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육성하는 게임이라...

얼마 전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김연아 선수의 인기에 힘입어 피겨스케이팅 게임이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 자체가 예술성에 중점을 둔 종목이다 보니 게임으로 만들기 쉽지 않았지만, 특유의 터치 입력 기능을 지닌 닌텐도 DS의 성능을 이용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스포츠 종목들을 다룬 게임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피겨스케이팅도 그 중 하나에 속하게 되었죠. 사실 닌텐도 DS로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게임은 프린세스 온 아이스를 비롯해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피겨스케이팅 은반 위의 요정은 사무라이의 길 등으로 유명한 스파이크에서 제작한 빙글빙글 프린세스 - 피겨로 반짝반짝 얼음의 엔젤을 한글화해서 정식 발매한 것입니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 2007년 3월 발매된 것으로 이후 2편까지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UBI소프트가 발매를 담당했습니다. 본 게임에 앞서 우선 케이스 표지부터 살펴봅시다. 어째서인지 엉뚱한 외국 선수 사진이 있군요. 사실 이 표지는 북미판 표지를 그대로 쓴 것입니다. 일본판 표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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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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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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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일본판 쪽이 더 성의 있고 예뻐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취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이 게임의 타겟층이 여자 아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일본판 표지가 더 잘 먹힐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북미판 표지를 그대로 쓴 것은 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정식 발매판인 만큼 김연아 선수를 표지 모델로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꽤 많았습니다만, 아무래도 몸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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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3명의 주인공. 왼쪽부터 신디(모모카), 제시카(아오이), 앰버(시온).
주인공 이름은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3명의 여주인공 중 1명을 골라서 그 아이를 1년이라는 시간동안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만드는 내용입니다. 주 단위로 시간이 흘러가며 각 주마다 정해진 능력치를 올리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합니다. 능력치는 스테미너, 근력, 예술성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 능력치들을 미니 게임들을 통해 올려야 하죠. 각 능력치는 한 주에 1씩밖에 올릴 수 없습니다. 대회는 1년 동안 총 7번 있으며 각 대회에서는 쇼트, 프리 종목을 통틀어 승리 조건에 부합하는 점수를 내야 클리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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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모드에서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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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가지 미니게임을 하면서 능력치를 키워 나갑니다.
스테미너를 올릴 수 있는 초밥 먹기 미니게임

즉 평소에는 육성 모드로 진행되며 이때는 연습 외에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미니게임을 제외하면 액션성이 적으며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운 형식입니다. 그러나 대회 때는 터치를 이용하여 시간 내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리듬 히어로 등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공식적으로는 터치 피겨 액션이라는 장르로 되어 있으나 정확하게 무슨 장르라 하기 참 애매한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플레이 시간을 육성 모드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회 모드는 부수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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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에서의 주인공 이름은 신디이지만 편의상
일본판 이름으로 변경해서 플레이한 화면임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몰리 오스틴의 원래 이름은
아사다 마오의 패러디인 아사카 마코(浅香真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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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과는 무관한 미니게임 컬링. 실제 컬링 규칙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의 흐름을 정리하자면 "한 주 시작→기술 연습→미니게임을 통한 능력치 상승→동네 사람들과의 대화→한 주 끝"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형식입니다. 그러다가 대회 때가 되면 잠깐 대회를 치르고 다시 육성 모드로 돌아오죠. 그래서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면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듭니다. 미니게임들도 대개 단순한 방식인데다가 이것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함을 한 층 더하죠. 사람들과의 대화 또한 크게 극적인 요소가 없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반드시 대화를 다 해야만 게임이 진행되도록 만든 것은 조금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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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2개 이상의 액세서리는
착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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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은 캐릭터별로 3가지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대회 때는 다양한 종류의 의상과 액세서리로 치장할 수 있습니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러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들은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습니다. 집에서 용돈을 받거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 게임에서 통용되는 kp라는 단위의 돈이 늘어나게 되며 이걸로 각종 액세서리들을 살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들은 단순한 치장용이며 특수한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에 나오는 액세서리는 상당히 많으며 착용 부위도 머리, 팔, 다리, 엉덩이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착용 부위에 상관없이 단 하나밖에 착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즉 서로 다른 부위, 예를 들면 머리와 팔에 동시에 2개의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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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는 상황에 맞게 터치 입력을 해야 합니다.
입력 타입은 스핀, 점프, 스텝, 스파이럴 4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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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2가지 종목의 점수를
합하여 순위권 안에 들면 클리어되는 방식입니다

