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VS. 포터블 게임기, 그 미묘한 대결구도의 결과는?
오랜 시간 동안 포터블 게임기 시장은 닌텐도와 다른 업체 간의 양자 대결 또는 3자 대결의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게임보이 VS. 게임기어, 게임보이 어드밴스 VS. 원더스완의 구도는 물론 최근의 닌텐도DS VS. PSP까지 대체로 이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촉발된 포터블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는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업체 간의 관계까지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지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의 지원이 낯선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열풍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아이폰 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간 대결이 본격화 되면서부터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들 양 OS 간 대결은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질 부분인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분야로 집중됐으며,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만 이해하면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편리한 개발 환경 덕에 개인 및 소규모 개발자들이 다수 출현해 수천 개의 게임 관련 앱들을 쏟아냈다.
물론 이들로부터 선보여지는 대다수의 게임들은 아마추어 수준을 간신히 벗어난 정도였지만, 그 가능성 만큼은 유명 게임 업체들로부터 주목을 받아 이들 업체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여기에 에픽게임스의 '스마트폰용 언리얼 엔진 3'와 같은 스마트폰용 물리 엔진과 같이 게임을 보다 그럴듯하게 보이게 해주는 툴들도 공개됐으며, 그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에픽게임스는 자회사인 체어엔터테인먼트의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으로도 게임기 수준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에릭슨은 본격 게임 특화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플레이'를 선보였으며 이와 때를 같이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1'의 일부 게임들을 안드로이드 폰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을 받게 된 포터블 게임기 측은 차별화된 기능을 지닌 신형 기기를 통해 수세에 나섰다.
우선, 닌텐도는 3D 입체 기능을 지원하는 '닌텐도3DS'를 선보였다. 이 게임기는 기존의 '닌텐도DS'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샤프의 액티브 시차 배리어 방식의 기술을 적용해 시차 배리어를 구동시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수 안경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일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했던 캐주얼 스타일의 게임들을 대거 쏟아냈던 기존 '닌텐도 DS'과 달리 '닌텐도3DS'의 초기 타이틀들은 다분히 마니아들을 염두에 뒀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여기에 PSP2로 알려졌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신기기 'Next Generation Portable(이하 'NGP')의 발표는 스마트폰이 포터블 게임기의 새로운 길이라고 주장했던 많은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4코어의 CPU와 GPU를 탑재하고 5인치 유기 EL 디스플레이의 대화면을 장착한 'NGP'는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 전후면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센서, 가속센서, 전자 콤파스 등 그동안 게이머들이 원하던 기능이 대폭 추가됐다.
또한 PS3와 맞먹는 수준의 퀄리티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유명 개발자들의 이야기는 게이머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와 같이 포터블 게임기 측의 새로운 기기들이 출현하면서 스마트폰이 포터블 게임기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 대신 "고급 퀄리티의 마니아 위주의 게임들은 포터블 게임기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한 캐주얼 스타일의 게임들은 스마트폰으로 몰릴 것"이라는 양자 역할 분할론이 제기됐으며, 게임 기능을 강조한 스마트폰들이 생각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느 사람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는 일은 없다. 스마트폰과 포터블 게임기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 한 게임 전문가의 이야기는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100% 대체까지는 어렵다고 보는 업계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선보여지는 게임들은 포터블 게임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기존 게임업계가 보지 못한 부분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포터블 게임기가 100%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포터블 게임기는 집에서 즐기는것과 동일한 재미를 원하는 마니아들을 타겟으로 잡고, 스마트폰은 멀티미디어 경험을 원하는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앞으로 게이머들은 보다 다양하면서 폭넓은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