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한국 시장 난감…'불패신화 무너지나'
지난 13일 시장조사업체 NPD에서는 닌텐도가 미국에서 5월 한 달 동안 자사의 비디오 게임기 Wii를 67만6천대나 팔아, 경쟁사인 소니(플레이스테이션3: 20만9천대)와 마이크로소프트(X박스360 : 18만7천대)를 크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누적 판매량에서도 Wii는 1천만 대 판매를 넘었고 1년 가까이 먼저 출시된 X박스360에 7만 대 차이까지 근접해 조만간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 게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계 시장만 봐도 Wii는 2천4백만 대 판매가 훌쩍 넘어 경쟁사 제품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닌텐도는 전 세계 7천만 개 이상 판매된 휴대용 게임기 NDS를 중심으로 세계 게임 시장을 휘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를 주름잡는 닌텐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결과는 어떨까.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NDS를 즐기고 있고 닌텐도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잘 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답은 아이러니 하게도 'NO'다.
< 닌텐도, 전국에 NDS 돌풍 이어갔지만..'실속 없어요'>
지난해 말 한국닌텐도는 NDS가 국내에서 100만 대가 판매되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추산되는 판매량은 140만대이며, 타이틀 또한 52개 타이틀이 발매되었고 모두 260만 장이 넘게 판매가 됐다. 4월 말에 발매된 Wii 또한 현재 4만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판매상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높은 성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맞물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단순히 NDS 대당 판매 수익을 최대 5만원까지 잡고, 판매 타이틀 또한 로얄티를 포함한 수익을 2만원으로 가정하면 최소 350억 원+520억 원으로 870억 원 정도다. 많이 잡아도 채 1천억 원의 수익이 되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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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닌텐도의 과도한 마케팅 비에 비하면 판매 수익은 너무 적은 수치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게시한 광고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닌텐도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출한 총 TV 광고비는 223억 7천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장동건, 이나영, 원빈 등 인기 연예인의 섭외비와 각종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한 비용을 더해야 한다. 또 케이블TV나 삼성동 코엑스 등 공격적인 마케팅 금액까지 더하면 수익은 더 확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새로 발매된 Wii의 경우 어린이날을 둔 5월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4만여 대 밖에 판매되지 않음으로써 '불패신화가 무너진다''연타석 홈런은 없다'는 우울한 전망이 국내에 돌기도 했다.
< 꾸준히 팔려도 전망은 '우울'>
NDS는 현재에도 국내에서 월 10만대 가까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타이틀의 판매는 260만 개로 NDS 당 2개가 안될 정도로 판매량이 부진하다. 타이틀의 편중차도 크다. 장동건, 이나영 등 유명 배우들을 기용해 대대적으로 광고한 '매일매일 DS 두뇌트레이닝'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닌텐독스' 등 3개 종류의 게임이 개당 판매량 20만개를 넘었다. 이 세 개 게임이 전체 타이틀 판매량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즉, 이 외의 소프트 판매량은 처참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R4'를 비롯해 'G6''이지5' 등 NDS용 해킹롬 구동기기는 각종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품절현상이 발생하며 닌텐도DS에 버금가는 수치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NDS가 아무리 팔려도 소프트는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NDS용 게임을 개발하던 몇몇 국내 게임사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개발하고 있던 NDS 타이틀 발매를 접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매한 Wii 또한 해킹칩이 등장해 닌텐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몇몇 디지털 유통상가를 중심으로 닌텐도 위의 해킹칩인 'D2pro'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해킹칩을 이용해 불법으로 복제된 게임을 실행하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공개됐다. 현재까지는 불법 복제가 안되도록 '한국 코드'를 적용한 것만 뚫렸지만 조만간 모든 게임을 복제할 수 있도록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즉, 범람하는 불법 복제물에 의해 한국에서는 '닌텐도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 불법 복제에 완전 노출된 한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닌텐도에서는 최근 '불법 복제를 통제하겠다'며 방지 시스템 도입을 시사했다. 또한 한국닌텐도는 웹하드 및 개인파일 공유(P2P) 업체들과 이들 업체 사이트에 게임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게시한 일부 이용자 등을 최근 형사 고소하는 등 '강력 대응'을 불사하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시들하다. 롬에 불법 복제 방지 장치를 걸어놔도 며칠만 지나면 복제가 가능하도록 개변조되어 나오는 게 관례이고, 한 번도 복제 방지책이 뚫리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코다 미네오 한국닌텐도 사장은 "한국에서 콘솔 게임이 부진한 것은 불법 복제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국내 콘솔 게임 업체들의 사업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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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불법 복제물을 사용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싸다. 해킹롬 구동기만 사면 더 이상 타이틀을 사지 않아도 정품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어제 발매된 신작 게임 파일을 하루만 지나도 구할 수 있다. 즉, 환경 자체가 복제를 쓰기에 너무나 편리하다. 게다가 한국 게이머들은 콘솔 게임에 금액을 지불하고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처럼 여러 명이 함께 접속해서 즐기는 게임의 경우 선뜻 지갑을 열지만, 혼자서 즐기는 콘솔 게임은 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닌텐도에서는 일부 해킹롬 구동기를 판매하는 인터넷 홈쇼핑에 NDS 공급을 중지하는 등 강경책을 썼지만 큰 효과는 못 보고 있다.
< 게임기의 기본은 게임, 기본을 지키지 못하다>
닌텐도의 전망을 우울하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NDS나 Wii 모두 해외 보다 '게임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닌텐도에서는 출시 타이틀을 꼭 '한글화'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지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게이머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최신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한국에 동시 발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 2-3개월, 많이는 1년 가까이 늦게 발매된다. 발매 타이틀도 차이가 크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10개 게임이 발매된다고 가정할 때 국내에서는 1-2개에 그친다. 즉, 정품만 즐기려고 하면 해외에서 유명한 게임들은 대부분 즐기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해킹 롬 구동기를 사용해서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은 게임들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많다.
실제로 해외의 유명 RPG 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자 국내의 게이머들이 별도로 한글화 작업을 해서 해킹 버전을 내놓기도 한다. 또 이들 한글화 기술이 발전해 많은 게이머들이 환영하고 있다.
한국 서드파티 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닌텐도의 높은 로열티와 '무조건 한글화' 정책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까다로운 닌텐도의 검수를 거쳐 한글화 타이틀을 내놓으면 이미 불법 복제로 판매량이 급감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너무 닌텐도가 까다롭고 콧대가 높아서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서드파티 관계자들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닌텐도는 한국 시장을 닌텐도의, 닌텐도에 의한, 닌텐도를 위한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Wii가 실패를 겪고 나면 그 콧대가 좀 꺾일 것"이라며 닌텐도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즉, 닌텐도는 현재 '게임기 이지만 게임에 충실하지 못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더욱 전망이 우울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닌텐도가 해킹 롬 파일을 단속하는 등 '불법 복제 방지'에 더욱 힘을 쏟는 것과 많은 정품 게임을 더 싼 값에 동시 출시하는 등 해외 못지않은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다면 한국닌텐도의 과감한 투자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