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과 RPG의 만남. 이번에도 매력적이다. 파타퐁3
독특한 색감의 그래픽과 RPG와 리듬액션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파타퐁 시리즈의 최신작 파타퐁3가 발매됐다. 파타퐁은 처음에는 시험적인 타이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벌써 세 번째 작품까지 등장하면서 이제는 폭넓은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소니의 대표적인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게임의 성공에 있어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이 전작과 달라진 점은 장르가 완전히 달라진 RPG 형식의 시스템이 된 것이다. 전작들에도 RPG같은 요소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시뮬레이션 같은 진행 방식(파타퐁의 생산이나 업그레이드 같은 요소)이었다. 하지만 파타퐁 3에서는 이런 유닛 생산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네 명을 가지고 각 스테이지의 상황에 따라서 레벨 업을 하면 추가되는 직업 클래스를 바꿔가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조작 시스템 자체는 전작들과 같은 리듬액션이지만 RPG 요소가 가미된 만큼 전작들과는 달리 각 노래가 RPG의 커맨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RPG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리듬액션에만 적응해주면 전작을 전혀 해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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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자체는 전작들에 비교하면 약간 어두운 느낌이 강하다. 일단 시작부터 가로 막는 것은 모두 부수면서 진행하는 본능을 가진 파타퐁 일족 앞에 커다란 봉인된 상자가 나타나고, 그것을 파괴하자 악마들이 튀어나와 저주를 막아주는 깃발을 든 깃발퐁 이 외의 모든 파타퐁 들이 전부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작과 비교하면 조금 충격적인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그리고 상자 안에 악마들과 같이 갇혀 있던 은별퐁 이라는 별 모양의 노인 파타퐁이 등장해 플레이어가 되는 히어로 퐁(전작인 파타퐁 2 에서 생긴 파타퐁의 상위 클래스 퐁)을 부활시키고 동료가 될 종자 퐁 3인도 부활 시켜주면서 혼자서 벌벌 떨던 깃발퐁과 합류,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진행 방식은 보통 RPG와 다를 바 없어서 스테이지 돌입->보스 격파 or 주어진 조건 돌파 ->이벤트 감상 후 캠프로 돌아와서 경험치와 전리품 정산 ->다시 새롭게 추가 스테이지 돌입->...의 전형적인 형태다. 다만 전투의 방식은 공격, 방어, 마법 같은 커맨드를 리얼 타임으로 리듬에 맞춰서 정확히 입력해야만 발동하는 방식이라 전작을 즐겨보지 못했다면 상당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몇몇 차이점이라면 보통 RPG에서는 초반부터 쓸 수 있는 상점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등장한다는 점이지만, 실제로는 스테이지 진행을 하면서 얻는 게 더 많은지라 구하기 힘든 몇몇 재료 아이템을 구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리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얻은 소재와 역시 진행하면서 얻거나 클리어 후 얻는 보물 상자 에서 나오는 무기나 방어구를 조합해서 무기와 방어구의 강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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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레이로 얻은 경험치로 레벨이 일정치 이상 오르면 새로운 클래스가 개방 되면서 클래스 체인지가 가능해지고, 초기 클래스 상태에선 어렵거나 진행이 무리였던 스테이지도 클래스 체인지로 클래스를 변경 후 쉽게 돌파할 수 있다. 진행을 하면서 특정 행동이나 커맨드를 반복하면 생기는 스킬을 세팅해서 여러 가지로 능력을 강화 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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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퐁 3 만의 장점이라면 미션 실패를 해도 다른 RPG 와는 다르게 플레이어에게 페널티(보통 RPG에서 전멸하면 보통 모은 돈이 줄어들거나 경험치가 줄어든다거나 하는)가 없다는 점이다. 단지 진행 중 얻은 보물 상자만 없어지고 무기와 방어구 강화에 쓰이는 소재와 챠링(파타퐁의 돈 단위)은 고스란히 유지가 되기 때문에 실패나 아지트로의 퇴각(파타퐁 3는 언제라도 스테이지를 벗어나서 아지트로 돌아갈 수 있다)에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 이 특징은 게임 자체에서 지원하는 TIP에서도 나올 정도로 이 파타퐁 3에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즉, 몇 번을 실패해도 다른 RPG같은 페널티의 부담 없이 익숙해질 때 까지 한다면 누구라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외에도 전작에선 그렇게 큰 개성이 없었던 파타퐁 들이나 적 측에도 큰 개성을 부여, 이벤트 화면이나 진행, 보스 전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면 캐릭터들에게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파타퐁 3에서 첫 등장하는 다크 히어로(상자 안에 갇혀 있던 악마들에게 지배당해 뭔가 성격들이 삐뚤어진 히어로 퐁 들의 통칭)들은 단순히 쓰러트려야 할 무감정한 적이 아닌 꼭 미워할 수 만은 없는 독특한 개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벤트 장면에서 다크 히어로들 끼리 벌이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재미를 유발한다. 물론 주역 파타퐁 들도 개성이 상당해서 전투 중 나오는 대사라던가 이벤트 대사를 보면 높은 수준의 한글화와 겹쳐져서 은근히 어두운 스토리 배경을 잊어버릴 정도로 웃음을 유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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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자체도 단순한 보스 격파만이 아닌 전작들의 미니게임에 해당될 수 있는 진지 점령(최대한 앞으로 많이 전진해서 제한 시간 내에 많은 지역을 점령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의 주둔지에 돌입해서 상대를 격파하면 승리)이라던가 장애물 달리기(앞에 있는 장애물을 부숴가면서 먼저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승리)등 여러 가지 조건의 특수 스테이지가 다수라서 단순히 치고 부수는 것만이 아닌 경쟁 심리도 자극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특정 조건에서 나오는 강력한 대형 보스도 있어서 자신의 실력을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또 특정 스테이지는 한번 클리어 후에는 몇 번이고 재도전이 가능해지는 곳도 있는지라 레벨 업이나 아이템 수집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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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멀티 플레이의 지원도 전작과 달라진 부분이다. 주변에 같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친구가 있다면 같이 모여서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싱글 플레이 때는 할 수 없는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어느 정도 있는 법. 일단 리듬액션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른 RPG 이상으로 진행이 힘들어지는 점이 있다. 그리고 클래스가 다양하긴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특정 클래스의 효율이 상당해서 어지간한 스테이지는 클래스 변화를 하지 않아도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클래스 체인지의 의미가 퇴색되는 부분이다. 그 외에 시스템적인 면으로는 세이브가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마다 자동으로 되는 방식이라서 이벤트 재 감상이나 선택지 재선택 용으로 따로 세이브를 저장해 둘 수 있는 타 RPG와 비교해서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

물론 이런 단점들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에 비하면 극히 사소한 부분이다. 리뷰인 만큼 너무 칭찬 일색으로 가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방어심리? 아무튼 리듬액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약간의 걸림돌이 있긴 하지만 이것만 통과한다면 파타퐁3는 다른 RPG 이상의 재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게임이다. 더구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한글화라는 보너스도 붙어있다.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