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 환상의 드리프트와 스피드의 세계에 또 한번 시동을 걸다
PSP 용 '릿지 레이서'.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라이벌급 레이싱 게임인 '니드포 스피드'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됐긴 하지만, '릿지 레이서'와 남코라는 제작사가 전해주는 아련한 기대는 필자에게 과감히 이 게임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사실 '릿지 레이서'가 처음 PSP용으로 개발된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 해도, 'PSP의 자그마한 화면에서 어느 정도나 표현될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접한 순간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통감할 수 있었다. PSP의 화면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은 정말 놀라울
수준이다. 또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PS2 보다도 뛰어난 느낌이다. 특유의 깔끔하고 화려한 오프닝(등장하는 여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젠
애인 같은 존재가 됐다)과 함께 온몸을 전율하면서 빠져든 '릿지 레이서'의 세계. 당신도 어서 '릿지 레이서'의 세계로 들어오라. 이곳은
스피드로 이루어진 천국, 그 자체다.
처음 게임화면이 공개됐을 때의 충격을 아는가!
정말 휴대용 게임기가 맞는 것인가? 하며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1. 간편한 조작
'릿지 레이서'는 지금까지 레이싱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게이머에게도 금방 손에 익힐 수 있는 쉬운 조작성을 갖췄다. 조작하는 버튼도
좌우로 움직이는 방향키에 엑셀버튼(X), 브레이크 버튼(O), 니트로 터보(R1) 버튼뿐으로(시점변화는 R1버튼을 사용하긴 하지만 열외,
멈춤 버튼도 열외), 접근하기가 매우 쉽다. 즉, 누구라도 수련만 쌓으면 이 세 개의 버튼만으로 최고의 레이서가 될 수 있다. 전체적인
난이도 또한 쉬운 편이어서 누구든지 끝까지 클리어하는데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다만, 역시나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레이싱 게임이기 때문에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즐긴다거나, 길을 걸어가며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무난한 수준
2. 멋진 배경과 배경음
'릿지 레이서'를 직접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남코의 세심함을 게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은 보통 자신의 차와 코스만을
집중하기 때문에 대부분 배경은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릿지 레이서'는 배경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말 세심하고 보는 게이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차가 터널을 통과할 시에는 차 몸체에 은은한 터널의 불빛이 흐르고, 야외 길을 달릴 때에는 나무와 그 밖의 도로에
붙어있는 배경이 흐르는 효과라든지, 하늘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비행기 소리가 들리고 목장 옆을 지날 때는 소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식의 효과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야외에서 이어폰을 끼고 이 게임을 즐겨보았는가? 보다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관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그래픽과 살펴볼수록 '성의'가 보이는, '릿지 레이서'만의 절묘한 앙상블..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헬기소리를 들으며, 가정용 게임기 못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
3. 단순한 미니게임으로 그치지 않는 '방구차'
PSP의 '릿지 레이서'에는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남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방구차' 게임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단지 '로딩시간이 길어서
간단히 즐기라고 넣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 방구차 게임을 플레이 해서 50000점을 넘기게 되면 실제 게임에서 방구차가
나오게 된다. 이 방구차 미니 게임은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플레이 할 수도 있고, 게임 도중에 옵션에 들어가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프로모드의 거의 후반부에 가면 스페셜 카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스페셜 카는 모드 중에서 하나의 코스를 전부 1등으로 골인하면 한대씩
얻어지게 되는 것이다.)그 중에서도 방구차는 니트로 터보가 정말 압권이다. 한 번 꼭 보시길…
4. 레이싱 게임의 하이라이트, 드리프트
'릿지 레이서'에서는 간편한 조작으로 정말 멋드러진 드리프트를 구사할 수 있다. 당신이 레이싱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속도를 올린 다음에
브레이크 버튼을 누르며 방향키를 살짝 눌러주면 경쾌한 소음(?)과 함께 차가 멋지게 미끄러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초보자들도 쉽고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드리프트는 '오, 나에게도 이런 센스가!' 하는 자신감과 함께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구실을
해줄 것이다.
처음에 게임에 들어가면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맞는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면 선택한 클래스에 딸려있는 코스가 여러 개 나오게
된다. 각 클래스 마다 자신이 운전할 수 있는 차 리스트가 3대가 나오는데, 그중에 1대를 선택하면 된다.(하지만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것이… 이 세 대의 차는 각각 드리프트 방식이 다 틀리다.)
드리프트! 쾌적함 그 자체다
첫 번째 차는 드리프트의 감도가 매우 약하다. 하지만 차의 컨트롤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보자가 이용하기에 무난할 듯… 두 번째 차는 드리프트와 차의 컨트롤이 평균적이다. 보통은 이 차를 많이 사용한다. 세 번째 차는 드리프트의 감도가 매우 좋아서 브레이크를 아주 약간만 밟아도 바로 크게 꺾어진다. 덕분에 차를 컨트롤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지만 속도감이 가장 좋기 때문에 이 차를 애용하는 게이머도 많이 있다(특히 180°나 360°턴에서는 가장 위력을 발휘한다).또한 차종마다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성능이 틀려서 이를 잘 파악하고 코너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리프트를 잘만 하면 마치 이니셜D에서처럼 가드레일에 바짝 붙어서 코너를 시원스럽게 도는 멋진 연출을 펼칠 수도 있다. 그렇게 드리프트를 깨끗하게 하면 아나운서(?)가 excellent drife라고 칭찬을 해준다. 특히 코너링 드리프트로 앞차를 추월하는 기분이란… 직접 경험해보시라.
