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게임 개발자들은 시간과 꿈을 먹고 산다

올해 게임업계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렇다 할 성공작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외산 게임들의 강세와 수출 약화 정부의 지원 부족 등 여러 가지 악제가 겹쳤기 때문. 특히 미디어 지원이 미비한 지방 게임 업체들에게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힘들었죠. 인력난은 기본이고, 정부 지원도 미비, 가뜩이나 우린 홍보하기도 어려워요. 이런 환경에서 지방 게임업체들이 성공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라고 할 수 있죠"

조금은 허름해 보이지만 아주머니 인심만큼은 푸짐한 한 고기 집에서 만난 게임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좋아지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고기 집의 어두운 조명만큼 깊게 패인 그늘이 보였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대구의 디지털산업진흥원에 상주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 해볼 수 있다는 생각하나로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제작한지 1년에서 길게는 2년이 넘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은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모바일, 웹보드 게임 등 다양했다.

"게임 개발? 아뇨. 저희는 개발이 아니라 꿈을 찾아 이곳으로 온 겁니다. 옛날부터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는데 어떻게 힘들겠어요? 하지만 수익도 없고, 그나마 외주 업무 정도 받아서 약간의 목돈이라도 생기지 않으면 한 달 동안 돈 한 푼 못 만지는 날도 많아요. 그럴 때는 꿈이라는 게 정말 이루지 못하는 꿈인가 라고 생각들 때도 있죠."

한 개발자는 6개월 정도 한 푼도 못 받고 일해본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개발사 자체가 공중분해 되면서 개발 완료조차 하지 못하고 나왔다고. 그는 서러웠던 그 때가 생각났는지 앞에 놓인 술잔을 조용히 비워냈다.

이런 일은 게임 업체가 모인 서울보다 업체가 적은 지방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로 많은 지방 업체 개발자들이 대부분 월급다운 월급도 못 받고, 오직 게임 개발하나만 보고 개발하고 있거나 초라한 근무 환경에서 최소 월급을 받고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죠. 그런데 어떻게 그만둡니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 제대로 마무리조차 못하고 꿈을 접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그들은 모두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서울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우리라도 이곳에 남아 게임을 만들지 않고 모두 서울로 간다면 지방에는 뭐가 남겠냐는 것이다. 그들은 보란 듯이 이곳에서 서울에는 없는 게임을 만들어 성공하는 것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가면 좋죠. 지금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러긴 싫어요. 왠지 그곳에 가면 내가 가진 꿈이 사라질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이곳에서 나의 꿈을 이뤄보고 싶어요"

그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성공한 업체나 일부 업체로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체의 상황이나 인력난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안하고 있으면서도 성공한 업체들 밀어주기는 열심이라는 것. 차라리 그 지원을 퍼블리셔 조차 못 만나고 있는 영세한 업체나 개발사를 위해 쓴다면 지금보다 지방 게임 업체들이 더 안정적인 상황으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그들의 생각이다.

"무조건 저희라고 잘 만들 수는 없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저희들은 꿈이 있고, 이 꿈을 통해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나만의 게임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선보이고 싶어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죠. 저희 게임이 서비스되는 날만 생각하면 너무나 즐겁습니다"

어느 덧 술자리가 무르익어 저녁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자는 초반의 조금 무거웠던 이야기를 술잔과 함께 털어내고 잔을 내밀며, 그들이 제작하고 싶은 게임에 대해 물었다. 술잔을 받아든 그들의 대답은 하나 같이 게이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답했다.

"게이머들과 함께 제가 만든 게임을 즐기는 일 정말 신나지 않아요? 동시접속자나 회원이 얼마가 되는 건 지금 당장은 생각해보고 싶지 않아요. 다만 지금은 내 게임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게임 속에서 달리고, 함께 움직이는 것, 그것만 생각하고 싶어요"

그들의 꿈과 게임 이야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어두워보였던 그들의 얼굴도 무르익은 술자리 마냥 조금은 밝아보였다. 소박해보이지만 확실한 그들의 꿈. 내년에는 이들의 꿈이 현실로 변해 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행복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이날 술보단 그들의 꿈에 취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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