개로 이 아르카나만의 필살기와 초필살기, 일발역전을 노리는 아르카나 블레이즈란 고유 기술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아르카나를 게임내 설정과 상관없이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등장 캐릭터들의 종류가 단순 계산만으로 529(23*23)가지나 늘어나버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졌다. 격투게임이란 장르 특성상 자신이 쓰는 캐릭터 이해와 함께 상대의 캐릭터 이해도 일정 수준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경우의 수가 500가지 넘어가니 필자는 그냥 캐릭터 공부를 포기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또 이 아르카나가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에서 게이지 회복과 특수 효과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르카나들의 기술 이해를 넘어서 캐릭터와 아르카나와의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나마 캐릭터별로 효율이나 상성이 좋은 아르카나가 몇 가지 정해져있어서 다행이지 아르카나 밸런스가 더 복잡했다면 아르카나 시스템이 진입 장벽을 안 그래도 높은데 더 높여버렸을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캐릭터 만큼이나 많은 아르카나.
각각 상징하는 내용이 있단 점이 특징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기술들도 캐릭터 기술 못지 않게
박력이 넘친다

---|---

아르카나 하트3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시스템, 호밍과 아르카나에 적응한다 해도 관문은 아직 수두룩하다. 전체 캐릭터 중 약 1/4이 캐릭터 고유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캐릭터들도 기본에 충실한 인파이터부터 저축 커맨드, 원거리 견제, 스피드 및 콤보 중시, 잡기, 묵직한 한 방 등등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두루 갖추어 캐릭터마다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즉, 이 개성을 일일이 따로 공부해야 한다. 한편 드러난 시스템 외에 숨겨진 공식들이 매우 많아 체력에 따라 방어력이 달라지는 근성 수치나 낙법, 공격 상쇄 판정, 공격 레벨과 방어 경직까지 알긴 알아야 하는데 직접 보이는 부분은 적어 배우기 곤란한 시스템들이 너무 많았다. 공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 무시라도 할 텐데 캐릭터 성능과 바로 이어지는 부분이라 그럴 수도 없어 참 난감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르카나 하트3는 좀 치사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숨겨진 테크닉이 너무 많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드러난 테크닉도 활용 방안이 너무 다양해서
고수와 하수 격차가 너무 극명하기도

---|---

대전 양상을 결정지을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보니 실제 대전 중의 밸런스는 상당히 좋았다(타이밍 안 좋게 PSN에 문제가 생겨 사람과의 대전에서 체감할 기회가 없었던 건 굉장히 아쉬었지만). 상성이나 게임 특징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캐릭터는 있어도 각종 시스템과 변수를 이용하면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정도.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대책을 강구할 게임의 이해도와 이를 뒷받침할 조작 실력이 매우 많이 절실히 엄청 필요한 게 문제다. 격투게임이란 장르 자체가 동네에서 가볍게 즐기던 게임이라도 대회에 나오면 하드고어 수라도가 펼쳐질 만큼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배워야 할 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긴 하다. 그래도 아르카나 하트3가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의 수와 시스템 이해는 겉모습에 낚인 게이머는 물론이거니와 순수하게 2D 격투게임을 즐겨보려는 게이머에게까지 많은 부담을 준다. 세세한 수치 조정 대신 방대한 경우의 수로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기획 의도가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르카나 하트3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밸런스 조절을 잘 했다기보단 가위바위보 종류를
20가지로 늘린 느낌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건 잘한 일이지만, 이런 식의
밸런스 조절이 정말 올바른 지는 의구심이 생긴다

---|---

심플 이즈 베스트?
아르카나 하트3의 복잡한 시스템에 파묻힌 필자를 구한 건 문자 그대로 간단한 조작을 지원하는 심플 모드였다. 심플 모드는 기술 입력 방법을 간소화 해 버튼 하나로 통상 공격-필살기로 이어지는 간단한 콤보를 만들거나 방향기 ↑, ↓, ←, →와 공격키를 조합해 쓰기 어렵던 필살기들을 부담 없이 쓰도록 조작 체계를 바꿔준다. 여기에 옵션에서 두 개 이상의 버튼을 동시에 누를 때 사용할 단축키까지 정해주면 조이스틱으로도 버거웠던 기술 입력을 기본 패드로 마음껏 쓰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즉, 레버 세 바퀴를 돌려야하는 잡기를 약공격 한 번 누를 시간에 쓰거나 방향을 모으다가 사용하는 저축계 기술 입력을 연속 기술마냥 연달아 쓰는 진풍경이 나온다. 각종 시스템 덕분에 정신없이 펼쳐지는 공방 속에서 기술 입력의 간편화는 가뭄 중 단 비처럼 매우 고마운 부분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캐릭터 선택에서 고를 수 있는 심플 모드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공중에서 저축커맨드 기술을 3연타 날리는
기행 정도야 약과다

