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한 해외게임, '천국과 지옥' 갈림길에 선 이유?

최근 국내 퍼블리셔社가 해외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에 한국 온라인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주름잡던 모습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지만 국내 정서와 다른 색다른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이 점점 늘면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 오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큰 돈을 쓰고 들여온 해외 온라인 게임이 국내 게이머들의 외면을 사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이 대박을 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해외 온라인 게임 때문에 울어버린 업체를 꼽자면 최근 서비스 종료를 한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을 서비스한 렛츠게임을 들 수 있다.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은 '에쉬론즈 콜'을 비롯해 '반지의제왕 온라인' 시리즈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터바인'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실제 'D&D 룰북'을 그대로 채용한 시스템과 던전을 선택해 모험을 떠나는 방식, 부드러우면서도 사실적인 움직임, 방대한 스킬 트리 등이 특징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국내 게이머들이 북미 오픈 베타 테스트 때 접속해서 게임을 즐길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며, 국내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동시접속자 4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서버 불안정을 비롯해 엉성한 한글화, 퀘스트 위주의 진행 방식으로 자유도가 부족한 게임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최근 서비스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의 한국 진출 10개월 만에 터진 일이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감마니아코리아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대작 MMORPG '에버퀘스트2'다. 이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중독성이 강한 MMORPG', '2006년을 책임질 최고의 MMORPG' 등의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신작으로 국내 서비스를 위해 캐릭터 모습을 동양적으로 변경할 정도로 로컬라이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반복적인 문제 발생과 매우 불안정했던 서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많았던 최적화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서비스 1년만에 종료했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 개발한 항해 MMORPG '코그온라인'은 독특한 소재로 기대를 받긴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으며, 그라비티에서 서비스하는 '에밀크로니클' 역시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큰 돈 들였지만 재미조차 못 본 해외 게임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게임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믿어왔던 국내 게임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게임도 있다.

국내 외산 게임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탄탄한 스토리라인,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퀘스트, 종족간의 대립을 통한 꾸준한 재미, 종족간의 큰 문제가 없는 밸런스와 스킬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국내에 들어온 버전의 경우 한국 전통 건물과 아이템, 게임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로컬라이징 등이 더해지면서 국산 게이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한 가장 오랜 기간 서비스하고 있는 액션 온라인 게임 '겟앰프드' 역시 성공적인 외산 게임의 사례로 손꼽힌다. 일본 게임 개발사 사이버스텝에서 개발한 '겟앰프드'는 국내 퍼블리셔 윈디소프트에서 국내 게이머이 공감할 다양한 콘텐츠와 게임 모드 등을 도입하면서 서비스 시작 이후 액션 게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한동안 부진을 겪었으나 뛰어난 게임성으로 극복한 사례다. 이 게임은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가 유료화 이후 가격 문제로 게이머들에게 외면받았으나, 가격을 인하하고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확장팩을 계속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렇게 명암이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에 맞는 적절한 추가와 수정이 이루어졌기 때문. '던전앤드래곤온라인'의 경우는 불안정한 서비스 문제도 있었지만 파티 시스템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던전 시스템과 필드 사냥 시스템의 부족,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티 시스템 등이 문제가 됐다. 또한 어설픈 한글화도 문제로 작용했다. '에버퀘스트2'는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명작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엉성한 한글화로 게이머들의 외면을 샀다. 반대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적절한 콘텐츠 수정과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를 선보였으며, '대항해시대 온라인' 역시 수준 높은 한글화로 게이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새롭게 등장할 예정인 외산 게임들은 국내 정서에 맞는 신규 콘텐츠와 완벽한 한글화로 등장을 준비하고 있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외산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중국 개발 업체 완미시공을 중국 최고의 개발 업체로 만들어준 '완미세계'는 국내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많이 참고했다는 점, 해외 온라인 게임들이 맥을 못추는 국내 시장 등의 이유를 들며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현재는 오픈 베타 서비스와 동시에 동시접속자 2만5천명을 돌파하며 안정권에 돌입, 지금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액션 게임 '진삼국무쌍'을 온라인화 시킨 '진삼국무쌍 온라인' 역시 CJ인터넷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진삼국무쌍 온라인'의 경우 국내 정서에 맞게 많은 부분이 수정되고 있으며, 국가와 길드전, 파티 등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또한 EA의 온라인 게임 도전작 '워해머 온라인'도 NHN을 비롯한 국내 내놓으라는 굵직한 업체들이 대거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며, 캡콤의 액션 온라인 게임 '몬스터헌터 프론티어'와 터바인의 '반지의제왕 온라인' 등도 국내 퍼블리셔의 물망에 오른 상태. 이 게임들은 이미 해외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게임들이라 국내 성공 여부도 꽤 낙관적이다.

국내 퍼블리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성공 이후에 많은 개발사들이 해외의 대작 MMORPG를 들여오면 막연히 국내에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며 "한국 시장은 그 어디보다 까다롭고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며, 한국의 MMO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성과 재미가 있어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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