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정식 한글화 GBA 타이틀이라는...
게임의 오리지날 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주로 유명 애니를 소재로 게임을 만드는 반다이(반프레스토)의 게임답게 이번에 소개할 "원피스 일곱섬의 대보물"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화영화 "원피스"를 토대로 만든 게임이다. 애니 "원피스"는 일본의 후지TV를 통해 1999년 초부터 방송을 시작해 아직도 방영되고 있는 초 장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5편의 극장판과 OVA를 비롯해 특전영상과 스페셜이 출시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인기 몰이 덕분인지 국내에도 방영되고 있고 반응 또한 일본에 못지 않을 정도다.
소설이 반응이 좋으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인기라는 것이 있으면 애니도 게임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애니의 스토리를 게임에 담기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독특한 캐릭터 성이 게임에 녹아 들기 어려워서인지 애니에서 게임으로 환골탈태 한 작품들은 거의 쪽박을 차기 일쑤였다.
친숙한 캐릭터에 좋은 이야기 거리를 들고 게임이 출시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게임성이 떨어지는 탓에 게임을 하는 재미를 찾지 못해서다.
덕분에 노련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런 환골탈태(?)한 게임들은 기피대상 일 순위가 되는 것이 당연지사. 특히 반다이와 그의 계열사인
반프레스토에서 출시되는 애니 기반의 게임들은 그중에서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는 대명사 중에 하나였다. 물론 반프레스토를 명실공이한 게임
개발사로 올려놓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와 건담 시리즈는 그 재미와 완성도에서 충분히 논외에 대상에 올려 놀만 할 작품들일 것이다.
전작이자 대전 게임이었던 "윈피스 그랜드배틀"과는 다르게 RPG로 태어난 "원피스 일곱섬의 대보물". 애니를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없다는
오명과 다르게 원작의 매력과 즐기는 재미를 동시에 살릴 수 있을 것인지 하나하나 집어 보도록 하자.
"원피스"가 원작이어서 인지 "일곱섬의 비밀"(이하 일곱섬)에서도 루피와 그의 일행들이 주인공이다. 범죄조직 바로크 워크스의 눈을 피해 고잉메리호를 타고 비비왕녀의 고향 알라바스타로 향하는 루피 일행들. 화사한 날씨에 힘입어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었지만 때마침 이상한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오며 스토리는 전환기를 맞는다. 앵무새는 이곳 가까운 곳에 있는 일곱섬에 커다란 보물이 숨겨져 있고 그 장소를 알고 있다며 루피들을 보물찾기로 유혹한다. 원래 돈과 보물이 삶에 목적인 나미는 보물이라는 소리에 솔깃하지만 지금은 알라바스타로 향하는 것이 최우선 이라며 보물찾기는 아쉽지만 접어두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사이클론(소용돌이 바람)이 불어오고 고잉메리호는 좌초를 당하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이름 모를 섬 해변으로 밀려온 루피. 그는 순진하게도 동료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앵무새의 말을 믿고 섬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면으로 보나 더함도 덜함도 없는 "원피스" 다운 스토리다. 여기에 게임이라는 특성상 약간의 이벤트들이 더해져 있는데 원작의 느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녹아 들어 있다. 진행하는 맛을 더하기 위한 것인데 해어진 동료를 만나고 일곱섬의 보물로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이먼 해적단의 야욕을 막는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게임의 마지막 보스로 디자인된 사이먼 해적단의 두목이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출연하는 해적단의 4대 간부 또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낸다. 그러나 너무 뻔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아쉬운 대목이다. 게임을 어느 정도 수행하면 어떻게 마무리될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GBA최초 한글화 타이틀(물론 비공식 한글화는 논외다.)이란 칭호에다가 RPG라는 장르가 합쳐졌으니 스토리를 음미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기대로 끝나 버린 것이다.

갑자기 불어 닥친 사이클 때문에 동료들과 해어지게 된다.

바보 트리오. 웃기는 대사로 스토리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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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사이먼 해적의 두령이자 음모의 원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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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0가지의 인공지능을 가진 앵무새가 "일곱섬"이 얘기하는 새로운 점
언제나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의 욕구에 맞춰 신작게임은 항상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기 마련이다. 이는 유명게임의 아류작이라 던지
껍데기만 바뀐 게임이라는 등의 야유를 피하는 것도 이유지만 기존의 재미에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는 것만큼 유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곱섬"에서 준비한 새로운 요소는 독특한 인공지능을 가진 앵무새가 게임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마치 게임의 공략처럼 앵무새가
얘기해 주는 정보에 따라 아이템을 얻고 게임을 풀어 나간다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여기에 게임과 동봉되어 있는 시리얼 번호와
앵무새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 따라 성격과 알려주는 정보가 다르다는 설정이 더해져 있다. 때문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이 말하는 궁극적인 장점이다. 같은 게임을 하지만 서로 다른 아이템을 들고
서로 다른 이벤트를 클리어 할 수 있도록 제안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지 GBA를 연결해 앵무새가 말하는 정보를 게이머끼리 교환 할 수
있다는 설정도 더해져 있다.

