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로 즐기는 리듬RPG, 파타퐁2~
리듬, 그 간단함의 매력
'휴대용'이라는 성격에 비해 기기의 성능이 뛰어난 탓에 간단하게 즐기기에는 무거운 타이틀들이 출시되던 PSP 진영에 파타퐁의 등장은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네 개의 커맨드로 만드는 리듬을 조합해서 공격, 방어, 회피 동작을 구사하고, 다양한 음이 아닌 '둥둥 울리는' 북소리를
통해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흥겨운 재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의 형식적인 면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PSP의 독자적인
라인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기도 했다.
속편의 변화 -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따라서 속편은 당연히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어떠한 속편이냐'는 것이다. 결과는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또 한 번의 모험'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러한 방식의 속편은 크게 두 가지의 변화를 시도한다. 하나는 전작의 시스템보다 더 커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해지는 것이다. 파타퐁 2 동챠카(이하 파타퐁 2)의 경우, 게임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커맨드를 조합해 리듬을 만드는 게임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그 외적인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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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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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영웅의 등장
전작에 비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웅(히어로)의 등장이다.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이 캐릭터는 하나의 부대로 취급된다. 한 부대에 최대
여섯 개 유닛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손해인 것 같지만 여섯 유닛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 때문에 자연스레 미션마다 부대 최전방에
배치시키게 된다. 영웅의 가장 큰 장점은 미션마다 종류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 방패, 화살 등 새로운 종류의 유닛을 만들게
되면 자동적으로 영웅 유닛에도 추가가 되는데, 미션의 성격에 따라 종류를 바꿔서 활용할 수 있다. 영웅 유닛은 일종의 무적모드인
'피버(Fever)모드'가 되었을 때 일반 유닛보다 더 많은 위력을 발휘한다. 창을 사용하는 유닛(창퐁)으로 설정할 경우 피버 모드에서 여러
개의 창을 계속해서 던지고, 방패를 사용하는 유닛(방패퐁)으로 설정할 경우 피버 모드에서 부대 전체의 방어력을 높이는 식이다. 그래서 영웅
유닛을 어떤 종류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미션 성패의 방향이 달라진다.

부대 하나 이상의 역할을 하는 영웅 유닛
영웅 유닛을 활용하게 되면서 전작에 비해 게이머가 발휘할 수 있는 파괴력이 대폭 향상되었다. 강력한 방어력 혹은 강력한 공격력을 통해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력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은 약간 미묘한 부분인데, 게이머 입장에서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방어-중, 단거리-장거리 공격 유닛'으로 부대를 구성하고 커맨드를 정확하게 입력해서 최대한 빨리 피버 모드에 도달해서 유닛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피버 모드를 지속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커맨드를 정확하게 입력하면서 나타나는 적을 처치해가는 방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실질적인 게임 진행의 흐름이다. 전작에서 유닛들과 상대 유닛들 간의 팽팽한 양상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다가 게이머가 피버 모드를 지속할 경우 승리하게 되는 흐름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영웅유닛을 통해 적을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방어해낼 수 있게 됨으로써 조작은 유사하게 하지만 화면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은 전작에 비해 다양해지게 된 것이다.

