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리니지1' 집단 분쟁에 게임업계 '장사 못하겠네'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5일 온라인 게임 '리니지1'의 소비자들과 엔씨소프트 간의 분쟁에 대해 '집단 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한 것이 게임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리니지1'와 '리니지2', '아이온' 등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확산으로 정상적인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아왔다.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 사용자가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게임 캐릭터가 자동적으로 사냥을 진행해 레벨업도 하고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다. 이는 게임 내 물가 불안정, 비정상적인 콘텐츠 소모 등 게임의 밸런스를 망가뜨려 결국 대다수의 정상적인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네이버, 다음 등의 인터넷 포털이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에서는 '오토를 막아달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 천 건씩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오토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막기 위해 사용자로 감안되는 계정을 정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토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특징을 게임 전문가(GM)들이 판별하고, 게이머들끼리 신고토록 하며 사용자에게 소명기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계정 블록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계정이 블록된 일부 이용자들이 '부당하게 계정 이용이 정지됐다'며 이용정지 해제와 위자료를 요구하면서 소비자 보호원을 찾으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는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용자가 무조건 '억울하다''난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하면 개발사 측에서 사용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법규에 의하면 게이머들의 신고는 '참고자료' 수준이 될 뿐이며, 게임 전문가(GM)들이 연출한 특이사항에 답변하지 못했다고 해당 부분을 직접 동영상을 촬영해 제출해도 당사자가 "그땐 내가 플레이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경우 명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최신 오토 프로그램들은 게임의 기록(로그)마저 바꿔놓는 경우도 있어 당시 행동을 증빙할 자료를 만들어 내기가 더욱 쉽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문제로 현재 엔씨소프트 등 메이저 개발사들은 오토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두눈 뜨고도 처벌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수백 만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 중에서는 게임 내에서 오토 프로그램이 척결되지 않자 '개발사가 오토 프로그램 회사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도 제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게임 개발사들은 이번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집단 분쟁조정 절차'에 극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만에 하나 소비자보호원이나 향후 법원이 개발사의 게임 전문가(GM)의 판단이 아니라 계정 블록자의 손을 들어줄 경우 더욱 오토 프로그램이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숙련된 게임 플레이 전문가(GM)들이 직접 모니터링을 하고 절차를 통해 이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대단히 정당한 것"이라며 "이번 개시 결정으로 다수의 소비자들의 권익이 오히려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 또한 "소비자보호원이 오토 프로그램 사용 확률이 높은 몇몇 게이머의 입장만을 대변해주다보면 국내 게임 시장은 어느새 오토 프로그램의 천국이 되어 버릴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소비자보호원이야 말로 국내 게임 산업을 축소시키고 망가뜨린 주범으로 인식될 것이다"라고 강도높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