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야구를 보여주겠다. MLB 10 더 쇼

게임을 소개하기에 앞서 잠시 MLB 10 더 쇼(이하 더쇼 10)의 표지부터 살펴 보자. 표지의 선수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의 골든 글러브, 실버 슬러거 그리고 99% 득표율을 보이며 MVP까지 수상한 포수, 바로 조 마우어(Joe Mauer)다. 즉, 더쇼 10은 2009년 한 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선수를 표지에 내세운 것이다.

그런 표지 모델의 포스만큼이나 더쇼 10 역시 만만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는 게임이다. 더쇼 시리즈는 해마다 최고의 야구 게임이라는 극찬 속에서 야구 게임 최강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으며, 이번 작품은 그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조 마우어는 2009년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의 MVP 시상식에서 99%의 득표율을 보이며 MVP에 올랐다. 조 마우어가 그랬듯 더쇼 10 역시 99%의 득표율을 거머쥘 수 있는 게임이다. 올 한 해 최고의 야구게임을 가리는 시상식이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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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보며 야구를 즐기자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농구나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동작만큼이나 주변의 광경이 눈에 많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에 야구라는 스포츠를 게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동작 묘사만큼이나 경기 사이사이 발생하는 장면 연출과 경기장 전경 묘사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더쇼 10은 상당히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경기장을 그대로 묘사한 경기장 표현은 물론 기존에 비해 더욱 다양해진 관중들의 반응도 야구를 즐기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담장 밖으로 몸을 기울이고, 날아오는 타구를 잡기 위해 관중들이 손을 내미는 장면들은 실제 경기장에서 볼 법한 장면들이다.

또한 기회를 아쉽게 날리거나 위기 상황을 힘들게 극복할 경우 묘사되는 덕아웃에서 아쉬워하거나 환호하는 장면 역시, 게임을 진행하면서 게이머가 한 팀의 일원이 되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다.

선수들의 동작 역시 기존보다 강화됐다. 타구를 잡기 위한 준비 동작은 더욱 자연스러우며, 포수가 파울 플라이를 잡기 위해 안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달려가는 움직임과 공중에 뜬 공을 향한 선수들의 시선 묘사, 담장 근처에서 보여지는 선수들의 다양한 동작 등 선수 묘사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전작까지 문제가 됐던 힘없는 투수의 투구 동작 역시 상당히 개선됐다. 공을 던진다기 보다는 공을 밀어낸다는 느낌이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공을 던지는 느낌을 묘사하기 위해 투구 폼을 수정했으며, 심지어 각 구질에 따라 공을 잡는 그립까지 그래픽으로 구현하고 있을 정도로 세세한 부분에도 많은 공을 기울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점인 브로드캐스팅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정말 야구 경기를 시청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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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을 찾자면 선수들의 모델링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선수들의 모델링에 있어 성의가 부족한 모습이 눈에 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본 선수를 제외한 아시아 선수들이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마쓰이나 이치로처럼 유명한 선수의 모델링이 뛰어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활약이 미미한 이가와 같은 선수를 비롯해 일본 선수들의 모델링 마저도 모두 뛰어나다. 문제는 유명 선수에 꼽히는 박찬호, 추신수 같은 선수들의 모델링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일본 회사인 SCE에서 제작한 게임이라지만, 같은 아시아 선수들끼리의 모델링에서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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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는 눈으로만 보는 것? 귀로도 즐겨야 한다

관중들의 함성이나 공이 방망이에 맞는 소리,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소리 등 실제 야구와 상당히 흡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제 사운드를 그대로 구현한다고 해서 그것이 게이머에게 반드시 즐거운 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사운드를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할 경우 게이머들이 받는 감상은 '이 소리는 정말 진짜 같다' 라는 것이 아닌 '어딘지 모르게 맥이 빠진 소리다'라는 감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 대부분의 FPS 게임들이 실제 총기 사운드를 그대로 게임에 도입하지 않고, 약간의 과장 섞인 믹싱 작업을 거쳐 게임에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쇼 10의 사운드는 과장되기 보다는 실제 음향 효과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사운드만 놓고 보면 긴장감과 박진감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다. 박력을 위해서라면 사실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과장된 연출을 주는 것이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반대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야구 게임이라면 사운드 역시 그런 방향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이런 점이 장점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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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의 사운드라는 부분에서 '해설'이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을 보인다. 게임 중 나오는 해설의 멘트는 그 종류가 기존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 캐스터들이 농담을 주고 받는다거나, 심판의 판정을 두고 의심을 표하는 등 대사 자체만 놓고 본다면 크게 흠잡을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모든 대사가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톤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 7차전의 중계가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이유는 끝내기 홈런이라는 명장면이 나왔음에도 캐스터와 해설진이 시종일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중계를 펼쳤기 때문이다. 더쇼 10의 중계, 해설이 딱 그 모습이다.

중립적인 중계도 좋지만, 어느 정도는 게이머들이 흥분할 수 있는 중계를 구현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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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드의 존재, 하지만 세세한 부분이 아쉽다

이번 작품은 게임 내적인 요소만 발전한 것이 아니다. 각종 모드와 인터페이스 역시 전작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더쇼 10의 인터페이스는 조작법은 그대로 두면서 더욱 많은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발전된 모습은 크게 느낄 수 없지만, 막상 게임을 진행하면 전작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로딩 속도 또한 개선됐다. 물론 여전히 느린 감은 있지만 전작보다 로딩 속도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는 보다 쾌적한 환경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는데 큰 공을 세운 부분이다. 또한 로딩 속도의 개선으로 인해 하나의 선수가 되어 그 선수의 임무를 수행하며 대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RTTS(Road to the show) 모드를 즐김에 있어서도 더욱 빠르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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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시리즈 최초로 RTTS 모드에서 포수 입장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눈에 띈다. 실제 야구에서 포수는 투수와 함께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큰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동안의 야구 게임에서는 포수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저 도루를 저지하는 역할이 추가된 지명타자에 불과한 모습으로 구현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더쇼 10의 RTTS 모드를 통해 게이머들은 포수라는 포지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주자를 견제하고, 타자의 약점을 공략해 투수를 리드하는 재미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더쇼 10의 데이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선수의 시즌 정보에는 타석, 타율, 홈런, 타점 정도의 수치만 명시되어 있을 뿐, 도루, 출루율, 장타율, OPS 같은 일반적인 데이터를 보기 위해서는 일일이 기록 메뉴로 들어가서 해당 선수의 데이터를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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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이너리거의 능력치가 지나치게 높게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 파워가 약한 선수임에도 팀의 거포가 맡아야 하는 4번 타자 임무를 수행하도록 라인업이 구성되는 등 선수단 구성에 있어 약점을 보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작에서도 문제가 됐던 다양한 버그가 이번 작품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 한 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제작사 측에서 버그로 인한 게이머들의 불만을 재빠르게 파악해 버그에 대한 패치를 바로 배포했다는 점이다.

이번 패치가 비록 게임의 모든 버그를 수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버그의 대부분이 수정 됐다는 점과, 제작사 측에서 향후 발견되는 버그에 대한 지속적인 패치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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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그대로 야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임

더쇼 10은 야구의 심리전과 경기 내용을 묘사함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야구 모두 시범경기를 펼치며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야구 팬들의 기분이 한창 들뜬 이 시기에 출시된 더쇼 10은 그런 야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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