이놈이 "일곱섬"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게임에 새로운 요소인 앵무새
아쉽게도 16000가지의 성격을 가진 앵무새는 게임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앵무새가 "일곱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고 정보를 얻어야
할 당위성이 게임 내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앵무새가 알려주는 정보가 쓰잘때기 없는 쓰레기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값어치만을
얘기한다면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최고의 장비나 무기 또는 좋은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줘서다. 그러나 쉬운 난이도에
RPG적인 요소보다는 미로 찾기에 중점을 둔 게임성 탓에 장비와 아이템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앵무새가 들러리가 된 이유다.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도 특징을 찾을 수 없는 그저 그런 미로를 몇 시간 동안 찾아 헤매서 아이템을 얻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앵무새가
외면 받는 요소일 것이다. 쓴 소리를 하자면 "일곱섬"은 장비나 아이템을 활용한 게임진행에서 재미를 얻어 낼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에 따른 앵무새의 성격도 말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앵무새가 좋아하는 음식(아이템)과 약간의 대화가 달라진다는 것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인데, 먹이는 음식에 따라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알려 주는 탓에 짜증이 나기 일쑤다. 새로운 음식을
먹여 봐야 같은 말만을 반복하는데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여도 새로운 정보를 알려줄 확률만 늘어나기 때문에 인내심을 많이 키워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이템 조합을 미리 알고 있더라고 앵무새가 알려 주기 전에는 합성할 수 없다.
RPG라고는 하지만 여러 장르가 혼합돼있는 것이 "일곱섬"의 전체적인 모습
장르 파괴의 짬뽕(?) 대세는 거슬릴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콘솔의 추세인 만큼 "일곱섬" 역시 여러 가지 장르의 재미가 혼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곱섬"은 세부적인 요소를 떠나 커다란 것만을 살펴보자면 필드와 전투 그리고 마을 안의 대화로 나뉜다. 각각 액션RPG와
시뮬레이션 그리고 정통RPG의 장점만을 따오려 한 노력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일곱섬"의 필드는 SFC용 "젤다의 전설"이나 DC의
"엘리멘털기믹기어"를 떠오르게 하는 퍼즐과 미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퍼즐을 풀어 길을 만들며 이동해야
한다. 물론 퍼즐이라는 것은 "젤다의 전설"류의 액션 RPG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의 특수능력을 활용해 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둥을 잡고 맞은편으로 이동하거나 갈라진 틈에 돌을 밀어 넣어 목적지까지 이동한다는 얘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퍼즐을 풀기 위한
능력과 액션들이 "원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 배분은 원작의 이미지에 따라 배분되어 있다.
특수능력과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탓에 "원피스"의 외전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퍼즐이 너무 쉽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퍼즐을 풀어내서 게임을 진행하는 성취감이 없기 때문이다. 퍼즐을 푸는 것인지 유람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짧게
끊어서 즐기는 휴대용 게임이라는 독특한 배경에 성인 보다는 연소자를 위한 게임이다 보니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대목. 허나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역시 앙꼬 없는 찐빵을 떠오르게 한다.
액션 RPG에서 빠지지 않는 미로 역시 "일곱섬"은 가지고 있다. 목적지로 통하는 출구를 찾아 움직이며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일곱섬"에서는 미로 찾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RPG라고 말하기보다는 미로 찾기 게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미로 찾기에 소모하기 때문인데 "일곱섬" 특유의 특징 없는 배경화면이 어우러지면서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다. 더구나 "일곱섬"은 "캐슬 액설런트"처럼 스크롤 방식이 아니다.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정지된 배경을 차례로 보여주는
배경 이동이 더해진 것이 "일곱섬"의 미로라는 얘기다. 그래서 미로 찾기는 어려움에 어려움을 더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런 미로는 플레이타임을
늘려 준다는 훌륭한(?)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특징 없는 갈래 길과 이로 인한 끊임없는 전투는 플레이어를 지치게 하고
게임을 포기하게 하는 독약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캐릭터의 특수 능력을 활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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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퍼즐을 풀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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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스테이지의 미로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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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르지 않은 구성에 평범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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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반프레스토인가? 전투는 슈퍼로봇대전의 그것과 흡사하다.
턴에 따라 공격을 주고받는 다는 것은 종례의 RPG와 다르지 않은 설정이다. 여기에 "슈퍼로봇대전"이나 "사이닝포스"처럼 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 "일곱섬" 전투의 특징이다. 전투에 공간과 거리의 개념이 더해진 꼴인데 작은 사각형이 모여 이루어진 필드에서
캐릭터의 이동능력과 공격 범위를 고려해 전투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적과의 거리와 포위공격 등의 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잘 살아나게
되었다. 물론 "일곱섬"은 일반적인 RPG특성이 강한 탓에 전투의 횟수가 많아 한 번의 전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그것을
감안해서인지 가로세로 5개의 사각형으로 좁게 필드를 만들었는데 어지간한 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면 한번에 양끝을 횡단할 수 있는
크기라 시뮬레이션이 가미된 것 치고는 빠르고 쉽게 전투를 치룰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전투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장시간 미로를 헤매이며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더해지면 "일곱섬"의 전투는 식상하며 타성에 젖기 쉬운 노가다로 전락해
버린다. 게다가 게임이 쉬운 탓에 아이템을 얻거나 돈의 효용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전투는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 되어버렸다.

