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살인, 4명의 진실 찾기 '헤비레인'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아이는 조금씩 죽어간다. 이 하나의 명제로 만들어진 PS3용 어드벤처 게임 '헤비레인 : 더 오리가미 킬러'(이하 헤비레인)은 퀀틱드림이 10년 동안 준비한 대작 타이틀이다. '인디고 프로페서'로 이미 스릴러 장르의 진수를 보여준 퀸틱드림이 만든 이 게임은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살인마의 정체를 찾기 위한 수수께기를 영화적 연출과 뛰어난 그래픽, 사실적인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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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한 여자의 든든한 남편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에단 마스와 자신이 살해 당하는 악몽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기자 메디슨 페이지, 금지 약물을 사용하고 있고 금단 현상에 힘들어하는 FBI 노먼 제이슨, 종이 접기 살인마를 쫓는 사립 탐정 스캇 쉘비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풀기 위해 움직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살인 현장에 종이 인형을 두고 가는 종이 살인마로 모아진다. 에단 마스는 자신의 아이를 종이 살인마에게 유괴 당했고, 그런 에단 마스에게 메디슨 페이지는 기자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다. 노먼 제이슨은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스캇 쉘비는 피해자들을 만나 정보를 모집해 종이 살인마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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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기 위한 움직임, 시간은 그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헤비레인'의 가장 큰 무기는 시간과 인물,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소한 행동에 있다. 게이머가 취한 행동에 따라 엔딩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며, 여러 가지로 나눠진 엔딩에 따라 숨겨진 요소들이 대거 풀린다. 덕분에 결과를 본 이후에도 다른 결과를 찾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기 충분하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재미는 처음엔 의미를 알 수 없는 강수량 표시다. 이 표시가 시간의 경과보다 더욱 게이머를 조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건 게임을 구매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게이머들은 이 뜬금 없는 수치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게임에 들어가지만 어느 정도 플레이 이후에는 이 표시 하나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헤비레인'이라는 이름이 생긴 이유가 이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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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캐릭터가 조금씩 연관이 있다는 점도 이 게임의 재미 요소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쓸 수 없지만 선택지에 게이머가 하는 행동에 따라 이들의 관계 자체에 큰 변화를 주기 때문에 색다른 드라마를 찾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헤비레인'은 정말 멋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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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적인 선택에 따른 다양성, 新어드벤처를 탄생 시키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은 순간적으로 나오는 여러 입력을 완성 시키는 것이다. 입력 방식은 어떤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입력하는 것, 그리고 여러 버튼을 한 번에 눌러 과정을 통과하는 것 등 다양하다. PS3 특유의 모션 센서를 활용한 것도 존재한다.
보통 어드벤처 게임이라 하면 원숭이 섬의 비닐이나 킹스퀘스트 같은 클릭 & 플레이 방식의 게임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고전적인 방식은 요즘 게이머들의 취향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드벤처 게임들이 액션을 가미한 액션 어드벤처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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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헤비레인'의 이 조작성은 그 동안 많은 업체들이 시도하다 실패했던 색다른 어드벤처 재미 요소를 가져왔다. 비디오 게임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조작성은 물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요소로 발전, '헤비레인'이 가진 게임성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 조작 자체의 매력은 또 있다. 바로 실제 동작을 PS3 듀얼 쇼크로 직접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인을 하는 간단한 과정도 아날로그 스틱으로 직접 입력할 수 있고, 파이프로 적을 공격할 때도 듀얼 쇼크로 직접 내려 찍듯 움직이면 된다. 이런 조작성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게임 내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손색이 없다.
조작 방식은 난이도에 따라 입력 자체가 간소화 되거나 복잡해지기 때문에 자신이 게임에 익숙한지 익숙하지 않은지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물론 정말 재미있게 즐겨보고 싶다면 쉬움으로 감을 잡고, 어려움으로 즐겨보는 것이다. 정말 조작하다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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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비레인'이 대작이지만 명작이 될 수 없는 이유들>
그러나 '헤비레인'은 대작은 될 수 있어도 명작은 될 수 없다. 솔직히 말해보자. 사실 이 게임을 즐겨본 후에 많은 게이머들은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단한 그래픽과 다양한 스토리가 녹아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아기자기한 조작의 재미도 좋다. 하지만 시작부터 이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실망스러움을 전달한다.
우선 성우들의 맥 빠진 목소리를 단점으로 들 수 있다. 국어책을 읽어가듯 엉성한 대사 전달은 극중 몰입감을 최소화 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노먼이 총을 쏜 후 형편 없는 대사부터 심각한 상황에서 나오는 에단의 딱딱한 대사 전달, 사랑을 느낄만한 상황에서도 무미건조한 대사들의 남발은 어설픈 고등학교 축제의 연극을 보는 듯 시종일관 답답하다.
심지어 기자는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몰입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음성 부분을 줄여놓고 즐겼을 정도다. 게임 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전혀 감정을 담지 못했고, 이런 답답한 대화는 20시간 이상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온다. 분명히 성우 부분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을 건성으로 넘어갔다는 건 정말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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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불편한 편의성 요소를 들 수 있다. 게임을 한 번 진행한 후에도 한 번 본 영상은 스킵할 수 없고, 짜증나는 프롤로그는 게임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다시 해야 한다. 한 번도 귀찮은데 두 번 이상 프롤로그를 해야 한다는 건 정말 짜증나는 부분이다. 세이브를 다시 불러오거나 챕터 별로 다시 선택할 수도 없고, 세세한 부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한다.
간단한 스킵 기능을 비롯해 여러 가지 부가적인 옵션을 제공했다면 이 게임의 평가는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은 시종일관 퀸틱드림의 마음가짐(헤비레인은 게임이 아니다)처럼 답답하게 흘러간다. 곁 모습만 본다면 이 게임이 대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우린 '헤비레인'이라는 게임을 접하고 있는 것이지 '헤비레인'이라는 거창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은 답답한 버그들이다. 강제 패치 업데이트 이후 생긴 이 버그들은 게임의 진행 여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이 다소 존재해 게이머를 우울하게 만든다. 기자는 1회차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약 4번의 버그를 만났다.
음악이 제대로 재생이 안 되는 것부터 캐릭터가 멈춰 버리는 버그, 특정 동작 자체가 입력 되지 않아 진행이 안 되는 것까지 가지각색이었다. 물론 버그는 수정이 되겠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가 '헤비레인'을 명작 반열에 올려 놓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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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시도는 분명히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다>
이런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헤비레인'은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인 건 변하지 않는다.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부활을 의미하고 있고, PS3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성능을 유감 없이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게임이기 때문에 손댈 수 없었던 성적인 요소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헤비레인'이 가진 매력은 정말 많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게임이 정말 어드벤처 게임의 새로운 노선이라고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대단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 게임이 가져온 게임성이 엄청난 혁신을 줬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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