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된 팬 서비스. 디시디아 듀오데심 파이널 판타지
지금까지 수많은 정식 넘버링 타이틀과 외전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드래곤 퀘스트, 여신전생 시리즈와 더불어 일본 국민RPG의 트로이카 중 한
쪽을 맡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그 첫걸음을 걸었던 첫 작품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탄생한 게임이었으나, 이것이 절정의
인기를 끌게 되었고, 그 명맥이 이어져옴과 동시에 게이머라면 누구나가 다 한번쯤이라도 이름을 들어봤을 법 한 작품으로서 그 이름을 널리
떨쳐왔다.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이하 디시디아)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는 컨셉에 맞게 역대 시리즈의 주역들과
악역들이 시리즈별로 참여함으로서 어떤 의미로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올스타즈라는 형태의 게임으로 완성됐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RPG라는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드라마틱 프로그레시브 액션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물론 RPG가 아니었던 거의 액션에 가까운 외전
시리즈는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들의 경우 킹덤 하츠 시리즈처럼 하나의 줄기를 따라가며 액션을 펼친다고 친다면, 본작의 경우는 그것을
조금 심플하게 바꾸어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대전을 중심으로 게임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어쨌든 이런 팬 서비스성으로 등장하는 게임의 경우는
후속작을 만들 떡밥이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2011년 초 우리들의 예상을 멋지게 뒤엎고 디시디아 듀오데심 파이널
판타지(이하 듀오데심)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앞에 다시 등장했다.

파이널 판타지 20주년 기념작 타이틀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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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추가요소를 주렁주렁 달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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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등장한 넘버링 타이틀의 대표 주인공과 악역들이 한명씩 출전하여 경합을 이루는 듀오데심은 비단 올스타전적인 성격만을 띈 것이 아니라
구(旧)와 신(新)의 조화를 모태로 삼고 있기도 한데,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1~6탄까지의 캐릭터들의 리뉴얼이다. 역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 6번째 시리즈까지는 2D를 고수하였으나 3D의 시대가 열리면서 거기에 발맞추어 3D 그래픽을 일신하였고 그것을 시발점으로 새로이
시리즈의 명맥이 이어져왔다.
원작에서는 2D 그래픽으로만 표현되어오던 역대 주인공들과 악역들은 디시디아로 넘어오면서 현대풍에 맞게 어레인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팬들을 기쁘게 해 줄 요소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각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한 명 한 명 마다 인터페이스의 그래픽과 컬러가 전부 그
캐릭터가 등장했던 시리즈에 맞추어져 있으며, 여기에 각 시리즈에 해당하는 음악을 리뉴얼하여 수록했다. 원작이 출시되었을 당시에 하드웨어의
한계로 음성을 집어넣을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경우는 디시디아로 넘어오면서 새로이 성우를 기용하고 원작 팬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은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거나 배틀모드를 전전긍긍 하게되면 모이는 PP로
추가 복장을 구입할 수 있는데, 역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즐겨온 팬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할 만한 복장(예를 들면 7편의 주인공 클라우드
스트라이프는 같은 작품군의 영상작품인 어드벤트 칠드런에서 입고 나온 복장을 추가 복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다)을 입고 나오는 등 팬 서비스
게임으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랬던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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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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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의 확장팩이기도 한 듀오데심이기에 위에 상기된 요소 이외에도 여러가지 추가 요소가 들어있다. 전작에서는 각 작품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주인공 한명 & 악역 한명의 포지션을 고수했으나 본작의 경우는 각 시리즈마다 새로이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추가되었으며(추가되지 않은 시리즈도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지와 BGM이 추가되는 등 확장팩으로서의 기본적인 추가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전작인 디시디아의 스토리모드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전작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조금 원성을 듣고 있다. 원래 디시디아 자체가 파이널 판타지 탄생 20주년으로서 만들어진 타이틀이었는데 그것을 깨고 후속작을 만들었다는 것과 전작의 요소를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전작에서 불거졌던 단점을 수정하여 출시했다는 것이 불만을 가지게 만든 요소들이다.
캐릭터와 인터페이스 이외에 본작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캐릭터의 그래픽의 일신 이외에도 PSP의 성능을 양껏 끌어내어 표현한 이펙트 효과다. 보통적으로 생각하기에 PSP의 성능에 이정도로 화려한 연출이면 어느 정도 프레임의 저하나 느림현상이 있게 마련이지만 디시디아의 경우는 PSP의 성능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덕분에 게임 진행의 끊김현상이라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조금 더 과장되게 말한다면 PS2 중~말기 시절의 그래픽을 그대로 PSP로 옮겨온 수준이다. 화려한 연출에 걸맞게 액션게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화려한 액션성과 타격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럽고 상쾌하다. 일반적으로 본편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액션 신 등을 디시디아에서는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며 만끽할 수 있다.

