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실장, '라이브 체제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많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매번 고객을 위해 움직이고, 그들의 요청에 의해 게임을 개발하고, 수정해 간다. 하지만 정작 이런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는 게이머들은 얼마가 될까.
최근 시즌2, 정직하게 그들의 멘트를 빌린다면 '털갈이' 중인 넥슨의 캐주얼 게임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이희영 실장을 만났다. 공개 서비스 이후 작은 순항을 하고 있는 '허스키호'의 키를 잡은지 2주가 지난 그의 모습은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플레이 해보면 -비록 지금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정말 독특한 게임입니다. 사냥 중심의 온라인 게임 시장 내에서 경험도 없이 비폭력성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 그리고 어느 정도 게이머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정말 큰 성과라고 봅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비폭력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 교육용 게임을 떠올리기 마련. 그나마도 대부분 패키지 게임이다.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온라인 게임 시장 내에서 동시접속자 1만5천명, 공개 서비스 순항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성과 자체가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게임 반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채집이나 교역, 그리고 자신의 썰매견과 함께 아름다운 설원을 달린다는 컨셉은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게임성이 이런 컨셉의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된 것도, 아마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숨겨진 재능을 표출시키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이희영 실장은 이런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털갈이' 전담반이기도 하면서 '라이브 체제'를 이끌어갈 선장이기도 했다. '털갈이'는 그동안 잘 살리지 못한 이 게임의 매력을 밖으로 꺼내기 위해 '라이브 체제'는 본격적으로 공개 서비스에 어울리는, 그리고 향후 안정적인 상용화까지 연결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의 공통점은 -누가 봐도- 수명이 다된 것 같은데 여전히 게임성은 성장하고 있고, 접속자나 매출은 계속 상승하고 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 게임들이 잘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 게임들이 '게임 서비스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과 다른 의미입니다"
두 게임은 공통적으로 흔히 유지와 추가 정도로 구분되는 공개 서비스 이후 서비스를 확장과 발전이라는 요소에 '매끄러운 연결'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더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이희영 실장이 말하는 두 게임의 '라이브 체제'였다. 단순히 게임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임 속의 특징을 어떻게 살리고, 게이머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것 이상을 만들어준다는 것.
"재미는 분명히 게임 내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재미 이상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재미를 넘어 반복적으로 게임을 찾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끔씩 게임을 하다보면 맥이 탁 끊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게임들에서 그런 부분이 거의 없어요"
이희영 실장의 말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은 '재미'라는 부분을 넘어 이 게임을 계속 즐겨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이플스토리'는 게이머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그것을 쫓아가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재미'를 넘어선 게임의 연결 과정이 '매끄럽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스럽게 게이머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잘 짜인 콘텐츠에 몸을 맡기게 된다.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아직까지 이런 요소가 부족한 것 같아요. 교역이나 여러 가지 특징이 존재하지만, 막상 이런 특징을 경험하기 위해서 거쳐야할 과정이 너무 많죠. 답답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런 문제는 '라이브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 서비스 이후 수정이나 변화는 게이머들에게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게이머들이나, 이득을 보이는 게이머가 생기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희영 실장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불만이 생깁니다.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는 문제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가간다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해결 방법이 있긴 합니다. 바로 개발사가 게이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죠.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수정은 게이머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야기하지만, 신뢰가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희영 실장은 '라이브 체제'가 가진 중요성은 게이머들에게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게임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털갈이'(시즌2)도 이런 요소에 맞춰 매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첫 주에는 주행에 대한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그동안 심심했던 주행을 조금 덜 지루하게, 또는 게이머의 노력에 따라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죠.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물론 몇몇 버그나 아직은 좀 덜 다듬어진 밸런스 부분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게이머들의 만족과 신뢰를 어느 정도 얻은 것 같습니다"
주행의 수정에 따라 매주 하나 또는 몇 가지의 내용이 변화, 발전되는 것이 이번 '털갈이'의 모티브였다. 이희영 실장은 매주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게이머들에게 수정하고, 발전시킬 것이고, 게이머들의 반응에 맞춰 게임의 재미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 현재까지는 이 부분은 순항 중이다.
"예전처럼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형태의 확장 시키는 건 게임의 성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저 서비스될 뿐이죠. 온라인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 아닙니다. 그냥 매장에 전시된 후 판매되면 -버그가 생기거나 재미가 없더라도- 개발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죠.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몇 년, 또는 순간까지도 게이머들의 반응을 신경 써야 합니다"
이희영 실장이 '라이브 체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게임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상용화에 들어가고, 그들의 요청에 맞춰 아이템이나, 게임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유지'를 하기 위한 길이라는 것. 그러나 데브캣과 넥슨이 추구하는 '라이브 체제'는 게이머들이 좀 더 게임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시 되는 방식이다.
"걸림돌이 없는 하나의 과정. 게임을 즐기면서 누구나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을 만들기 위해 '라이브 체제'가 존재하는 것이죠. 유지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재미를 매끄럽게 전달하는 탄탄한 과정이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이희영 실장은 '매끄러운'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관심과 쓴 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이머들의 의견이야말로 게임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털갈이'가 -실제 강아지들이 계절마다 하듯-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이희영 실장입장에서는 꼭 해야 하는, 그리고 즐겁게 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