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가 되고 싶은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4
액션 게임이라 하면 무적에 가까운 주인공이 무대포로 적을 쓸어버리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바꾼 게임이 있다. '메탈 기어 시리즈'가 그것. 1987년 MSX로 처음 등장하여 적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색다른 액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메탈 기어 시리즈 이후로 잠입 액션은 게임의 한 가지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 메탈기어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메탈 기어 솔리드 4 : 건즈 오브 패트리어츠' (이하 MGS 4)가 지난 2008년 6월 12일, 유니아나를 통해 국내에 영어, 일어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플레이스테이션 3 진영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게임이었던지라, 출시가 되자마자 게임을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의 호응을 받으며 게이머들의 오랜 기다림에 답하고 있다.
MGS 4의 기본 적인 플레이 방식은 전작인 MGS 3 : 스네이크 이터의 방식과 흡사하다.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위장을 해야 적에게 발각될 소지가 낮아진다거나, 게임에서 미니 맵을 통해 적 병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점 같은 요소가 그것. 하지만 배경이 전장으로 바뀐 만큼 전작들에 비하여 은폐, 엄폐에 의한 플레이 비중이 줄고, 더욱 화끈한 액션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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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시스템 역시 기존의 방식을 탈피했다. 전작들에서는 통상 시점에서 바로 재장전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MGS 4에서는 모든 무기를 무기에 맞는 자세가 아니면 재장전 할 수 없게 됐다. 덕분에 게임의 사실성은 향상됐지만, 재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보스전에서는 불편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무기 입수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작까지는 적을 제압하거나, 시설물에 위치한 무기를 입수하여 바로 사용이 가능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입수한 모든 무기를 '드레빈'이라는 캐릭터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잠금 장치를 해제해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게임의 초반에 등장하는 무기 상인인 드레빈에게서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입수하지 못한 총기류, 탄약, 수류탄 같은 품목도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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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변화들이 있지만,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느낌을 주는 메탈 기어 시리즈의 탄탄한 스토리는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이 존재한다. 특히 이번 MGS 4에서는 1987년에 등장한 MSX용 메탈 기어 1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긴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지며 이번 작품에서 결말을 맺고 있다.
이런 스토리의 흐름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연출력과 플레이스테이션 3의 고성능과 함께 어우러져 게임 내내 게이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여기에 스토리 진행 사이사이에 나오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 특유의 위트가 등장, 자칫 딱딱하게 흘러 갈 수 있는 게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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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유명한 해외 게임 리뷰 사이트들은 MGS 4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있다. 그 이유로 꼽는 것은 게임의 화면 분할이나 카메라 각도에 의한 영화 같은 장면 연출과 시리즈 내내 계속해서 등장해온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갈등과 반전이 대부분.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게임을 통해 보여준 연출력이 이 게임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는 증거이다.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게임이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MGS 4의 가장 큰 단점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칭찬한 영화 같은 컷인, 영화 같은 연출력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멋진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게임 진행 중간에 상당한 분량의 이벤트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높은 퀄리티의 이벤트 장면이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시간보다 컷인을 보는 시간이 긴 경우도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 게이머들이 원한 건 게임을 하는 틈틈이 멋진 연출의 컷인을 보는 것이지, 멋진 컷인을 계속 보다가 틈틈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동안 메탈 기어 시리즈는 많은 컷인 장면과 그로 인한 연출로 명성을 쌓아올려 왔기에 이러한 부분은 시리즈의 전통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 라인 보다는, 잠입 후 각 위기와 트랩을 헤쳐 나가는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서 메탈기어 시리즈의 즐거움을 느껴온 게이머들은 이번 작품의 이러한 점에 대해서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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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 플레이와 컷인 씬이 차지하는 비율의 문제일 뿐, 액션 그 자체는 기존 시리즈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스토리 보다는 액션 그 자체에 비중을 두는 게이머라면 MGS 4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외에도 게임 진행 자체에 지장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잦은 하드 인스톨과, 인스톨을 했음에도 잦은 로딩, 플레이 중간중간 나타나는 프레임 저하 같은 점은 원활한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아쉬운 요소다. 그리고 워낙에 긴 세월동안 이어져 온 스토리를 완결 짓는 작품이다 보니 전작들을 전혀 즐겨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게임의 재미를 절반 밖에 느낄 수 없는 점도 단점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에 동봉된 공략집에 모든 스토리 대사와, 전작들의 스토리를 시대 순으로 잘 정리해 놓아서 이런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있다.
'솔리드 스네이크'의 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시리즈의 최종작 MGS 4.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컷인이 있기에 게임의 스토리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게이머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컷 신을 싫어하거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에 불만을 가질 요소를 지닌 게임이기도 하다.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게임이지만, 오랜만에 출시 된 대작 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대작 게임을 한글이 아닌 외국어로 즐겨야 하는 것은 게임의 흠이 될 단점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국인으로서 아쉬운 점이 남는 부분이다.
게임동아 김한준 기자(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