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축소되는 WIPI 시장, '희생양' CP들 '갈팡질팡'

세상은 스마트 폰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찼다. 스마트 폰을 가지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들도, 스마트 폰이 만능 기기인양 포장한 기사들도 매일 매일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도 국내의 휴대전화가 피처폰에서 스마트 폰으로 급격히 바뀌는 이 시점에, 모두가 행복하며 이런 현상을 축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WIPI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하던 CP(콘텐츠 공급사)들은 울상이다. 너무나 급격히 변하는 시장 상황에 채 적응도 하지 못하고 고사 직전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 WIPI 폐지, 정부는 CP 대책없이 '나몰라라' >

지난해 4월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지각변동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의 휴대전화에는 꼭 탑재되어야 했던 운영체제인 WIPI의 의무화가 폐지된 것. 이 WIPI 폐지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출시를 가능케 했지만 반대로 그동안의 콘텐츠 시장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도 낳았다.

지난 2005년에 WIPI가 의무화될 때 국내의 모바일 CP들은 WIPI로 완전히 전향했다. WIPI는 쇄국 정책같이 해외 휴대전화의 진입을 막는데 일조했지만 국내 시장에 특화된 맞춤형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WIPI 폐지 이후 CP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신규 시장이 등장했지만 인력을 충원해 다양하게 대응할 여력도, 전 세계의 유력 개발사들과 경쟁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모바일 CP들은 벌거벗겨 진 체 세계의 모든 게임 개발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지난 해 12월부터 WIPI폰 게임 규모 급격히 줄어>

"지난 12월 한달 동안 WIPI 탑재 폰 게임 규모가 꽤 줄었습니다. 휴대전화를 바꾸는 경우에 하나 두 개 정도 게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새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선택하니 당연히 줄지요. 우리만 먹고 살려는 게 아닌데 CP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큰일입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부터 국내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 담당자들은 모두 '예상보다 훨씬 WIPI 진영의 위기가 빨리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해 SK텔레콤이 연내 200만 대 이상의 스마트 폰을 보급한다고 발표했으며, KT나 LGT도 합쳐 200만 대 수준의 스마트 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 윈도우 모바일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포함해 이통사 별로 올해에만 10개 이상씩의 WIPI 비 탑재 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는 전체의 50%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는 고스란히 WIPI 시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 모바일 CP 대책, 이동통신사 '안간힘'>

기존의 시장을 무너뜨리고 모바일 CP들에게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 정부에 비해 그나마 CP들을 보듬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 들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오는 7월부터는 모바일 게임 출시 때 WIPI 버전, WIPI 터치, 안드로이드를 의무 사항이라고 공지했다. 터치 버전과 일반 버전 외에도 안드로이드에 대응해야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 대신 SK텔레콤은 자체적인 변환툴인 'SKAF'를 이용해 대응 능력이 부족한 모바일 CP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간단한 음원, 화보 등은 이 'SKAF'를 이용해 쉽게 변환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복잡한 게임도 사이즈 구성이나 손을 보면 최대 60% 정도의 노력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KT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선 KT 측은 모바일 게임사들의 부담 없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게임 소스를 넘기면 자체적으로 일본 시장에 맞게 변환해서 서비스를 해주고 수익을 쉐어하는 식이다. 또 KT는 SK텔레콤의 'SKAF'와 비슷한 개념인 'KAF'라는 모바일 변환 툴로 모바일 CP들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방비적으로 시장을 봉쇄하고, 무방비적으로 개방한 정부 때문에 산업의 근간인 CP들만 죽어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모바일 CP들이 스마트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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