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적응된다 VS 한자표현' 스타2 한글화 논란

지난 23일 블리자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본사에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한글화 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을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게이머 입장에서 행복한 일이지만, 이번 스타2 한글화에 대한 게이머들의 입장은 상반되어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즐기다보면 차차 적응할 수 있다'는 게이머들과, '공개된 유닛의 명칭들은 한글화가 아닌 한자 표현이며 10년 동안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을 위함이 아니다'라는 의견들로 나뉘어있다.

왜 국내 게이머들은 스타2에 대해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을까? 스타2의 한글화 버전이 공개된 이후 게이머들의 반응과 게이머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 <10년 동안 즐겨온 스타1의 잔재>>

스타2의 가장 큰 장벽은 다른 온라인게임이 아닌 전작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이다. 스타1은 국내에서 450만장의 히트를 기록하며 지난 96년부터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아왔다. 테란-저그-프로토스로 구성된 3개의 종족간의 전투는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10년이 지난 최근에도 게이머들이 즐겨 찾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이다.

또한 e스포츠의 활성화도 스타1에 오랫동안 사랑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99년 케이블Tv에서 녹화방속으로 시작된 스타1 리그는 현재 양대 게임방송사(온게임넷, MBC게임)에서 생방송으로 리그가 진행되고 있으며, 스타1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 역시 300명에 육박할 정도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PC방과 케이블TV를 통해 매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스타1이다 보니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며, 게임에 등장하는 영문 유닛도 중계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귀에 익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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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타2의 한글화 초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주고 있는 게이머들은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보여준 블리자드의 로컬라이징 센스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다.

과거 많은 게이머들은 해외에서 발매된 게임을 즐기다보니 영어로 된 단어들과 외래어에 익숙해졌다.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많은 마법이나 주문들이 이런 것들이다 보니 게이머들은 판타지에 등장하는 유닛에 대한 명칭은 영문 표기나 외래어가 당연시된 것이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WoW의 국내서비스를 실시하며 게임에 등장하는 5만 여개에 달하는 단어들은 한국식 표현으로 변경했다. '파이어볼'을 '화염구'로, '체인라이트닝'을 '연쇄번개' 등으로 새롭게 표현했다. 또한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에 등장하는 고유명사나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한국어가 아닌 '한국식 새로운 단어'로 변환해 게이머들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물론 과거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이나 판타지 마니아들은 '파이어볼'과 '화염구'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느낌이 다르다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서비스가 이어지며 이제는 많은 게이머들이 한국식 판타지 단어들의 표현에 익숙해진 상태다.

< <한자어 표현 어색, 차라리 원어로 사용하자>>

전작인 스타1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스타2의 한글화 버전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게이머들은 다양한 커뮤니티와 덧글을 통해 "마린이 해병으로, 러커가 잠복자로 표현된 이번 한글화 버전은 한국어가 아닌 한자어 표현에 더욱 가깝다"며 "이렇게 한글화를 할 바에는 차라리 전작과 같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엄폐호(벙커), 집정관(아콘) 같은 단어는 한국어가 아니며, 이런 명칭으로 중계방송을 들을 생각을 하니 더욱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아콘의 한글화 명칭인 '집정관'은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의 행정 및 군사정권을 통솔하는 수장을 뜻한다. 그런데 이 집정관이라는 단어는 세계사에서도 마땅히 한국어로 대체할 말이 없어, 일본어식 표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식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고민하는 블리자드, 한글화 전면 수정 가능성도>>

블리자드 입장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프로토스 유닛인 질럿을 광전사, 다크템플러를 암흑 기사로 한글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많은 게이머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블리자드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기 위해 '한글화 이름 공모전'까지 실시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한글화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한글화 의지는 강력하고 적극적이다. 과거 WoW의 한글화를 준비하면서도 게이머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지만 차후 게이머들에게 인정을 받은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스타2의 한글화는 우리가 고수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우리는 해당 국가에 게임을 출시하면 자국민이 100%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발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도 이번 스타2 한글화에 대한 게이머들과 관계자들의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타2의 한글화 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블리자드의 중요한 방침 중 하나가 게이머들이 만족할 만한 모습으로 게임을 발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2의 앞으로의 모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게이머들이 원하는 명칭이나 방향성을 강력하게 어필한다면, 차후 발매될 스타2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갖추고 발매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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