전작에 비해 다양한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다양화를 시도하는 방법들
또 다른 변화는 등장하는 유닛(퐁)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게이머는 미션을 진행하는 도중에 여러 가지 아이템(전리품)들을 얻는다.
그 아이템을 조합해서 유닛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데, 그 종류가 전작에 비해 다양해졌다. 공격력이 더 강화된 유닛 외에도, 부대의 사기에
영향을 주는 유닛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적 유닛을 비롯한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에도 여러 가지 변화를 꾀했다. 특히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구조물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에 머무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특히 구조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해야 하는 미션의 경우 구조물의 낮은 천장 때문에 원거리 유닛의 공격이 적에게 도달하지 않으므로, 이 미션에서는 방어와 단거리 공격
위주의 부대 구성을 해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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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에 따라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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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급에 해당하는 적 유닛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주로 크기나 길이 같은 외형으로 구분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더불어
행동의 패턴도 다양해졌다. 때문에 보스를 상대할 때에는 피버 모드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유닛의 행동패턴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적이 공격해오는 타이밍에 맞추어서 방어를 하거나 회피를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 계속해서 수를 읽어가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시스템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전작보다 더 심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미션을 진행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유닛의 진화 방식이다. 한 미션을 마치면 계속해서 다음 미션을 플레이하게 됐던 전작과 달리 파타퐁2에서는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클리어
했던 스테이지에서 다시 플레이를 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유닛의 진화방식도 '복잡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전리품으로 모으는
재료에 따라 진화를 시킬 수 있고, 또 진화를 시킨 종류별로 레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유닛의 진화를 마치고 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염두를 두게 된다. 꾸준히 캐릭터를 관리하면서 강화시켜나가는 이러한 시스템은 '파고들기'의 특성을
접목시키려 한 의도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속성의 적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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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을 다양한 갈래로 진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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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이루지 못한 변화들, 그래서 애매해진 재미
그런데 파타퐁2에서 시도된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와 강화된 시스템들은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변화를 시도한
각각의 지점들에서는 분명한 의도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웅 유닛과 다양해진 유닛과의 관계이다. 분명 영웅 유닛은 자칫 단조롭게 전개될 수 있는 게임의 흐름을 다양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고 탁월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영웅 유닛이 다른 유닛들에 비해 지니고 있는 훨씬 탁월한 능력은 미션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영웅 유닛을 중심으로 부대를 구성하게 된다. 자연스레 영웅 유닛의 종류를 어떤 것으로 설정하느냐가 미션 성패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고, 방어, 중거리, 장거리 외에 새롭게 등장한 유닛들을 활용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웅과 다른 유닛의 관계가 불균등하기 때문에 유닛의 속성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도 그다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특히 진화
시스템은 갈래가 너무 많아서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여러 갈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레벨을 높인 상태에서 다른 종류로 진화를 시키게 되면 이전
종류의 속성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플레이의 연속성이 떨어져서 특히 레벨을 높인 상태에서 다른 종류로 진화를 시키기 꺼려지게
된다. 같은 종류 내에서도 개별 유닛별로 속성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진화시스템을 통해 게임 플레이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게이머가 직접 개입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영웅유닛의 장악력에 밀려 세밀하게 조정한 요소들이 실제 게임플레이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영웅 유닛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잘 막으면서 잘 공격하는, 즉 피버 모드를 지속시키는 상태에서는 그다지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계속 커맨드를 입력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이머가 미션의 양상을 확인하는 기준은 '자신의 부대가 얼마나 적게 줄어들면서 적 유닛을 쓰러뜨리고 전진하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특히 보스급 적 유닛을 상대할 때이다. 게임에서는 적 유닛의 에너지가 따로 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물의 경우 공격을 반복하다보면 차츰 부서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 적 유닛의 경우 어느 정도 공격을 반복하면 처치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강의 공격횟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보스급 적 유닛은 다르다. 좀처럼 쓰러뜨릴 수 있는 시점을 예측할 수가 없다. 때문에 피버 모드를 유지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방어와 공격을 반복하는 대치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 게이머는 언제 클리어 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고, 또 피버 모드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대치상태가 길어질 경우 간단한 조작의 조합으로 흥겨운 리듬을 만든다는 게임의 재미가 단순한 작업의 반복으로 변질된다.

도대체 언제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떠한 다양성을 제시할 것인가
파타퐁2가 시도한 변화의 포인트는 시스템적인 다양성이었다. 영웅 유닛이라는 새로운 유닛을 도입하고 기존 유닛을 다양화시켰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을 보다 심화시켰다. 그렇지만 그러한 변화의 시도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간단한 조작으로 흥겨운 리듬을 만드는 작품 본연의
재미는 여전했지만 여러 가지 시도들만큼 그 재미가 훨씬 풍부해지지는 못한 것이다. 오히려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은 간단한 조작을 기초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상황에 따라 순발력을 발휘하는 액션적인 성격보다는 여러 가지 조건들에 맞추어서 유닛을 선택하거나 그 조건에 대응하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 RPG적인 성격의 플레이를 하게 만들기도 했다. 따라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후속 작에서 파타퐁은 간단한 조작으로 흥겨운
리듬을 만들면서 화면 가득히 벌어지는 유닛들의 공방전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게임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미션을 진행하는 스테이지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