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온라인 게임, 바뀌어야 산다' [1부] 산학협력
온라인 게임은 한국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발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여러나라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을 찾아오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예정보다 2년이나 빠르게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을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 보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뿐이다. 중국, 유럽, 미국 등 각 지역에서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의 '한국 따라잡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는 그 문턱에 와 있다. 중국은 공공연히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또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이미 대등할 정도의 대작 게임을 내놓으며 동등한 위치까지 왔음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 어떻게 발전하고 바뀌어 가면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본지에서 살펴봤다. 첫 번째 주제는 게임이론에 대한 체계적 확립, 그리고 산학협력 분야다.
< 체계가 없는 한국의 게임개발 풍토>
한국의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몸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존에 없는 것을 창조했기에 직접 부딪혀 보면서, 혹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유일한 개발 방법이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임 중 상당수는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한국 개발사들은 1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대부분 과거의 경직되고 낙후된 개발 과정을 고수하고 있다. 체계적인 이론 아래서 실패의 확률을 줄여나가는 노력없이 일단 해보고 안되면 고치는 식의 '묻지마' 개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험을 앞세운 개발 방식은 최근처럼 개발 기간이 늘어나고 개발비도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의 게임 개발은 과거처럼 4~5명이 아니라 많게는 몇백 명까지 늘어나는 고 리스크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해외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 기술 대부분의 노하우가 해외의 '원천기술'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나 통신 이론도 대부분 해외의 것이며, 화려한 3D 그래픽이나 움직임도 결국은 해외의 물리엔진을 통해서 응용한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원천 기술이나 체계적인 이론 연구없이 진행되고 있는 주먹구구식 개발은 한국 게임이 언젠가 낙후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천기술을 산학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또 이론 연구를 병행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게임멀티미디어공학과 엄기현 교수는 "학교와 게임업계의 연계점이 하루빨리 두터워지고, 2세대 게임인력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협조해야 한다"며 "이론과 기술을 체계화 시키고 산업에 도입해야 장기적인 한국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바짝 다가온 해외 개발사들>
반면에 해외는 게임분야의 산학협력 체계가 오래전부터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한국보다 게임 개발의 역사가 긴 해외 개발사들은 패키지 게임 등에 적용했던 게임 관련 원천기술들을 서서히 온라인 게임에 맞게 특화시켜 대입하고 있다.
물리엔진, 인공지능 등 해외의 엔진 제작 업체들은 대학교들과 제휴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게임이론 연구를 계속하며 엔진을 개량하고 있다. 또 이렇게 개량된 엔진들은 한국에 10~30억 원의 높은 값에 팔린다. 게임 이론이나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 거의 없다는 것을 간파한 해외의 게임 엔진 업체들은 최근 앞 다투어 한국에 지사를 세우며 엔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외에서는 게임에 특화된 대학교 학과를 나오면 닌텐도, 블리자드, EA 등 유명하고 문턱이 높은 해외 게임사에도 입사가 가능할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그만큼 체계적이고 탄탄한 실무적 교육을 받는다. 디지펜 공과대학과 USC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학과, 카네기멜론 대학의 테크놀로지 센터 등 유명 학과 출신들은 학과 중 실제 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유명 게임 개발사에 입사하거나 직접 게임회사를 창업하기도 한다. 2007년도에 세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됐던 '포탈',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3 최고의 다운로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플로우(Flow)' 등은 해외의 선진적인 산학 협력 시스템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화는 게임이론에 대한 활발한 토론 문화이다. 지난 10월 말에 미국에서 열린 AID 토론회를 비롯해 해외에는 대학생들이 실제로 게임 이론을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고 이러한 것들이 진지하게 밤샘 토론의 장이 되고 있다. 또 그러한 이론 중 상당 수는 현재 실제로 즐겨볼 수 있는 해외 온라인 게임이나 패키지 게임에 더욱 개량되어 반영되고 있다.
< 산학협력을 통해 2세대 온라인 게임 개발에 박차 가해야>
근 5년전만 해도 세계에서 패키지 게임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 중 하나로 인정받던 일본은 최근 유럽에 완전히 밀린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이론 개발에 소홀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게임 개발을 단행했던 일본은 엑스박스360이나 PS3와 같이 거대한 개발비가 필요한 현재에 와서 넘어설 수 없을 만큼이나 유럽 개발사들과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한국에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조금만 지체하면 불과 3~5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산학협력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이 나오고 있다. 우송대학교와 위메이드,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과 여러 게임사들, 여주대학 게임엔터테인먼트과와 넥슨SD, 아주대와 지에프존 등 학계와 업계의 만남이 계속되기도 하고, 또 동국대학교에서 게임 관련 석사 및 박사 과정이 열리는 등 체계적인 '2세대 게임인 육성'으로의 길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업계의 핀잔을 듣는 '게임 자격증', '게임학과 출신은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업계에 팽배해 있으며 산학협력을 하더라도 게임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게임에 대입하는 포괄적 수준이 아닌, 단순히 게임 테스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국대 엄기현 교수는 "게임업계와 학계가 대화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쓸만한 인력이 없다고 난리인데, 정작 학계에 얘기한 적이 없고 학계는 어떠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한지 모른다"고 현실을 얘기했다.
고려대 한정현 교수도 "해외의 퀄리티 높은 그래픽과 물리 엔진은 개발자들이 가진 순수 학문에 대한 높은 이해가 뒷받침되어 생긴 것"이라며 "국내도 산학협력을 통해 게임엔진 개발에 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으로 게임엔진을 제작해 게임업체들에게 제공하고자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도 최근 '게임진흥정책'을 내놓은 만큼 산학협력이나 게임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 시켜 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