대회 모드에서는 본 경기에 앞서 연기 구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연기 구성은 코치가 임의로 짤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연기 구성을 작성할 경우 상당히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치가 짜 주는 연기 구성을 선택하는게 차라리 나은 편이죠. 그리고 이 게임이 육성 모드에 지나치게 많이 할애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대회 모드만 따로 즐길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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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번역체 문장과 오타로 인한 이상한 대사가 많습니다


이제 이 게임의 로컬라이징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 게임은 처음에 말했듯이 스파이크에서 제작한 빙글빙글 프린세스를 한글화한 것이지만, 일본판이 아닌 UBI소프트가 발매한 북미판을 기준으로 한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패키지 그림은 물론이고,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세계관에서도 문제점이 보입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원래 일본인으로 설정되었으나 정식 발매판에서는 모두 서양식 이름으로 바뀌어 나옵니다. 캐릭터들이 대부분 서양인의 외모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작명이 이루어지니 게임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원래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의 이름을 패러디한 캐릭터(야스노 미키, 아사카 마코)도 등장했지만, 정식 발매판에서는 이상한 서양식 이름으로 바뀌면서 그런 패러디 요소도 송두리째 사라졌습니다. 김연아의 인기에 힘입어 게임을 접하는 사람도 있는 만큼 적어도 김연아 패러디 정도는 해 주는 성의는 보였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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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을 높이는 미니게임인 케이크 데코레이션. 그런데 이 미니게임의 설명 부분에서도 오타가 보입니다.
위쪽 화면을 보시면 "오른쪽 '한단'에서 나타남" 이라는 잘못된 문장이 보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어식 말투를 그냥 직역해서 그런지 문어체 문장이 자주 보이고 오타나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네가'라고 써야 맞는 부분을 '너가'라고 써 놓았다든가, '하단'을 '한단'으로 잘못 표기하는 등의 문제가 많이 보였습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은 서양식인데 일본에서만 치르는 명절과 관련한 이벤트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7월의 칠석 이벤트(일본에서는 칠석 때 소원을 적어서 대나무에 답니다)와 2월의 세츠분(節分: 도깨비 분장을 한 사람에게 콩을 던지며 액운을 쫓는 일본 고유의 명절)이벤트가 그것입니다. 정식 발매판에서는 세츠분을 '콩 던지기 페스티벌'이라고 번역하여 플레이어에게 잘못된 문화관을 심어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일본 문화는 일본 것이라고 정확히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서양도 일본도 아닌 이상한 세계관으로 만들어 놓고 일본의 명절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번역을 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엔딩 스탭롤에서조차 일본 제작진들의 이름은 단 한 명도 없고 UBI소프트와 스튜디오 나인 제작진들 이름만 나오더군요. 마치 일본 게임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는 듯 한 인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기만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우리 정서를 무시하고 잘못된 문화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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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유 명절인 세츠분(節分)을 '콩 던지기 페스티벌'로 번역한 장면. 세츠분은 2월 초에 있는 명절로,
도깨비 분장을 한 사람에게 콩을 던지며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福は内)"라고 외치는 의식을
치르는 날입니다. 일본 외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명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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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알리는 화면에서 나오는 9자에 있는 그림은 일본식 떡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 역시 게임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그럭저럭 즐길 만한 수준이지만 북미판을 그대로 번역한 성의없는 로컬라이징이 눈에 거슬리는군요. 정식발매라 함은 단순히 기계적인 번역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서를 반영하여 내용을 다듬는 것이 아닐까요. 유통사들의 더욱 정성어린 로컬라이징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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