타 시리즈 캐릭터와의 드림매치도 가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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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라이벌끼리의 정석매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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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액션게임에 약한 게이머를 위한 편의옵션도 준비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옵션상에서 게임 조작 방식을 바꿀 수 있는데, 하나는 장르에 걸맞는 액션 모드, 또 하나는 지금까지의 RPG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위한 RPG 모드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공격버튼을 연타하지 않아도 파이널 판타지 13편의 그것과 같이 커맨드를 입력해주면 캐릭터가 알아서 상대방과 싸우게 만들 수 있어서 액션에 약한 게이머도 무리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드이다. 이것은 일단 무리없이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환영 할 만하지만 너무 RPG모드에 의지하게 되면 정작 액션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어서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월드맵은 전작과 달라진 점은 거의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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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는 직접 움직일 수 있게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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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격투 게임인 만큼 기본적인 대전모드 이외에도 여러가지 모드를 즐길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스토리 모드다. 질서의 신 코스모스와 혼돈의 신 카오스로 진영이 나뉘어 역대 주인공들과 악역들이 세력이 갈리게 되고, 이들이 대립함으로서 일어나게 되는 여러가지 사건을 다루는 것이 스토리 모드의 주축이다. 이번작의 스토리 모드는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의 편의를 배려한 모습이다. 전작의 경우 체스판 위에 말을 움직여서 번거롭게 이동해야했던 반면에 본작은 스토리 모드가 하나하나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챕터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월드맵 상에서 직접 조작하여 월드맵의 이곳저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각 챕터에 해당하는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게이트웨이의 끝에 있는 보스를 상대하게 되고, 보스를 물리치면 그 챕터를 클리어하게 되는 어찌보면 단순 명료한 방식이지만, 각 게이트웨이마다 타일의 배치도 틀리고, 거기에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단숨에 적을 빨리 해치우거나 각개격파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플레이어의 손에 따라 결정되고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각 게이트웨이에는 일반 적과 보스가 공존한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액션 RPG로서의 요소도 충실하다. 플레이어는 적들을 물리쳐 나가면서 레벨 업을 할 수 있고 적들도 거기에 상응되어 각자의 레벨이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레벨이라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적이 아무리 레벨이 높고 플레이어 자신이 레벨이 낮다고 해도 머리를 잘 굴리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게 게임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춰져서 조심만 한다면 높은 레벨의 적 캐릭터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은 비록 본작이 원작의 팬들을 위한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본작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편의성을 최대한 발휘하였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액션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타격감도 굉장히 좋은 편으로, 속된말로 때리는 맛이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올 정도로 전투시의 타격감이나 기타 구성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이런 화려한 장면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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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효과들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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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을 살짝 깎아먹는 2% 부족한 점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그것은 본 작품이 속칭 "반글화"라 불리우는 반 한글화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본작은 디폴트 시스템 언어는 영어로 설정되어 있고, 옵션에서 각 나라별 언어를 선택,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나 게임 전체의 언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 영상에서만 해당 언어로 자막이 출력이 되고, 기본적인 시스템 설명이나 게임을 위한 팁 등은 영어 그대로 나온다. 이는 비단 국내 정식 발매 버전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지역 발매 버전이라면 전부 겪을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아시아 전역을 단기간 내에 신경을 써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나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월드 맵과 이벤트영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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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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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창과 기본적인 게임 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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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다
또 하나의 단점은 바로 세이브 슬롯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스토리 모드에서는 한 챕터를 클리어 하고나면 그 챕터를 다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어놓기는 하였으나 한번 지나왔던 곳이라 할지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은 잘 닦인 옥의 티만큼 아쉬운 부분이다.

세이브 슬롯이 하나밖에 없는 건 조금 뼈아프다
일반적으로 팬 서비스용이나 몇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말 그대로 단순히 팬 서비스만을 너무 중시한 채 게임성을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팬 서비스는 거의 배제한 채로 게임성을 살리려 하거나, 혹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놓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본작의 경우는 캐릭터 게임과 대전액션 게임이라는 양 진자를 훌륭히 균형을 맞추어 또 하나의 시리즈 게임으로서 발전해나갈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팬 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속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변화를 잘 캐치해서 만약에 듀오데심의 후속작이 또 나온다고 치면 과연 그때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필자는 솔직한 감정을 말하자면 이 디시디아 시리즈가 발전을 거듭하여 스퀘어 에닉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시리즈물로서, 그리고 슈퍼로봇대전 마냥 파이널 판타지 팬들의 연례행사로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