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게임 시장 분석, 한국 '목적의식'-미국 '자율성' 추구
현재 미국의 전체 게임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14일 환율 기준 약 36조원)를 넘어섰으며 이중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17억 달러(약 2조49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매년 약 30%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매출 규모만도 17억 달러에 달해 전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3년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거대한 미국 게임 시장을 노리고 줄기차게 노크했지만, 비디오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국 온라인 게임시장을 주도한 것은 후발주자였던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였다.
미국에서 'WoW'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2005년 이후로 'WoW'의 온라인 게임시장 점유율이 50% 이하가 된 적이 없을 정도. 아직까지도 그런 인기는 식지 않아서,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WoW'로 비유될 정도다. 물론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 온라인 게임사들의 노력도 결실을 이루고는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10만 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비디오게임 천국'이지, 온라인 게임에 있어선 불모지다. 미국 전체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13~15% 정도 수준이며, 이 비율에는 웹게임, 플래시게임 등의 웹기반의 보드게임류가 포함되어 있다. 순수하게 온라인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10%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직도 MMORPG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게이머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게임시장이기 때문에 아직도 미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고부가가치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최근에도 국내의 많은 게임업체들이 미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국 게임 시장을 진출할 때 택해야 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미국 게이머들의 가진 큰 특징은 '자율성'에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들이 하는 행동이 '바보' 같을 수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의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 내에서 정석에 따르는 플레이가 아닌, 온라인게임 내의 세계 자체를 즐기고 생활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 내에서 대부분 캐릭터의 성장을 주목적으로 두고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게이머들은 캐릭터의 성장이 아닌 온라인게임 세계에 펼쳐진 모든 것을 즐기는 편이라는 의미가 된다.
비디오 게임도 이러한 성향은 마찬가지. 그 예로 자율성을 극대화 시킨 GTA 등의 게임은 매 시리즈마다 수백만 장 씩 팔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 먼저 진출했거나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파악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 중국 시장과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이머들의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는 얘기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온라인게임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판단으로 단기간의 성과를 노리고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게임사들이 있는데, 미국 게이머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게임사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한다. 미국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 초기부터 시장에 맞는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그러한 자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충분한 준비가 수반되어야 하며,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지역 버그들은 미국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및 유럽 게이머들은 지정된 사냥터가 아닌 새로운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해 국내 게이머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장소로 이동해 폴리곤 사이에 캐릭터가 고립되는 버그도 가끔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엔도어즈 미국지사 강한곤 대표이사는 "세컨드라이프가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현재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및 일본,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동아시아권 국가의 게이머들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는데 반해 미국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 내에서 '자율성'을 추구한다"고 이야기 했다.
* 취재 : 게임동아 최호경 기자 (neoncp@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