---|---

그러나 필자처럼 심플 모드만 믿고 너무 날로 먹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페널티 요소도 장점만큼이나 상당했다. 가장 뼈아픈 단점은 캐릭터의 기술을 100%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심플 모드에서 필살기 입력 방법은 ↑, ↓, ←, →,레버 중립+공격 이렇게 다섯 가지뿐이라 기술이 5개 이상 넘어가는 캐릭터의 경우 아예 일부 기술을 쓸 수 없다. 파생 기술이 많은 캐릭터는 맨 처음 기술만 발동할 수 있으면 문제없으나 아예 별개의 기술이 많은 캐릭터는 심플 모드에서 제대로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 또 약, 중, 강공격 버튼에 따라 공격 방법이 달라지는 기술들의 패턴이 하나로 정해지는 문제점이 있어 필살기 종류가 적은 캐릭터라고 심플 모드에서 받는 페널티가 결코 적은 건 아니다. 일반 공격과 특수기로 만회한다? 필살기의 약, 중, 강공격을 조절 못 하는데 통상 공격의 약, 중, 강공격을 조절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결정적으로 캐릭터마다 기본으로 정해진 아르카나 밖에 사용하지 못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아르카나 선택은 아르카나 하트3의 대전 양상을 좌지우지하는 중요 변수다. 그런데 이 아르카나를 캐릭터 당 하나 밖에 쓰질 못 하니 캐릭터의 성능과 다양한 전략이 원천봉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부 기본 아르카나와 상성이 안 좋은 캐릭터의 경우 더더욱 뼈아픈 단점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처음 심플 모드를 할 땐 패드로 조이스틱 사용자를 이길 수 있겠다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난이도 낮춘 스토리 모드를 빨리 깰 때는 잘 써먹었다

---|---

심플 모드에 대한 안내 자체가 부족한 점도 심플 모드를 쓰기 어렵게 했다. 연습 모드를 비롯하여 게임 어디에도 심플 모드에서의 기술 커맨드와 안내가 전혀 안 나와 있다 보니 간편하게 캐릭터를 쓰려고 심플 모드를 선택했다가 다시 일반 모드로 바꿔서 캐릭터 기술을 파악하고 다시 심플 모드로 돌아가는 주객전도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장단점을 경험해서 낸 결론, 심플 모드는 취미용이다. 사람이나 고난이도 CPU와 대전할 때 심플 모드를 쓰는 건 자충수일 뿐이고 아르카나 하트3를 격투 게임이 아닌 다른 용도로 즐기는 사람들이 CPU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플레이 할 때나 쓰자. 생각해보면 심플 모드로 플레이 할 사람들이라곤 이제 막 격투 게임을 시작해 기술 입력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아르카나 하트3를 격투 게임으로 즐기지 않을 사람들을 위한 기능이니까 각종 페널티들은 당사자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늘을 뚫고 땅을 가를 사나이의 기개가 폭발한 노림수
필자가 아르카나 하트3를 하면서 두 번 탄식했는데 한 번은 겉모습에 속았다가 아르카나 하트3의 방대한 대전 시스템에 기겁했을 때고 나머지 한 번은 남자의 본능이 솟아오르다 못 해 벌컥벌컥 넘쳐나는 게임 내용에 입이 벌어졌을 때이다. 앞서 겉모습에 속았다고 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격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 기준이었지 패키지에서 대놓고 드러내던 12등급 꽃밭 포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너무 적나라하게 솔직해서 참 장하다고 칭찬까지 해주고 싶을 지경.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뷔페 내지는 시장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는
등장 캐릭터들의 디자인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난이도 낮춘 스토리 모드를 빨리 깰 때는 잘 써먹었다

---|---

이 중심에는 23명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있다. 아니, 정정하겠다. 개성이 아니라 각종 페티시즘 집합체다. 헐벗지 않아도 충분히 남사스럽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각 캐릭터마다 알아보기 쉬운 복장과 액세서리로 치장해 섹스어필을 하는데 이걸 개성 정도로 치부한다면 수 만 가지의 페티쉬 속성을 추리고 캐릭터를 내놓은 게임 제작자들에게 큰 실례다(다른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들에게 페티쉬 속성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르카나 하트3처럼 23명이란 결코 적지 않은 인원들의 복장에 중복 요소가 적으면 확신범이다). 게임 플레이 중에는 태생이 2D 도트 캐릭터라 일러스트만큼 강력한 어필은 없지만, 필터를 적용해 최대한 도트의 흔적을 지웠고 초필살기처럼 강력한 기술은 3~4장으로 이루어진 일러스트 모션이 나타나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탈의 K.O라니... 제작사 너희들은 남자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심의 마크에 폭력성뿐인 12세 이용가 아르카나 하트3.
선정성을 느꼈다면 (필자 포함)이미 어른이다

