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권 ‘언차티드2’, 과연 만점 받을 게임일까?
일본의 유명 게임 언론인 '패미통'은 최근 한 게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40점 만점이라는 이례적인 평가를 내렸다. 역대 패미통에서 40점 만점을 기록한 게임은 총 12개밖에 없을 정도로 패미통은 일본 내에서 게임의 평가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해에도 다양한 기종에서 수많은 게임이 발매되기 때문에, 40점 만점이란 수치는 그동안 발매된 엄청난 양의 게임 중 0.1퍼센트도 안 되는 엄청난 기록임에 틀림없다. 맞다. 앞서 설명한 게임은 지금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언차티드2'가 아니라 세가의 신작 '바요네타'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는 '바요네타'라는 게임이 만점을 받았다는 점이 아니라 이 게임이 왜 만점을 받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점이다. 많은 현지 게이머들은 분명히 대단한 게임은 맞지만, 만점이 될 정도로 굉장한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올라가서 이제는 매체의 평가보다 게이머들의 평가가 더 정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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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차티드2'를 플레이 했고, 8시간 정도 만에 엔딩을 봤다. 북미와 유럽 언론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게임은 PS3 성능을 최대로 짜내 그동안 나온 게임과 다른 혁신적인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환상을 쫓는 팬들에게 게임 속 주인공 '드레이크'라는 멋진 인물까지 소개 시켜줬으니 이 게임이 대단한 건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만점'까지 받을 게임인지는 모르겠다. 엔딩도 봤고, 멀티플레이에 들어가 전작에 없던 게임성을 마음껏 체험했다. 그러고 나서 느낀 건 재미있지만, 정말 그 많던 언론들이 두 손을 들고 '훔쳐서라도 해라!'라고 말할 정도의 거창한 타이틀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 이 게임은 잘 짜인 거창한 액션 어드벤처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 마르코 폴로의 사라진 함대와 황금도, 그리고 친타마니석>
'언차티드2'는 전작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드레이크의 새로운 모험을 그린 게임이다. 전작이 밀림과 숲, 그리고 던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마르코 폴로의 사라진 함대에 대한 수수께끼와 히틀러부터 칭기즈칸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친타마니석, 그리고 이 모든 퍼즐에 대한 답인 황금도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드레이크는 히말라야 설원을 비롯해 밀림, 수도원, 저항군이 활약 중인 마을까지 이국적인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보물찾기 여정을 비롯해, 친타마니석을 차지하기 위한 군대와 맞써 싸워가야 한다. 특히 실제 지형을 본뜬 멋진 배경과 더욱 강화된 적들의 인공 지능, 영화적 연출로 구성된 이벤트신과 더욱 볼만해진 근접 격투까지 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볼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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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에 가장 큰 매력은 눈을 어디 둬야할지 모를 정도의 대단한 그래픽이다. PS3의 성능과 블루레이의 모든 용량을 다 쓴 이 게임은 개발사인 너티독의 저력은 물론, PS3 독점 게임 수준은 이정도까지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개인적으로는 너티독이 이번 게임으로 완전한 부활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에 오히려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시작부터 만나는 난감한 상황은 '언차티드2'의 그래픽적인 대단함과 치밀한 구성으로 짜인 모험의 시작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긴장감과 여러 가지 반복적인 사건이 연달아 나오면서도 자연스럽게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조작감을 배우게 만들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하지 않아요'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담아주기 때문.
그리고 사건의 시작과 기본적인 게임의 구성을 배우게 되는 부분도 단순히 설명이나 나열, 또는 훈련처럼 보이지 않고 메인 스토리 라인의 일부로 연출한 것도 멋졌다. 아마 최근에 나온 게임 중에서 이처럼 튜토리얼은 숨기면서도, 게이머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은 없는 것 같다.
진행하는 동안도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트럭을 피해 도망가는 신을 비롯해 열차에 매달려 적과 싸우는 장면, 차량과 차량 사이를 뛰어다니며 싸우는 장면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인디아나 존스'의 명장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기분이 든다. 꼭 '레프트4데드'를 플레이한 후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기분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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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 탄탄해진 스토리와 복선도 매력적이다. 전작이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외길이었다면 '언차티드2'는 롤러코스터만큼 다양하고 정신없다. 때론 진지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빠른 조작을 기대하게 만들고, 어떤 상황에서는 진득한 참을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외길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최근 추세처럼 거창한 여러 엔딩이 아닌 하나의 길만 가지고 있다.
새로운 조연 '클로에'의 등장과 웬만한 남자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잘 싸우는 엘레나의 재등장, 그리고 전작에서 웃음을 안겨준 인물들의 다시 등장하는 점도 '언차티드2'의 재미다. 개인적으로 엘레나의 화려한 입담과 더욱 저속해진 드레이크의 B급 농담 덕분에 몇 번을 쓰러졌는지 모르겠다. 이는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것도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어드벤처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조작의 심플함도 '언차티드2'의 선전에 한몫했다고 느껴진다.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사용하는 키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기존에 나왔던 '툼레이더' 시리즈도 그랬고, '인디아나 존스' 게임 시리즈나, '어쌔신크리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등 수많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은 고질적으로 많은 키를 사용했다.
간편한 조작을 원하는 게이머 입장에선 이 게임들은 하기도 전에 높은 진입 장벽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을지 모른다. 물론 재미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분명히 '이 게임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라고 투덜거린 사람도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언차티드2'는 이런 문제가 전혀 없다. 아주 직관적이고, 간편한 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점프와 액션, 그리고 근접 공격 정도만 알아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고, 부수적인 가스통 액션이나, 추가적인 플레이도 게임 사이사이 숨겨져 있는 팁으로 손쉽게 배울 수 있다. 인상적인 건 해당 기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 기능을 이용해야지만 클리어가 가능한 요소도 존재,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게이머를 머릿속에 두고 개발한 느낌이 들 정도다.
