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충돌속 치밀한 심리전,'범피크래쉬'
매년 다양한 게임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는 개발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게이머들이 쉬는 시간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 잠깐 즐기는 경향이 강한 캐주얼 게임 분야는 이런 흐름이 더욱 확연이 드러나는 편. 짧은 시간 내에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개성이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튀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정답이 아니니 문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게이머들을 노려야 하는 캐주얼 게임은 너무 새로울 경우 게이머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이렇듯 평범함 속에 신선함이라는 어려운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개발자들은 매일매일이 고민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2일부터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조이맥스의 범피 크래쉬도 이런 고민 끝에 등장한 신장르 게임이다. 이 게임은 범피라는 제목에서도 연상할 수 있듯이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한번쯤 타봤을 범퍼카를 소재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범퍼카들이 서로 치고 받는 대전 액션 장르의 게임이다.
"원래 액션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 장르이다보니 뭔가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겠다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타격이라는 단어에서 충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거기서 범퍼카를 떠올리게 됐죠"
범피크래쉬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 팀장은 범피 크래쉬에 대해 치밀한 심리전이 살아있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범퍼카라는 소재 때문에 서로 부딪히는 것 밖에 없는 단순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충돌이라는 단순함에 심리전이라는 요소를 넣어 하면 할수록 더욱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
특히, 상대방의 공격을 끊어버릴 수 있는 반격기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해서 방어하거나, 상대방의 방어를 예측해 살짝 늦게 공격을 시도해 콤보를 이어가는 등 상대방과의 수 싸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쉬운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내 테스트에서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와서 이제는 초보 게이머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더 많이 추가하고 있습니다"
초보들은 손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고, 고수들은 하면 할수록 파고들 요소가 있는 게임. 이 것이 김팀장이 그리는 범피크래쉬의 모습이다. 때문에 범피크래쉬에는 공격 범위 안에 상대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공격을 도와주는 오토 시스템과 일정 시간 이상 공격을 받으면 공격이 유리해지는 폭주 시스템이 들어있으며, 다양한 스킬과 아이템이 등장해 이것들을 활용한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다.
특히 캐주얼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의 순수 실력을 겨루기 위해 넣는 노템전(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는 모드)이 없다는 것이 범피크래쉬의 특징 중 하나. 김팀장은 노템전은 너무 실력위주라 초보 게이머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이템전을 기본으로 하고 아이템의 위력을 더욱 강조시킨 스페셜 아이템전을 추가해 그것으로 초보와 고수를 모두 배려했다.
"요즘은 캐주얼 게임들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성장 시스템을 지원하는게 보편화되고 있는데 그러면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게이머들이 질리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깊이가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그것을 캐릭터의 성장보다는 게이머의 실력 향상으로 만들겠다. 이것이 김팀장의 생각이다. 물론 범피 크래쉬에도 범피(자동차)의 부품을 교환해서 더욱 좋은 범피로 만들어가는 성장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범피의 성능보다는 게이머의 실력이 게임의 승패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게이머들의 실력과 수 싸움에 중점을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e스포츠도 노리게 됐다. 2007년 우수게임지원제작 공모전에서 e스포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경력은 범피크래쉬 개발팀이 e스포츠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다.
"e스포츠화가 되려면 플레이하는 재미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김팀장은 현재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고 e스포츠 모양새를 갖춘 게임은 카트라이더 정도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하는 재미는 갖췄지만 보는 재미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e스포츠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팀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범피크래쉬에 커뮤니티 강화를 위한 테마파크 공간을 만들었으며, 정해진 시간에 커플 최강전 등 토너먼트가 정기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대회에 참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계속보면서 자연스럽게 e스포츠로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게 김팀장의 목표다.
"이번 클로즈 베타 테스트 결과에 따라 약간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한번 정도 더 테스트를 거친 후 오픈 베타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워낙 생소한 장르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지만, 반대로 새로운 장르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