---|---

화면 좌우에 위치한 '링크 애니메이션'은 화룡점정의 모범이다. 아르카나 하트3는 4:3을 기준으로 제작 되서 HD화질의 와이드 비율로 플레이하면 호밍 이동 등 여러 게임성과 밸런스가 달라진다. 그래서 옵션에선 와이드 모드는 지원하되 4:3 비율도 선택 할 수 있는데(랭킹 매치에선 4:3 고정), 이 때 좌우로 남는 공간엔 캐릭터의 상태를 나타내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화면 비율처럼 애니메이션 유무도 선택 가능). 이것이 바로 링크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애니메이션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대전 중 유리, 불리를 비롯해 피격 판정이나 히트 판정에 따라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나와 일러스트와 도트로 못 다한 여러 어필과 눈요기 몫을 책임지니 아케이드로 성이 안 차던 아르카나 하트3 게이머들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고해성사 하나 하자면 필자는 한 캐릭터의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 할 때마다 갤러리에 가서 게임 중에 못 봤던 링크 애니메이션 다 챙겨 봤다. 링크 애니메이션의 위력은 백문이불여일견, 격투 모션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걸 직접 보니 의외로 매력적이더라.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패턴은 몇 가지로 정해져있지만
은근히 실제 게임 상황과 잘 연결 된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링크 애니메이션 모으느라 혈안이 된 게이머가
추정치 10만 명(뻥)

---|---

게임 내 설정과 분위기의 경우 얼마든지 살벌해질 수 있는 격투 중심의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순화하고 메르헨 판타지처럼 포장했다. 일본 침몰, 악의 음모, 질투, 물건 쟁탈전 등 다른 게임이었으면 너죽고 나살자 난장판이 펼쳐질 사건들이 아르카나 하트3에선 어디까지나 사건 전개를 위한 설정으로 끝난다. 그 대신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래서 아르카나 하트3의 스토리 모드는 여자들만의 두근두근 핑크빛 온실 화원 페스티벌이다. 자매애나 평범한 우정처럼 그나마 상식적인 관계부터 딴 여자와 엮인다고 혼자 질투하며 울고불고 난리치는 말기 증상까지 마니아 중심의 서브컬처에서 볼 수 있는 상황 설정이 다 나온다고 봐야 한다. 이런 특징은 스토리 모드에서 앞서 싸웠던 상대에 따라 특정 캐릭터의 대사가 달라지는 모습이나 특정 캐릭터끼리 싸울 때 나오는 특수 대사에서 잘 나타난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대전 상대를 고르면서 스토리를 진행하지만,
실제 진행 차이는 없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심지어 스토리 모드 배드 엔딩마저
심각한 상황이란 분위기가 거의 없다

---|---

그래서 제 점수는요
은근히 터부시하던 여성 캐릭터 어필을 대놓고 저지르는 아르카나 하트3의 배짱을 좋게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격투란 소재는 오랫동안 남자들의 세계였고 지금도 남자들의 피와 땀이 섞이는 마초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니까 말이다. 어디의 인터폴 소속의 중국인 여형사가 격투 게임 시장을 뒤흔든 이후 점점 격투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늘었지만, 아직까지 격투 게임의 중심은 남성 캐릭터다. 그래서 격투 게임이란 장르 속에서 오로지 여자 캐릭터만 등장하는 아르카나 하트3의 호불호 논란은 세상이 뒤집어지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시리즈 시작부터 이런 비판은 각오했을 테고). 필자도 이 격투 게임 시장의 이단아를 즐기면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이 다 큰 어른과 싸우는 일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은 아르카나 하트3의 세계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게임으로서는 문제가 없다. 다만, 태생적 한계를
극복 못 하면 앞으로 억울한 딱지는 계속 붙을 것이다

---|---

그러나 아르카나 하트3는 필자가 처음에 얕잡아 본 것처럼 무시당할 게임은 결코 아니다. 격투 게임으로서 모션, 연출, 밸런스 등의 기본 소양은 갖추면서 고유의 시스템을 잘 살려서 다른 게임과 확실히 다른 감각의 대전 격투를 즐길 수 있단 건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다(여기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고달파서 문제지). 싱글 플레이가 스토리 모드, 스코어 챌린지 두 가지 뿐이고 오프라인 대전 옵션이 좀 빈약해 아쉽긴 하지만 방대한 네트워크 대전이 허전함을 채워줄 것이다. 각오 단단히 하고 격투 게임에 빠져들고 싶은 게이머나 뷔페처럼 종류 별로 준비된 여성 캐릭터들의 헉후헉후 므헤헷 시추에이션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 어느 쪽이든 기본 이상은 만족시켜줄 게임은 아르카나 하트3 말곤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여담으로 필자가 처음 노렸던 플래티넘 트로피는 복잡한 대전 시스템만큼이나 잔뜩 쌓인 트로피 리스트를 보고 빠르게 포기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