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 만나는 한국인 캐릭터들의 천태만상
국내에 '미드' 열풍을 몰고 온 주역 중 하나인 외화 시리즈 '로스트'는 흥미진진한 구성 이외에도 김윤진이 연기하는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여름 개봉했던 블록버스터 영화 '지아이 죠' 역시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쉐도우의 국적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고질라에 모 참치회사의 참치 캔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때와 비교하자면 최근의 문화 콘텐츠에서 한국인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이 비교적 쉬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화제를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게임으로 돌려본다면 어떨까? 게임 속에 등장하는 한국 캐릭터들은 과연 어떤 작품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 지 알아보도록 하자.
*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들
한국 캐릭터를 가장 쉽고 많이 접할 수 있는 게임은 단연 대전액션 게임이다.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유난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의 원조라면 1992년에 출시된 SNK(현 SNK 플레이모어)의 대전액션 게임인 아랑전설2에 등장한 김갑환을 들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김갑환이라는 캐릭터가 생겨난 과정이다. 김갑환이라는 이름은 최초에는 이해푠이라는 이름으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당시 SNK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회사의 사장이 "이런 이름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SNK는 이를 지적한 사장의 이름을 따서 김갑환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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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기합 소리와 다양한 발동작이 인상적인 이 캐릭터는 이후 SNK의 대표작인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했으며, 정의의 사도라는 설정과 뛰어난 캐릭터 성능으로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킹 오브 파이터즈' 2001이 발매된 후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대결 당시, 일본측 대표가 김갑환을 금지 캐릭터로 요구하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갑환이라는 캐릭터가 성공을 거둔 이후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는 인기 격투게임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전훈, 이진주, 채림과 '아랑전설' 시리즈에 등장한 김갑환의 아들 김동환, 김재훈 형제, '풍운태그배틀'에 등장했던 봉술과 태권도를 결합한 무술을 사용하는 김수일이 그 주인공이다.
또한 1995년 출시된 남코(현 남코반다이게임즈)의 '철권2'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백두산과 이듬해 출시된 '철권3'에 등장한 화랑이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으며, 내년 봄 출시 예정인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4'에 등장하는 신 캐릭터 한주리까지 대전액션 게임에서 유독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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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권도 없이도 강력한 대전격투 게임 속의 한국인들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의 비중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 역시 대전격투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K의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에 김갑환과 함께 한국팀으로 첫 등장한 장거한과 최번개는 게임 내의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힘과 가장 빠른 속도를 보유한 캐릭터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단, 이들은 모두 중범죄자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어, 이들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 일본에서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니냐는 게이머들의 성토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물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 캐릭터는 뛰어난 성능으로 게이머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SNK 못지않게 한국인 캐릭터들을 많이 등장시킨 제작사로는 남코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백두산과 화랑이 등장하는 '철권' 시리즈 이외에도 성한명, 성미나, 홍윤성, 황선경 등의 한국 캐릭터들이 '소울엣지', '소울칼리버' 시리즈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들 캐릭터는 시리즈 초기에는 한국이 아닌 중국의 전통 복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샀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한국적인 배경과 복장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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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도 찾아볼 수 있다. 1993년 대만의 게임 제작사인 C&E에서 선보였던 PC용 대전액션 '쾌타지존'에도 김태극이라는 한국 캐릭터가 등장한다. 문제는 이 캐릭터의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한국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동양 문화권인 대만의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이지만, 캐릭터의 모습은 동양 문화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서양인이 만든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 국적이었다가 시리즈가 발매됨에 따라 국적이 바뀐 캐릭터도 존재한다. ADK에서 제작한 월드히어로즈 1에 등장한 드래곤이라는 캐릭터는 중국 국적을 지니고 있었지만 후속작에는 이름은 김용, 국적은 한국으로 변경되어 등장하기도 해 게이머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 한국 캐릭터가 대전격투 게임에만 등장한다는 편견을 버려라
한국 캐릭터가 대전 게임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전액션 게임에만 한국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섣부른 판단이다. 최근에는 슈팅과 액션, FPS 게임에서도 한국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어한 요소와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로 인기를 얻은 호러 FPS 'F.E.A.R.'에 브리핑을 통해 주인공을 돕는 캐릭터인 권진선이나, Xbox360용 TPS 게임인 '기어스 오브 워'에 등장했던 김민영, GTA4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김영국 같은 캐릭터들은 게임 내의 스토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캐릭터들이 스토리 상에서는 나름대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플레이 할 수 없던 캐릭터였다면, 지금 소개할 캐릭터들은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바로 슈팅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들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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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시스템에서 제작한 '식신의 성 2'에 등장한 김대정과 '식신의 성 3'에 등장한 김미희의 경우엔 게임 상에서 최강 캐릭터로 꼽힐 정도로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단순한 슈팅 게임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식신의 성' 시리즈의 세계관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비중 있는 캐릭터다.
또한 일본의 그레프에서 제작한 대전형 슈팅 게임인 '선광의 윤무 Rev. X'에서는 한국인 캐릭터인 백창포가 아예 게임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게임의 표지 모델로 활약하기도 하는 등 게임의 내외에서 활약을 하기도 했다.
* 좀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한국 캐릭터들이 대전액션 게임에 편향되어 등장됐던 과거와는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한국 캐릭터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그 수가 미비하고, 모든 장르에 걸쳐 한국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 고작 참치 캔 하나가 등장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됐던 과거만 하더라도 한국인 캐릭터가 헐리우드 영화나 외화에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게임에서도 점차적으로 한국인 캐릭터들의 비중이 높아질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