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모의 시뮬레이터?
절체절명도시 정식후속작이 PSP로
절체절명도시는 기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PS2의 정식발매초기에 정식 발매된 게임이다(당시 모잡지에서 체험판을 배포하기도
했었다).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자연재해를 소재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험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이다. 당시의 PS2로 발매되는 게임들에 비해서 여러모로 빈약한 그래픽과 더불어 엄청난 프레임저하현상을 보인 덕분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자연재해인 지진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알게 모르게 나쁘지 않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에
힘입어 일본에서 전작과 같은 기종인 PS2로 2편이 발매되고(아쉽게 국내는 발매되지 않았다), 올해에는 3편까지 등장해 시리즈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가지 의외인 것은 3편의 플랫폼이 PS2도 아니고 PS3도 아닌, PSP라는 것. 아무리 요즘 PSP와 NDS같은 휴대용이
대세라지만 뜻밖의 결과임에 분명했다. 과연 PSP로 나온 절체절명도시3은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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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도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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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에서 PSP로 오면서 줄어든 현장감
절체절명도시 1편은 욕을 먹으면서도 재해현장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나 경각심을 잘 표현했기에 나쁘지 않은 판매량을
올릴 수 있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여타 다른 게임의 주인공들과 달리 초능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 철저히 일반인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여진이 올 때 아무생각 없이 걷게 되면 균형을 잃고 조작 캐릭터가 쓰러지고 대미지를 입기 때문에, 일단 행동을 멈추고 지면에
최대한 밀착하여 자세를 유지하는 버티기를 해야 하며, 떨어지는 바위에 맞으면 즉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즉사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의
간단한 위험 요소도 이 게임에서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아슬아슬한 다리를 건널 때 혹시나 떨어지거나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만큼 몰입할 수 있었다.

게임을 하면서 재해현장에 고립된 상황이라는 설정이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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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차가 탈선되어 있다 해도 왠지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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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절체절명도시시리즈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절체절명도시3에서도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도 플레이어의 분신은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이기에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위협감을 선사하지 못한다. 절체절명도시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생소한 장르였고 듀얼쇼크로 전해져오는 진동은 현실감을 더해서 그래픽은 좀 엉망이라도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PSP는 지진이 오로지 시각과 청각으로만 전해질 뿐 몸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만큼 긴장감이나 현장감을 느끼기 힘들다. 게다가 PSP의 화면이 작기 때문에 현장감 면에서는 정말 첫 작품보다도 못하게 느껴지기에 더욱더 문제다.(게다가 이미 익숙해진 시스템이라 새로울 것이 없으니...)덕분에 국내에서 절체절명도시를 아는 이가 드물고 직접 해본 사람은 더욱더 없는 사실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PS2로 이미 절체절명도시를 즐긴 사람에게는 그저 밋밋한 맛을 맛보게 될 테지만 PSP로 처음 접한 게이머들은 그보단 덜하기 때문!!(이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PSP로 제작을 결정했을 때 분명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두되었을 텐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역시 진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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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불기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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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포인트에서 마저 임팩트가 떨어지면 어쩌냐......
절체절명도시3은 게임 곳곳에 특수 위험포인트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갑작스레 다리가 무너지거나 건물이 무너지고, 폭발이 일어나는 등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나 조작이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게이머에게 긴박감을 주는 일종의 연출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부분을 정말 시각적이나
청각적으로 확 사로잡을 만하게 만들었다면 진동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은 조금 수그러들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여준 거대한 돌덩이 트랩이 덮쳐 오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이 주인공 뒤나 옆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카메라 위치였다면 그만큼의 긴박감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의식해 절체절명도시3에서도 이런 포인트가 되면 평소와는 다르게 화면
안쪽을 보고 달리던 주인공이 바깥쪽을 보고 달리는 등 변화를 주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인디아나 존스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시점이 바뀌어도 여전히 밋밋하며, 그마저도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해결 방식도 무조건 빨리 앞쪽을 향해 뛰어가는 것뿐이라 몇 번
하다보면 지루하기까지 하다. 게이머에게 긴박감을 줘야 할 녀석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왕이면 커맨드 액션도 좀
넣어주고, 게임의 큰 장점인 자유로운 상황설정으로 좀 스펙터클한 화면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플레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위험포인트에서는 시점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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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액션을 좀 더 다양한 곳에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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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다간 엘리베이터에 쥐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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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쾌적함은 어느 정도 잡았다
필자는 절체절명도시1만 플레이해보고 2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2가 얼마나 PS2에 최적화되어 1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는지는 모른다.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절체절명도시1이 상당한 프레임 저하 현상으로 눈을 피곤하게 했다는 사실 뿐. 이와 비교했을 때 PSP는 훨씬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요즘 몇몇 PSP게임에서 지원하는 인스톨기능을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크게 느려짐이 발생하지 않는다.
에어리어를 이동할 때 로딩이 잦은 편인데 인스톨 기능 덕분에 조금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필자의 PSP기종이 1005번의
구형인지라 신형에서는 분명 더 쾌적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역시 게임이 아무리 쾌적하다 한들 전작을 즐긴 게이머들에게는 재난현장의
긴박감이 좀 덜하니... 에휴...