슈로대를 연상케 하는 전투다.

때문에 이동거리와 캐릭터의 공격범위에
따라 자리 잡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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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와 공격 개념도 시뮬레이션 적인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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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성과 우연성을 강조한 것이 "일곱섬"이 추구한 전투다.
때문에 "일곱섬"의 전투는 지겹고 상투적인 모습이 되어버렸다. 물론 "일곱섬"도 전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애쓴 흔적은 보인다. 전투에 여러
가지 요소를 더해 불연속성과 우연성을 집어 넣기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항상 새로운 싸움을 추구하려 한 것인데 오브젝트를 전투 필드에
추가시키고 공격방식에 액션성을 더했다. 오브젝트는 필드에 놓여있는 대포나 폭탄 상자 등을 얘기한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막는 장애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이것을 사용해 공격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공격 방식에 액션성을 더한 것은 RPG의 치고 받는 것에 타이밍을 더한 것이다. 첫
번째 공격이 히트하면 적절한 기회를 노려 버튼을 눌러 연속공격을 한다는 설정이다. 방어 또한 적이 치는 순간을 잡아 버튼을 누르면 대미지가
감소한다. 이런 공수의 액션성은 RPG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누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 갈 정도. 게다가 캐릭터 마다 연속 타이밍이 달라 무료하게 반복되는 전투에서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오브젝트를
이용한다는 생각은 플레이어의 바지가랭이를 부여잡고 시간만 축내는 꼴이 되어버렸다. 넓지도 않은 필드에서 장애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번거롭게만 되었다. 게다가 대미지 또한 애매한 탓에 오브젝트 공격은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다. 궁극적인 이유를 꼬집으라면 자코가 오브젝트를
사용해 공격한다는 것이 게임에 난이도에 상관없이 시간만 소모한다는 것이다. 평상기 보다야 대미지가 크다고 하지만 쵸파의 회복 한번이면 체력이
전부 회복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MP는 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회복된다는 설정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투 중에서만 체력이 회복된다는
설정이 더해 졌으니 지겨운 전투시간을 부풀렸다는 느낌이다.

오브젝트인 상자와 대포. 캐릭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상자는 무작위로 필드에 숨어있다.
3차 슈로대의 돈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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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역시 렌덤하게 나타난다.
나미의 위험해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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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의 대화만이 잠깐 RPG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필드의 퍼즐 같지 않은 퍼즐을 뚫고 기가 막힌(?) 미로를 헤매다 마을에 도착한다는 것이 "일곱섬"의 전체적인 구성이다. 이런 모습은
마지막까지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커다란 스토리 안에서 대화를 통해 이벤트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한다는 RPG의 룰을
적용 시킬만한 곳은 마을뿐이다. 때문에 마을에서 정보를 얻고 앞으로의 갈 길을 정하는 거의 모든 대화와 이벤트가 일어난다. 그러나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대화와 이벤트가 너무 획일적이고 단순하다.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맛깔스러운 이벤트나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하는
재미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오직 앞으로의 진행에 대한 형식적인 정보나 훤히 앞이 보이는 단순한 스토리의 반복일 뿐이다. 때문에
생각 없이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사람과 말을 하는 정도로 충분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단순한 퍼즐과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 미로가 더해졌으니 "일곱섬"하면 떠오르는 것은 은 액션 RPG라는 이름대신 성가신 미로 찾기가 되어버렸다.