5. 그 밖에…
'릿지 레이서'는 베이직 모드와 프로 모드 등으로 난이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베이직 모드만을 클리어 하고 '릿지 레이서'를 자랑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베이직 모드를 클리어한 후 들어갈 수 있는 프로 모드에 진입하게 되면 갑자기 레벨이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프로 모드는 만만치 않다
베이직 모드에서 승승장구하던 게이머들이라도, 아마 프로 모드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1등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할 것이다. 초반에 느긋하게
즐기며 베이직 모드를 끝마친 게이머라도 프로 모드에서부터는 충분히 실력을 갈고 닦아 도전하길 바란다.
또한 '릿지 레이서'에 나오는 차는 실제로 존재하는 차가 아니다. 비슷한 스포츠카를 봤을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차는 대부분 가상의
차다. 그러나 디자인만큼은 정말 높게 평가한다. 무게감 있고 완만한 곡선의 바디는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차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스페셜 카'를 모으고 플레이하는 즐거움도 크다. 더욱이 차에는 자신이 원하는 칼라를 입힐 수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색으로 눈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보디 페인팅에는 겔러그 비행기 그림이나, 팩맨 등 고전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로고나 그림이 있어서 추억과 함께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자기 반성의 시간, 리플레이
그리고 '릿지 레이서'는 자신의 플레이를 리플레이로 볼 수가 있다. 한 번의 경주가 끝나면 자동으로 리플레이 화면으로 넘어가서 자신이 어떤 주행을 했는지 볼 수가 있다.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완전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 한 게이머는 이것을 보면서 자신의 드리프트의 완성도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skip도 가능하다.
또, 크레이지 스타트 기능도 있다. 이는 처음 출발시에 RPM조절을 잘 하면 평소보다 다르게 속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이 타이밍을 익히는 것은 나름대로 연습이 필요하다. 이 타이밍에 따라서는 올라가는 속도가 틀리며, 아나운서(?)의 평가도 각각 틀리다(Crazy start! , not bad, 등…).
터보 버튼을 누르면 일발 역전이 가능!
니트로 터보는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화면 왼쪽에 밧데리 그림이 3개가 있는데 이 밧데리에 조금씩 게이지가 충전이 된다. 이 밧데리 하나의
게이지가 다 차면 쓸 수 있게 되는데 직선거리에서 니트로 터보를 쓰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걸리는 것 없이 공간이동하듯 시원스럽게 주행하는
화면의 효과도 정말 빠르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이럴 때 갑작스럽게 급경사 코스가 나타난다거나 앞 차량에 부딪히는 경우에는 무지
짜증난다).
그러나 이러한 '릿지 레이서' 역시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일단 게임을 하다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맵과 배경이 그다지
다양하지 못하다. 월드투어 메뉴에서 처음에 접할 때에는 맵 리스트를 보며 '오~굉장히 많은데~'하고 탄성이 지르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라?' 로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기존에서 돌던 코스와 맵들과 거의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히 다른
맵이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일 뿐이다. 월드투어이고 클래스 숫자가 상당히 많은 만큼 다양한 국가들을 배경으로 해서 코스도 개성있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또한 차의 튜닝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이는 모든 '릿지 레이서' 시리즈가 그렇기 때문에
딱히 단점이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차를 튜닝하면서 자신만의 차에 애착을 갖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게임에선 느껴볼 수 없다니...
그러나 가장 큰 단점으로는 오프닝에 그렇게 멋지게 등장하는 레이싱 걸이 본 게임에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단팥 없는 붕어빵이 아닌가! 하다 못해 메뉴화면에다 이미지라도 넣었으면 좀더 화사한 느낌이 들텐데 말이다.(개인적으로는 특수아이템으로 레이싱 걸을 차 보디에 올려놓고 달렸으면…)
릿지 레이서.. 남코는 또 다른 신화를 만들었다
PSP의 릿지레이서. PSP를 소장한 게이머라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멋진 게임이다. 남코의 세심한 게임 센스를 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레이싱 게임에 대한 친근감을 느껴질 정도다. 또한 앞으로 나올 PSP의 게임들에도 뭔지 모를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촉진제의 구실도 멋지게
해낸 듯한 느낌도 든다.
상상 이상의 퀄리티. PSP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모든 코스를 클리어한 지금에도 '릿지 레이서'는 여전히 꿈과 같은 타이틀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라인을 따라 거침없이 드리프트 하는 쾌감 – 여러분도 함께 달려보지 않겠는가? 그 극한의 속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