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벗기면 끝? 성인 온라인 게임 변화 필요하다
<용산구에 살고 있는 이현기(34살)씨는 평소에도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는 절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의 복장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야하거나 자신도 놀랄 정도의 잔인함이 엿보이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시장의 90%를 넘게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에 최근 성인 온라인 게임들이 범람하면서 위험수위가 도를 지나치지 않은 것이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프리 테스트를 진행한 '십이지천2'를 비롯해 하드코어 롤플레잉 '레퀴엠온라인', 모든 성인 콘텐츠의 집합 '판게아' 등 많은 성인 게임들이 선정적, 그리고 잔인이라는 콘텐츠만으로 일관해 게이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성인 무협 게임 '십이지천2'는 무분별한 PK 외에도 여성의 모습을 한 몬스터를 사냥하면 복장이 벗겨지도록 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요소가 여성 몬스터들에게만 적용돼 있다는 점. 성인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여성 캐릭터만 유독 벗기는 요소를 사용했다는 점은 게임을 즐기는 여성 게이머들에게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게임에는 신체 절단 요소도 존재해 잔인성도 충분히 높은 편. 이는 원작인 '십이지천'에서 부터 나온 요소로 공격 방식에 따라 손과 발, 목 등이 날아가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킨 시스템으로 선명해진 그래픽과 효과로 더욱 잔인해졌다.
그라비티의 '레퀴엠온라인' 역시 잔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유명 물리엔진과 신체 절단, 상처가 입는 효과로 인해 이 게임은 많은 성인 게이머들에게 주목 받았다.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 괴이하게 생긴 몬스터는 물론 사람 형태의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으며, 신체 절단 시 절단 된 부위가 피를 뿜으며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도박, 선정성, 잔인성까지 모든 성인 요소를 다 가지고 있던 '판게아'는 도박과 야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NPC, 엽기스럽고 괴이한 요소로 눈길을 끈 성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MMORPG 임에도 불구하고 웹보드 게임들을 손쉽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제한 없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이 외에도 많은 성인 게임들이 다양한 시각적인 효과와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선정적 요소와 잔인성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성인 게임들의 등장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성인 게임을 대표하는 요소 선택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성인 게임이 선정성과 잔인성 요소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게임 전문가는 "해외 시장에서 성인 게임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라며 "유명한 풍자 어드벤처 '래리' 시리즈나 여러 성인 게임 시리즈들은 성적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점보다는 풍자나 게임성 등이 더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에라에서 제작한 '래리' 시리즈(Leisure Suit Larry)는 주인공인 '래리'가 등장해 그때 당시 사회상과 여러 사건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엿보는 어드벤처 게임으로, 총 8편의 시리즈로 출시됐다. 게임 속에는 야한 여성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이들과 '래리'의 관계는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게임 속에서는 주인공 '래리'의 고민은 물론 일반 성인들이 가지는 여러 문제, 그리고 사회가 가진 제도나 사회성에 대한 비판 등을 코믹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로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렇듯 해외 시장의 성인 게임들은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그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점은 선정적이나 잔인한 요소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성인을 위한, 그리고 매출에서도 성공적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 게임 전문가는 "단순히 선정적이고 잔인하다는 것만으로 성인 게임을 대변하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라며 "정말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의 인식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인 게임 '판게아'는 지난해 10월 오픈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지만 서비스 시작 몇 달 만에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한 '레퀴엠온라인'도 서버 통합을 진행, 줄어든 게이머들 달래기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히 잔인하고, 선정적인 성인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