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정명훈, 송병구 3대0으로 잡고 스타리그 우승
빛고을 광주, 염주 종합체육관이 '정명훈'이라는 이름으로 뒤덮였다.
29일 광주에서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 2010 결승전에서, SK텔레콤의 정명훈(테란)은 삼성전자의 송병구(프로토스)를 압도적인 전략을 통해 3대0으로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스타리그에서의 준우승만 2회를 거두며 번번이 눈물을 흘렸던 정명훈이 그동안의 설움을 푸는 순간이었다. 특히 지난 2008년에 열린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준우승을 안겨줬던 송병구에게 그대로 빚을 갚아줘 그 감격은 더욱 컸다.
정명훈은 눈물을 글썽이며 "실감이 안난다. 3대0으로 이길 줄은 몰랐다."며 "3경기에 아비터의 공격을 막아낸 시점에 이겼다고 확신했다. 매번 결승에서 져서 팬 분들이 응원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이긴 것 같다. 감사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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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대0 승리가 결정되기 2시간 전, 경기 시작 전만 해도 3대0으로 정명훈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각 게임단 감독, 기자단, 각종 게시판의 분위기도 전부 송병구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 전용준 캐스터까지도 '모든 것이 송병구에게 유리하다. 어떡하냐'라고 정명훈에게 질문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180도 달랐다. 정명훈은 면도날 같은 맞춤형 전략으로 송병구의 유닛과 병력을 꽁꽁 묶어놨다.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송병구는 무슨 짓을 해도 정명훈의 마우스 아래서 빙빙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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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에서 정명훈은 송병구의 전매특허인 셔틀 견제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골리앗으로 막아냈다. 또 병력을 모아 중앙 진격을 통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2경기도 송병구의 어안이 벙벙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송병구는 '이번에야 말로' 라며 다짐하는 듯이 셔틀을 다시 운용했지만 입을 쩌억 벌리고 기다리는 정명훈의 레이스에 자신의 유닛을 불귀의 객으로 보내야 했다. 정명훈의 병력들은 사자가 토끼를 잡 듯 연약한 송병구의 병력을 마구 부수어 댔다.
3경기 또한 정명훈은 극 초반 드랍십 견제로 송병구의 자원을 갉아냈다. 송병구는 필사적으로 아비터와 드라군으로 대응했지만, 모두 허무한 반항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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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일방적으로 진행됐지만,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은 환호했다. '단체 마법에라도 걸린 것 같다' '이런 맞춤형 전략이 정말 가능한가'라며 감탄을 자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송병구의 팬들도 너무나 압도적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정명훈은 이번 우승을 통해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1회, 준우승2회의 실적을 이어가며 상금으로 4천만 원을 획득했다. 결승전이 열린 광주 염주 종합 체육관은 8천여 명의 관람객이 3면의 의자에 꽉꽉 들어차며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환호와 흥분으로 들썩였다.
광주 = 조학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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