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허와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자 90억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중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온라인게임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화려한 겉모습만이 온라인게임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일까?
높아져가는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거대 자금을 들여 화려하게 꾸미기에만 급급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임사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성이 아닌 현금으로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괴상망측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게임 업체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매년 게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양성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눈앞의 실적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살펴보며,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허와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 <화려함만 있고 서비스와 운영은 없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다. 일단 보기에 좋은 떡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9년 여름 국내 온라인게임 중 가장 많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모은 게임은 단연 마비노기영웅전과 C9이다. 바로 화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액션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서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제대로 된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아직 정식으로 오픈베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디 선점이란 매혹적인 이벤트를 앞세워 실시한 마지막 테스트를 제대로 치러내지 못했다.
몇 백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 게임들이지만, 화려함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기본이 되는 서버와 운영에 실패하며 오픈베타를 시작하기도 전에 게이머들에게 실망감만 전해주고 있다. 현재 C9은 이틀간의 테스트에서 계속되는 문제점만 드러냈고, 마비노기 영웅전의 오픈베타는 연기된 상황이다.
<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의 권리는 어디에?>>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마해영과 박정태씨 등 전직 야구선수 13명이 온라인 게임업체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 등을 대상으로 캐릭터 초상권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또한 전 LG의 야구선수 이상훈 씨는 잠실야구장 인근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무단 상용한 것에 대한 시위도 진행 중이다.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이는 프로야구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개발사에서 전직 야구선수들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그들에게 지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슬러거'와 '마구마구'는 현직/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등장해 경기를 펼치는 프로야구 온라인게임이다. 게임에는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도 등장하지만 과거 엄청난 성적을 기록한 소위 '레전드' 급의 은퇴 선수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렇게 은퇴한 선수들의 캐릭터는 대부분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캐릭터들의 본인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지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과 같은 사건에 대한 판례가 없어 어떠한 식으로 결론지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은퇴한 선수들에 대한 권리가 매우 강력하게 보장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초상권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 확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허울뿐인 수출상담액? 단순 실적 부풀리기>>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할 정부는 정부 지원사업의 실적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문하부 산하 콘텐츠진흥원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게임 컨벤션 온라인'에 참가해 2,200만 달러(약 270억원)의 수출상담액을 기록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수출상담액은 단순히 상담에 응한 상담액수에 불과하며 이 수치가 정식 계약으로 이어질리 만무하다. 실제로 몇 년전 개최된 E3에서 문화부는 '수출상담액 1억불 돌파'라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수출이 성사된 금액은 2%에 불과한 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때문에 '수출상담액'이란 단어는 언론의 질타로 그 사용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기관의 행사에서 종종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2009년 문화부는 게임 컴벤션 온라인 이후 수출상담액이란 단어를 조용하게 다시 사용하고 있다.
< <온라인게임 퍼블리셔들, 개발사의 손발 옭아 묶는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온라인게임 퍼블리셔는 자금력을 앞세워 중소 개발사들을 압박하거나 계약을 빌미로 서비스를 늦추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생개발사 KB온라인은 지난해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적인 대형 퍼블리셔는 개발사와의 계약을 약 3개월간 미뤄왔다. 계약 기간이 장기화 되자 KB온라인은 다른 퍼블리셔를 알아보려 했지만 이미 게임시장에는 퍼블리셔와의 계약 관련 소문이 퍼져 있어 다른 곳과 계약도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그렇게 계약은 파기됐고 또 다른 퍼블리셔와도 비슷한 사례로 3개월간 계약을 미루다가 시간만 허비해 자금이 부족한 개발사는 운영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내 게임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자 선진국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이지만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화려한 겉모습 보다는 내실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며, 정부와 퍼블리셔 눈앞의 실적 때문에 상도나 의를 버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