정말 이런 상투적인 게임전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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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980년대의 B급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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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와 그래픽은 평작이상. 그러나 필드의 구성은 시대를 역행했다.
"일곱섬"의 음악은 특별히 귀를 즐겁게 하지는 않지만 모난데 없이 부드럽게 들리는 BGM이 장점이다.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면 사운드 테스트
옵션이 추가되는데 "원피스"라는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들려오는 터라 게임의 흥을 더하고 장면에 생동감을 불어 주기 충분했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PCM과 MIDI음원에 떠밀려 사라져 버린 FM사운드가 떠오르는 탓에 올드게이머의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드는 것도 "원피스"만의
장점일 것이다. 게임 중간 중간을 장식하는 파스텔 톤의 그림 역시 원작의 느낌 전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마치 애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롬 카드릿지에 64메가라는 용량의 제한 탓인지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이벤트의 느낌을 전하고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필드와 그 안을 장식하는 오브젝트 디자인은 아쉬운 대목이다. 마치 초창기 슈퍼패미콤 시절을 연상케 하는 필드 그래픽에 그나마
특징까지 없어 시작과 끝이 구분이 안갈 정도다. 필드를 장식하고 퍼즐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오브젝트 역시 문제다. 몇 가지되지 않는 종류에
배치까지 비슷한 탓에 주구장창 같은 퍼즐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휴대용 게임에서 무리한 것을 바란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허나
GBA보다 열악한 용량과 스팩을 가지고 있는 16비트 시장에서도 확대 축소와 다중 스크롤을 활용해 필드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려 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파스텔 톤의 화면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한다.

먹이를 주면 사운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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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 필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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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시스템과 가벼운 조작감이 게임에 쉽게 다가가게 하는 일등 공신.
"일곱섬"의 시스템은 단순하고 쉽다. 일본식 RPG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설명서(매뉴얼)을 보지 않아도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휴대용 게임기 특성상 몇 개 붙어 있지 않은 버튼도 이유겠지만 이를 잘 활용해 단순하고 명료하게 시스템 창이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곱섬"은 오직 한 개의 아이템만 장비할 수 있다는 약점도 이런 면에서는 장점으로 둔갑한다. 여기에 쉬운 난이도가 더해졌으니 쉽고 빠르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일곱섬"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로맨싱사가"처럼 필드에 보이는 적과 부딪치면 전투가 벌어진다는 설정
때문에 조작에서 약간의 액션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필드에서 등장하는 낙석과 함정 등을 뚫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다. L과R버튼을 사용해
능동적으로 캐릭터를 바꾸며 특수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십자패드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그를 받쳐주는 대쉬 기능 덕분이다. 그러나 장비의
효능과 능력치를 알려주는 창이 미흡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장비간의 능력치 차이와 벋고 착용했을 때의 수치적인 묘사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서다. 뭐든지 쉽고 직관적인 것을 추구한 시스템 때문인지 유독 눈에 거슬린다. 난잡스럽게 필드에 흩어져 있는 오브젝트들 때문에 시원하게
움직이는 맛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필드에 오브젝트가 엉성하게 나열되어 있어서다. 어처구니없게 오브젝트 사이에 갇혀 버리기라도 하면
쌓이는 짜증 때문에 저절로 전원 스위치에 손이 가기도 한다.

적은 필드에 보인다. 닿으면 전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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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 숨겨진 덫을 피하는 것은
약간의 액션적인 느낌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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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선택되어진 최초 한글 정발 소프트
"일곱섬"은 GBA라는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발매된 게임이다.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게임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가 달라진다. 재미있을
만한 것을 찾아 즐긴다는 게임의 본질 적인 면으로 바라보자면 연소자용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B급 게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반다이 계열 게임처럼 인기 만화의 캐릭터 성을 등에 업은 그저 그런 게임이라는 소리다. 휴대용 게임이라는 관점으로 판단하자면
"일곱섬"도 나름대로 특징과 장점이 보인다. 휴대용이라는 특성에 맞게 언제든지 게임을 다시 시작 할 수 있는데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게임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미로 찾기를 제외하면 단순하고 쉬운 탓에 언제든지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작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 구성 탓에 "원피스"팬이라면 각별한 느낌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원피스"를 향한 객관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한글화 된 최초의 정발 소프트라는 칭호가 "일곱섬"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가 않는 탓이다. 수많은
명작들을 제치고 최초의 한글화라는 영애에 당선될만한 그 어떤 요소도 "일곱섬"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게임은 해보지도 않고
"원피스"라는 유명세만 바라보고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게임이 아직도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판단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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