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플래닛’ 총으로 즐기는 MMORPG의 미래를 보다

액토즈에서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마친 지 1여년 만에, 그리고 2010년을 침묵으로 일관한 끝에 2011년 야심작을 꺼내들었다. 바로 '와일드 플래닛'이다. 기획 단계부터 TPS(Third Person Shooter) 게임과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를 합친데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로 이슈를 모았던 이 게임은 과거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지난 6일 공개 서비스에 돌입했다. 올해 액토즈 게임사업의 선봉장에 선 이 게임이 액토즈의 한 해를 밝힐 등불이 될 수 있을까.


처음 '와일드 플래닛'에 들어서면 '와우' 풍의 그래픽을 느낄 수 있다. 칼같은 선예도나 실사풍의 그래픽이 아니라 물감으로 전체를 싹 칠한 것 같은 모습, 몬스터나 NPC들도 눈이 양옆으로 벌어져 있거나 어깨가 넓게 벌어진 식으로 유럽이나 북미에 맞춤형 모습을 띄고 있다. 3D의 웅장함이 엿보이는 등 그래픽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데, '리니지2'나 '테라' 같이 이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국내 시장을 주 타겟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구성이다.


게이머는 들어가자 마자 크라토스와 연합클랜의 2가지 진영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또다시 워리어, 헌터, 왓쳐라는 세가지 직업군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강한 화력이나 먼 거리 저격 등 각종 공격 모습을 동영상 형태로 소개하기 때문에 게이머의 취향 껏 선택하면 된다.

조작법이나 진행은 '와우'와 흡사하다. ASDW키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방향을 설정하면서 퀘스트를 주욱 진행해나가면 어려울 것이 없다. 우측 하단에 퀘스트 별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위치가 표시되며 느낌표와 물음표를 파악하면서 진행하면 된다. 물건을 집거나 말을 걸 때는 F키를 눌러야 한다. 그 외의 단축키는 Z키를 누르면 자세히 나온다.


'와일드 플래닛'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점은 바로 공격 방식이다. 타겟을 잡아 마주보고 서로 한 대씩 공격을 주고받는 다른 MMORPG와 달리 '와일드 플래닛'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논타겟팅 시스템에 기초를 둔 포인트 & 클릭 방식을 채택해 전투가 훨씬 역동적이다.

적이 뛰어 오면 지그재그로 캐릭터를 이동시키거나 혹은 뒷걸음질 치면서 적을 공격하게 되는데(일명 무빙샷) 때문에 훨씬 박진감 넘치고 전략성 있는 전투가 가능하다. 무기는 총 3가지를 탑재할 수 있고, 탭 키를 눌러 실시간으로 교체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적을 저격총으로 한 방 갈긴 후 다가오는 적을 유탄발사기로 바꿔 공격하는 등 실시간 공략이 가능하다. 다만 기존에 FPS나 TPS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게이머들이라면 다소 멀미를 느끼거나 조작에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지만,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문제는 시점 부분인데, 전투에 이동이 많고 돌발적인 상황이 많은 만큼 가끔 뒷걸음치다 보면 시야를 가릴 때가 있다. 필드의 풀이나 나무 등 기타 오브젝트들에 대한 시점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전투 콘텐츠가 도드라지게 눈에 띄긴 하지만 '와일드 플래닛'은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임은 아니다. 전장이라든지, 탈 것, 타 게이머와의 협력 등의 다른 콘텐츠도 충실한 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솔로잉(나홀로 플레이)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중간 중간 파티를 맺거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미션도 주어진다. 미션은 일정 시간에 따라 참여 메시지가 전달되며, 이를 수락하면 미션 지역으로 바로 이동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미션의 종류 역시 비교적 다양한 편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적을 모두 섬멸하거나 적의 보급품을 빼앗고 아군의 시설을 지키는 등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여러 게이머들과 협력하는 건 좋지만 특정 미션의 경우 번번이 인원이 초과되어 참석하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 미션 클리어가 경험치 대비 효율이 좋기 때문에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또 레벨 14가 넘으면 일일 미션과 주 미션, 그리고 별도의 미션이 주어지는데, 늘 하듯이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리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 탑승물인 정커의 존재도 눈에 띈다. 정커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이동형, 공격형, 포탑형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들 정커들을 이용해 게이머들은 빠른 이동이나 원거리에서 범위 공격 등을 가할 수 있다. 인벤토리 창에서 해당 정커를 두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불러올 수 있고, 게임 내내 요긴하게 쓰인다.

레벨15가 지나면 드디어 다른 종족과의 집단전투(RVR)를 진행할 수 있다. 또 레벨 2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하든지, 코스튬, 또 본격적으로 스킬 시전을 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전체적으로 게임은 널찍하고 공감가는 배경과 '와우'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성, 그리고 전략성 있는 전투, 끊임없이 이어지는 퀘스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액토즈가 오랜 기간 담금질을 해온 만큼 완성도도 높고, 초반 몇몇 길찾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만 제외하면 게임 내에서 별다른 문제점도 찾기 어렵다. 게시판에는 일부의 우려처럼 '멀미가 난다'는 등의 반응도 있지만 13레벨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게이머가 게임에 발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게이머 몰이에 성공한다면 안정적으로 게임이 서비스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확실히 TPS라는 장르와의 융합과 그래픽적인 공감대의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또 일부 튜토리얼이 좀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액토즈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액토즈는 다년간 MMORPG를 서비스해왔고, 중국 등 해외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제작사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운영 노하우도 웬만큼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가만히 서서 한대씩 주고받는 일반 MMORPG에 식상하다거나, 혹은 하나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와일드 플래닛'은 그만큼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TPS에 익숙하지 않거나 이쁘고 귀여운 그래픽이 취향이라면, 이 게임을 선택할 때 한 번 더 신중해지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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