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걸전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게임, 삼국지략

지금이야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90년대는 턴제 SRPG의 전성기였다. 콘솔은 물론이거니와 PC 패키지 게임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며 게이머들의 지력을 시험하고는 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던 턴제 SRPG는 RTS 장르가 득세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힘을 잃어갔고,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으로 가끔 등장할 뿐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시기에 턴제 SRPG의 부활을 꿈꾸는 작품이 등장했다. 그것도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말이다. 자칫 온라인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턴제 전투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유니아나의 '삼국지략'이 그 주인공이다.

90년대에 게임을 한창 즐겼던 게이머라면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턴제 SRPG'라는 말만 들어도 바로 '영걸전'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삼국지략은 삼국지를 소재로 원작의 스토리와 게임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넘나들며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과, 자신의 턴에 유닛을 움직여 전투를 실행한다는 면에서 영걸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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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촉나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던 영걸전과는 달리 삼국지략은 위, 촉, 오 중 어느 국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삼국지 소재의 게임들이 '황건적의 난'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삼국지략'은 아군 장수에게 배신 당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신선의 힘을 빌어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흐름 역시 실제 삼국지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사건과 전투를 다루고 있되, 사이사이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끼워넣어 이야기의 흐름을 소설과는 다르게, 하지만 인과관계를 충분히 갖추고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삼국지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게이머들이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삼국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2D로 그려지는 게임 그래픽과 각 유닛의 특성을 고려해 한 턴씩 이들을 움직여 게이머의 지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점은 고전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그래픽이 2D로 표현되는 만큼 저사양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게이머들도 게임을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의 뚜렷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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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D 그래픽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 특히 이러한 그래픽에 익숙하지 않은 저연령층의 게이머들에게 2D 그래픽은 장점이라기보다는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개발사는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해상도의 2D 그래픽임에도 비교적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게임 중 사용되는 스킬의 이펙트를 화려하게 꾸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D 도트 그래픽의 한계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사운드 역시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게임의 그래픽이 90년대 패키지 게임의 느낌을 살리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인 면과 청각적인 면이 서로 어우러진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지만, 단순한 타격음과 배경 음악은 전투의 긴장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국지략이 전투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턴제 SRPG 장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점은 상당히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 전투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준수한 모습을 보이는 적들의 인공지능은 전투의 재미를 살리는 요소다. 또한 후반부에는 여러 명의 게이머가 하나의 퀘스트를 함께 즐길 수도 있어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개성을 지닌 8가지 병과를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도 삼국지략의 전투가 가진 매력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병과는 총 8개로 보병, 경장병, 기병, 궁병, 포병, 책사, 약사, 도사 등의 병과를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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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은 자신 주변의 8방향을 모두 공격할 수 있으며, 방어력과 철벽률이 매우 높아 최전방에서 아군을 보호하며 전투를 진행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병과이다. 특출난 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 하겠다. 이와 비슷한 병과로는 경장병을 꼽을 수 있다.

보병의 공격력과 이동력을 높이고 방어력과 철벽률을 낮춘 병과라 할 수 있는 경장병은 모든 병과 중에 가장 높은 치명률을 지니고 있어 적에게 빠르게 접근해 치명타를 입히고 다시 도망치는 전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군들의 이미지를 살리고 있는 병과인 기병은 매우 높은 기동력, 치명률, 공격력을 통해 적진으로 빠르게 돌진해 적을 도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병과. 순식간에 적진을 헤집어 놓을 수 있어 시원시원한 게임 진행을 바라는 게이머들에게는 최적의 병과라 할 수 있지만, 산악 지형에서 그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는 점과 낮은 방어력으로 인해 적에게 포위 당하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삼국지의 3대 신궁이라 불리는 하후연, 여포, 황충을 떠오르게 하는 병과인 궁병은 활과 화살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칸 떨어진 적과 대각선의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보병 못지 않은 공격력과 보병 이상의 치명률을 갖추고 있지만, 바로 앞의 적을 공격할 수 없으며 낮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어 항상 적과의 간격 유지에 신경써야만 하는 병과다.

궁병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는 포병을 꼽을 수 있다. 3칸 떨어진 적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높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는 말 그대로 탱크와 같은 병과로, 건축물을 파괴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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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의 법사 캐릭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캐릭터 3종인 책사, 약사, 도사는 '삼국지략'에서 정통 삼국지의 느낌을 지워내고 게임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책사는 불, 물, 바람을 이용한 원소 계열의 술법을 사용하며, 약사는 보조, 독, 회복 등의 술법을 사용하는 병과이며, 도사는 책사와 비슷하지만 번개, 독, 주술을 이용해 적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방어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항상 원거리에서 아군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병과와 이들을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음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특히 버튼을 클릭해도 명령이 입력되지 않는 현상이 수시로 발생해 게임의 템포를 저해한다는 점과 앞서 언급한 둔탁한 타격음으로 인해 박진감이 전반적으로 박진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턴제 SRPG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전투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장수가 되어 삼국지의 전투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롭지만, 전투 이외의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삼국지략'의 특징이다. 캐릭터의 레벨이 21레벨이 되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전투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군사, 상업, 외교 등의 명령을 통해 자신이 위치한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퀘스트 수행과 적군 포섭 및 육성을 거쳐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갈 수도 있는 것이 기존에 패키지로 출시됐던 턴제 SRPG와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군사적인 측면에만 치우치지 않고, 상업과 외교 등의 콘텐츠에도 신경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전투는 자칫 게임에 전투일변도의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이런 전투 외적인 요소로 인해 게임의 호흡이 길어지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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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국가와 외교를 통해 동맹을 맺고 화평을 추구할 것인지, 전쟁을 일으켜 게이머의 발 밑에 굴복시킬 것인지가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이런 점은 턴제 SRPG라기 보다는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에서 맛볼 수 있던 콘텐츠이며, 이 와중에 게이머들 사이의 마찰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PvP가 발생하도록 구성된 게임 시스템은 억지스럽지 않게 게이머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현재 삼국지략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턴제 SRPG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삼국지략은 턴제 SRPG에 목말랐던 게이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재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래가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게임의 20레벨 이상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과 퀘스트의 레벨 배정이 아쉽다는 등 게이머들의 쓴소리도 찾아볼 수 있다. 턴제 SRPG에 대한 게이머들의 목마름을 채워줬던 삼국지략이 게임의 몇몇 부분에 대한 게이머들의 아쉬움도 채워주는 게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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