그리 고퀄리티는 아니지만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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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어간의 이동시에는 이렇게 로딩화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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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어쩌지...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네
게임을 진행하면서 크게 게임에 해가 될 만한 느려짐은 없지만 엉뚱한 곳에서 태클을 걸고 넘어진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수집요소인 의상과
나침반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앞서 나열한 아이템들을 정말 많이 주을 수 있게 된다. 친절하게 아이템이 있는 곳은 화살표로 표시해주기 때문에
괜히 놓치고 가기도 그렇고 해서 다 줍게 되는데 이럴 때 너무 많은 아이템들이 게임의 흐름을 끊는다. 의상과 나침반은 주을 때마다 입을 건지
말건지 물어보는데 이게 상당히 거슬린다. 의상이야 뭐 정말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즉시 캐릭터의 모델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로 이리저리 바꾸는 맛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나침반이다. 화면 우측 하단 구석에 동서남북 방향을 가르쳐주는 이 나침반 모형도
의상 못지않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이게 구석에 처박혀 있는데다가 특별히 길을 헤맬 일도 없는 터라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주을 때 마다 장착하시겠습니까 하면서 물어보니 매번 아니오, 아니오를 고르기도 참...... 상당히 사소한 문제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게 정말 상당히 거슬린다. 그리고 이것 외에도 게임의 특정포인트를 지나거나 아이템을
얻으면 재해현장 지침서 같은 것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뭐 하나 둘 읽어가며 "음~~ 괜찮은 정보군" 이라고 생각했으나 이게 참
아이템만큼 마구마구 나오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게임의 흐름을 흐린다.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갑자기 안전수칙에 대해서 읽어 볼래, 말래를
물어보니 참..... 적당하면 몰라도 역시 과하면 독이다......

게임 중에 등장하는 아이템은 화살표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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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이나 나침반을 구하면 어김없이
이런식으로 물어보니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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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해 시 주의점 코멘트역시 맥을 끊는 역할
색다른 선택지선택으로 엉뚱한 재미를 맛본다.(일어를 아는 사람 한정~)
절체절명도시란 게임은 플레이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사건이나
실마리를 찾게 되며 점점 진실이 밝혀지는 전개라 대화가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리고 대화를 할 때에 선택지가 주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절체절명도시3의 잔재미를 준다. 이런 대화선택지 시스템은 이번 작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나 처음 이 게임을 접할 사람도 있을 테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어째서 이런 대화 선택지가 재미있느냐? 그것은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러한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가 예상되는 재해현장이지만 주인공의 대화선택지를 보면 실소를 머금게 된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이 "아 배고파" 라고 말했을 때, 플레이어의 선택지로 1.제 것 조금 나눠드릴까요? 2. 나도 배고파 죽겠다. 3. 설마 내꺼
빼앗아 먹으려구? 4. 나는 안고프지롱~~ 뭐 이런 식으로 좀 말도 안된다 싶을 정도의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다. 사람의 심리상 왠지 이상한
답변이 나오면 선택하고 싶어지는데 진지한 상황에서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택지가 많다. 이런 부분이 재미라면 재미라고 할 수 있고 가뜩이나
재해현장의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농담 따먹기 하는 것 같은 이러한 대사패턴이 더욱더 게임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 그래도 이런 대사선택에 따라서 상대와 호감도에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멀티엔딩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일단은 좋은 점이라 해두자;;

대화선택 시스템은 개그포인트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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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좀 약올리거나 이상한 짓을 해보고 싶은게 심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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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에 따라 성격이 바뀌거나 엔딩이 달라진다
절체절명도시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절체절명을 인터넷 국어사전으로 검색해보니 몸도 목숨도 다 되었다는 뜻으로, 어찌할 수 없는 궁박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헌데 어쩌지 필자는 이 게임에서 이러한 느낌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일단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물론이고 플레이어에게 이런 위기를
줄만한 요소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체절명도시3에서는 체력과 스트레스게이지가 존재한다. 이 게이지는 체력이 0이 되면
게임오버, 스트레스수치가 올라가면 플레이어의 행동력이나 시야에 제한이 생겨서 위급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곳곳에 배치된
회복의자에 앉기만 하면 순식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는 것. 게다가 이런 회복의자의 배치가 잦으며 힌트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외길
진행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 두 게이지에 대한 압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템도 풍족하게 나오니 의자가 굳이 없어도 OK..; 너무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면 어려워서 못하겠지만 이건 쉬워도 너무 쉬워서 기껏 준비한 시스템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셈이다.

스트레스수치가 올라가면 행동이 굼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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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의자를 활용하면
거의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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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이템도 두둑히 준비되어 있다
건질 것은 노래뿐인가......
솔직히 절체절명도시3은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게임이었다. 뭐 그냥 즐기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이 게임을 하고 "우와!! 재밌다"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재난극복 게임이 재난으로 인한 긴박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이 게임은 이
외에도 애매한 조작감으로 인한 짜증나는 외나무다리 액션 등 여러 가지 자잘한 문제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이렇게 한결같이 투덜거리게 한
게임은 또 오랜만이다). 그래도 이런 절체절명도시에서도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주는 부분이 존재한다. 절체절명도시는 무너져가는 도시와 그녀의
노래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그리고 게임에서 보여주는 히로인의 노래는 제목에서도 강조할 만큼 감미롭다. 이 게임을 하면서 유일하게 필자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이 부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음악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절체절명도시3의 노래는 굿!! 그러나 게임은. ㅠ_ㅠ 개인적으로 절체절명도시4가 나온다면 PSP가 아닌 고향인 거치형게임기로
돌아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재미로 돌아왔으면 한다.

히로인의 노래는 들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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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절체절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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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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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을 수 있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