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게임인들이 인정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2008년 총 수출액 10억 달러 돌파, 전세계 60여개국에서 4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
고작 10여년에 불과한 역사를 가진 한국 게임산업이 이룩한 결과다. 정부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2012년까지 3500억원 지원 정책을 발표하는 등 게임산업에 대한 평가는 나날이 수직상승 중이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 산업이 가진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양적인 성장은 인정하겠지만 여전히 기술력은 해외에 비해 한없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얘기는 일정 부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올해 돌풍을 일으킨 기어스 오브 워2만 봐도 그들의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의 게임산업이 이 같은 성장을 거듭한 것이 단순히 많이 생산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 게임업계는 이미 전 세계 게임업계가 인정하고 있는 분야를 많이 가지고 있다.
전세계를 휩쓴 닌텐도DS에 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휴대용 게임기는 전세계에서 일본과 당당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첫 휴대용 게임기인 GP32는 뛰어난 멀티미디어 기능 지원으로 게임기를 넘어선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GP32의 계보를 잇는 GP2X WIZ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8 행사에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GP2X WIZ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타 휴대용 게임기에서는 시도하지 않고 있는 오픈 소스 전략 때문이다. 개발 툴 공개로 인해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어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런 GP2X 시리즈의 커뮤니티 층이 10만 명 넘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PSP나 NDS에 비해 게임 라인업이 부족하지만 이 것이 활성화되면 훨씬 더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멀티미디어 기능 역시 타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훨씬 뛰어나, GP2X WIZ를 게임도 되는 PMP라고 말할 정도다. AMOLED 스크린 도입으로 언제 어디서나 선명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으며, WAV, OGG 등을 지원하는 음악 기능, 포토뷰어, 코믹뷰어, 전자책 등 일반적인 PMP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다른 휴대용게임기에서는 찾기 힘든 장점이다. GP2X WIZ는 내년 2월경 출시될 예정으로, 벌써부터 해외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로 대표되는 온라인 서버 기술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네오위즈와 함께 피파 온라인을 만들고, 제이투엠을 인수한 EA나 버티고우 게임즈와 함께 스맥다운 VS 로우 온라인을 개발중인 THQ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 게임사들의 온라인 서버 기술은 전세계가 탐을 내고 있다. 조이맥스, 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은 한 국가에서 전세계 서비스를 총괄해 현지 진출 비용을 줄이는 글로벌 서버 기술 분야에서 한발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서버 기술 뿐만 아니라 개발 능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8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킹덤 언더 파이어:서클 오브 둠을 만든 블루사이드는 전세계 게임사들을 상대하고 있는 MS에게 그 능력을 인정받아 꾸준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최근 게임성이 강화된 3D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누리엔을 선보인 누리엔소프트는 엔비전(NVISION) 2008 행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컴퓨팅 기업에게 수여되는 베스트 이머징 컴퍼니(Best Emerging Company)로 선정됐다.
차세대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 내 광고(In Game Ad.)도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현재 전세계 게임 내 광고 시장은 MS의 자회사인 매시브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아이지에이웍스도 소니의 인터넷 관련 서비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소넷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가진 트리코드 솔루션 기술은 게임 내에서 다양한 오브젝트들에 의해 가려지거나 화면상의 각도에 의해 유효하지 않는 노출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걸러내 광고주들에게 유효한 노출시간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며,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도중 광고주가 원하는 시간대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아루온 게임즈는 핵심 기술을 중국에서 빼가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회계 법인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기술은 산업계 전반적인 파급효과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게임 기술력은 이미 전세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물론 해외의 앞선 부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