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꾸미는 재미, '캐릭터'에서 '집'까지 확산되다
한 때 온라인 게임 안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잘 꾸미느냐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캐릭터 꾸미기(커스터마이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게임 내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흡사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었고, 마이클 잭슨이나 간디 같은 유명 인사들이 패러디되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게이머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 내에 녹여내면서 개성을 뽐내고 또 재미를 느껴왔다.
하지만 이제 게임 내에서 캐릭터만 잘 꾸며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직접 집을 짓고 꾸미면서 재미를 느끼고, 또 자신을 더욱 과시할 수 있는 '하우징' 시스템이 새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 실제 사회를 더욱 구체화 시켜가고 또 게이머들 간의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하우징 시스템도 인기를 얻고 있다.
< 동물의 숲으로 시작된 하우징 시스템의 붐>
9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되던 '울티마 온라인'부터 시작해 그동안 많은 온라인게임에서 하우징 시스템이 선보였었지만, 국내에서 게이머가 아닌 일반 여성에게 까지 '게임 속 집 꾸미기' 열풍이 분 것은 NDS로 발매된 '동물의 숲' 이후 부터다.
'동물의 숲'은 과일을 따거나 낚시를 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통해 돈을 벌고 이 돈으로 집을 꾸미는 것이 목적인 게임으로, 게이머들은 자신의 집을 꾸민 후 무선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초대하고 집을 자랑하는 등 하우징 시스템의 재미를 만끽했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여성들이 자주 눈에 띄었으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동물의 숲을 대신 해달라는 여자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남자 게이머들의 푸념이 수십 개씩 올라오기도 했다.

< 집짓고 초대하고.. 여성 게이머들 '빠져드네'>
이런 가운데 아예 하우징에 특화된 온라인 게임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임이 이야 인터렉티브에서 만든 '엔젤 러브 온라인'이다.
'엔젤 러브 온라인'은 '라그나로크'와 같은 깜찍한 2D 그래픽으로 구성된 온라인 게임으로, 근사한 정원이 있는 집부터, 성, 빌딩 등 게이머가 원하는 웬만한 집은 모두 게임 내에서 지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벽지, 바닥 등 세세하게 집을 꾸민 후에 무도회를 열어 다른 게이머들을 초대할 수 있으며, 무도회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등 커뮤니티성이 극대화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 안에서 투표 등의 시스템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자신의 집을 과시하면서 다른 온라인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얻고 있다.
또 하나 '엔젤러브 온라인'은 다채로운 꾸미기, 여성 게이머들의 취향에 꼭 맞는 그래픽과 시스템 등 때문에 20대 여성이 전체의 50%에 육박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게임 내에 자신의 실제 사진을 등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다른 게임과의 차이점이다.
< 단지 꾸미는 재미만? 게임 재미도 좌우한다>
오는 9월 5일 테스트를 준비중인 소노브이의 액션 온라인 게임 '비바 파이터'의 하우징 시스템(룸) 역시 게임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게임 속에 자신만의 '룸'을 소유하게 되며, 가구 등의 장식품으로 장식을 할 수 있고, 친구를 초대해서 놀거나, 글을 남기고 대화하는 등의 커뮤니티 활동도 나눌 수 있다.
비바파이터 '룸'의 특이한 점은 꾸미는 재미를 넘어서 게임의 성장에도 큰 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룬'이라는 요소를 얻을 수 있으며, 이 '룬'을 자신의 '룸'에 장착하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사냥에 도움이 되는 버프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룸'을 꾸미는 행위가 자기 만족을 넘어서 게임 내에서 인기도의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원의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룸'에 다양한 가구를 배치하면 가구 포인트에 따라 아이템을 선물 받을 수도 있다.

< 하우징 시스템, 계속되는 발전>
이렇게 하우징 시스템이 붐을 타자 신생 온라인 게임은 물론 기존에 서비스되던 게임들까지도 하우징 시스템의 탑재를 발표하는 등 온라인 게임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나우콤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테일즈런너'에는 최근 '테일즈팜 동물 경기장'이라는 하우징 시스템이 등장했으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NHN의 'C9'에서도 길드 하우징 시스템이 킬러 콘텐츠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아틀란티카'를 개발 중인 엔도어즈도 하우징 시스템을 탑재할 것이라 공식 발표했고 코나미와 유니아나의 한일 합작 게임으로 유명한 '카오틱 에덴'에서도 하우징 시스템이 새 차별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 및 아시아 3개국이 공동 프로젝트로 제작된 '룬즈오브매직' 뿐만 아니라 '보노보노 온라인' '마비노기 영웅전' '마프 온라인' 등 다채로운 온라인 신작들에게서 하우징 탑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투데이,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슷한 선상에 놓여진 하우징 시스템이 인기를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우징 시스템은 자기 과시를 위한 새로운 영역 개척 뿐만 아니라 게임 내의 인맥 확장이나 커뮤니티성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