< 잘 짜인 플랜, 그 속에서 사라진 자유도>
이렇게 '언차티드2'가 대단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이 게임은 꼼꼼하게 -정말 탄탄하게- 만들어진 플랜으로 가득한 게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임 속의 모든 행동들은 개발자들에 의해 치밀하게 짜인 동선으로 진행되고, 그 외 행동들은 과감히 제외된다. 꼭 '우리가 이렇게 정해놨으니 이것만 해!'라는 개발자의 말이 들리는 기분이다.
이런 요소는 초반부터 잘 들어난다. 기차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은 한 치도 틀리지 않고 딱 한 가지 길만 제공한다. 행여나 다른 행동을 하다보면 게임 오버가 되기 일쑤고, 몇 번을 플레이해도 같은 형태로만 해결할 수 있다. 꼭 봤던 영화를 빠르게 한 번 더 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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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내 시가전을 벌이는 부분에서 엘레나와 드레이크가 잠긴 문을 두고 다른 길을 찾는 부분이 있다. 이때 드레이크는 간판에 매달려 엘레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애석하게도 간판에 매달려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매달린 상태에서 적을 모두 제압해야 하는 일 뿐이다. 아래쪽 간판으로 내려가도 땅에 내려갈 수 없고, 엘레나가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계속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
이런 과정은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계속 벌어진다. 유기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했던 '어쌔신크리드'나 수많은 해결 방법을 제공해 '당신이 원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문제를 푸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메탈기어 솔리드4', 해결만 하면 어떤 방식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세인츠로우2'나 'GTA4' 등과 비교해보면 '언차티드2'는 꼭 답이 확실한 수학 문제처럼 빡빡한 답안지를 보여줄 뿐이다.
꼭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게임을 두 번 이상 즐기면 어떠한 과정도 전혀 흥미롭지 않게 보이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가 흥행을 노린 B급 영화로 밖에 인정 되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자. 답은 간단하다. 화려함이 주는 또는 뛰어난 연출이 주는 재미는 단 한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끈 영화 트랜스포머2는 보는 순간 정말 '와아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극장 밖을 나오는 순간 별 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평론가와 팬,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배트맨 : 다크나이트'는 시각적인 재미보다는 인물들 간의 드라마와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할 겨를을 만들어준다. 몇 번을 봐야 이해가 되는 장면부터 볼 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장면들이 다수 있다. 조금 어렵긴 하지만 블록버스터와 확실한 이야기 전개가 더해짐으로써 영화 '다크나이트'는 영화 이상의 매력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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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티독은 '언차티드2'에 멀티플레이라는 요소를 넣었다.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상황은 당연히 짜인 플랜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멀티플레이는 수학 답안지로 가득한 '언차티드2'라는 시험장에 논술 문제처럼 의외의 재미와 변수를 제공해준다. 결과적으로 보면 매우 성공적이다. 8천명 가까운 동시접속자가 온라인 속을 채우고 있으며, 여러 가지 준비된 온라인 모드는 싱글 플레이와 다른 독특한 재미를 주기 충분하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이 모드가 멀티플레이만 하게 만드는 '헤일로' 시리즈 같은 게임과 비교해보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협력 모드도 어느 정도 답이 있고, 최대 10명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한계성이 더 큰 재미를 찾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오히려 멀티플레이로써의 재미는 '킬존2'가 더 좋은 편이다. 다른 경쟁작을 꼽자면 '기어즈 오브 워2'의 호드 모드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버그도 이 게임의 평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나온 게임 중 이 게임은 단연 최고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버그를 가지고 있다. 게임이 방대하니깐 이라는 핑계는 하지말자. 게임 진행에 문제가 나지 않는 소소한 버그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게임 진행이 안 되거나, 게임 자체가 멈춰버리는 프리징 현상이 거의 모든 챕터에 한 개, 그 이상이 있다면 이걸 용서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언차티드2'가 대단한 건 앞서 이야기한 요소 외에도 많다. 반대로 실망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필자 생각에 '언차티드2'가 높은 평가를 받은 건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있지만 한동안 없었던 대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하반기 시장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 결합돼 나온 결과로 보인다. 한동안 비디오 게임 시장은 마땅히 즐길 게임이 부족했고, 떠들썩한 하반기 시장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게임이 '어쌔신크리드2'와 함께 출시됐거나, '콜오브듀티 : 모던워페어2' '헤비레인', 아니면 '갓 오브 워3' 같은 게임과 나란히 출시됐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대단한 게임이라는 평가는 변하지 않았겠지만 '훔쳐서라도 해라!'고 할 정도나 '10점 만점에 12점도 모자라다'는 오버식 발언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당장 EA의 '드래곤에이지 : 오리진'과 출시일이 비슷하기만 해도 결과는 만점 행렬이 아닌 8~9점대의 인상적인 게임 수준에서 멈췄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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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가 많은 점도 시기적으로 '언차티드2'가 다른 경쟁작들과 충돌을 피해 출시를 급하게 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영어가 아닌 다른 자막으로 플레이하는 국가의 게이머들이라면 자막 싱크 문제 하나만으로도 '짜증'이 났을 것으로 본다. 이렇듯 '언차티드2'는 조금만 자세히 꼼꼼하게 따져보면 은근슬쩍 허술하다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만점 행렬이 지속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물론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슨 종교를 모시듯 '언차티드2'에 맹목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