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팬들을 들었다 놓는 게임의 귀환, MLB 11 더쇼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참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그것이 지닌 가치를 세간 사람들이 알아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때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이,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MLB 11 더쇼(이하 더쇼11)은 야구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임이다. 점점 사실적인 경기 묘사를 구현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최근의 스포츠게임 시장의 흐름에 발 맞춰 실제 야구 경기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을 최고의 야구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더쇼 시리즈의 품질은 대단히 뛰어나다. 하지만 더쇼 시리즈가 최고의 야구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더쇼 시리즈가 가진 본래의 재미 이외에 시장 판도도 한 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게임 시장에서 더쇼 시리즈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MLB 2K 시리즈와 프로야구 스피리츠 시리즈 정도를 꼽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MLB 2K는 많은 버그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그래픽, 강하게 느껴지는 게임성 탓에 2K7 이후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프로야구 스피리츠의 경우는 호쾌한 타격감과 현장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일본야구를 다루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쇼 시리즈 역시 적지 않은 버그와 상대적으로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인해 수 년간 게이머들의 원성을 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이다시피 한 성적으로 최고의 야구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뚜렷하게 없었던 탓도 있는 셈이다.
개발사도 이 점을 인식했던 것일까? 항상 경기 내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보이던 더쇼 시리즈이지만 이번에는 경기 내적인 면보다는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게임을 좀 더 가다듬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더쇼 11이 발전 없이 정체된 게임처럼 보이게 만든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는 이 공을 공략하고, 수비수는 필드에 떨어진 공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전작과 비교해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마치 게임이 큰 발전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더쇼 11은 분명히 발전을 이룬 게임이다. 단지 그것이 인플레이 측면이 아닌, 게임의 편의 요소와 인터페이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집중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게임의 전체적인 콘텐츠를 즐기지 않고 주어진 설정을 그대로 적용해서 싱글 플레이 한, 두 판을 즐겨보는 것으로는 체감이 어려울 뿐이다.
게임을 즐길 때 가장 먼저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외형적인 요소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광원 효과에 따른 반사광 표현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을 좌우할 정도의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색감 정도만 조정됐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장 묘사와 관중들 묘사 역시 전작과 비슷한 편이다.
물론 달라진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오는 날씨가 시리즈 최초로 구현됐으며, 그 묘사 역시 꽤나 자연스럽다. 비가 와서 젖은 필드와 유니폼의 묘사 역시 과장되지 않게 잘 그려지고 있어 그동안 수중전이 구현되지 않아 아쉬웠던 게이머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전작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그래픽 중에서도 대폭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선수들의 얼굴 모델링이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투박하게 그려졌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선수 얼굴들은 좀 더 날렵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계 선수들의 얼굴 묘사가 대폭 발전했다. 이치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제 인물 사진과 비교시 '신원 불일치' 수준의 모델링을 보이던 아시아계 선수들의 얼굴은 실제 선수와 꽤나 흡사하게 그려지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 유일의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도 이런 모델링 상향의 수혜자이다.
워낙에 이전부터 뛰어난 수준을 보이던 그래픽이기에 발전이 크게 없다고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인다. 발전이 적은 거 아니냐는 의문은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이 그래픽이 좋은 그래픽이냐?'는 의문부호는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운드에 대한 평가는 이와는 반대이다. 정확히는 게임 사운드라기 보다는 해설이라는 항목에 집중되는 평가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타격음, 포구음, 경기장의 응원, 심지어 게임 O.S.T. 등 게임의 사운드와 연관되는 대부분의 항목은 홀륭한 수준이다. 타격음과 포구음이 조금 심심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야구장의 타격음과 포구음도 밋밋하기는 마찬가지인지라 아쉬움은 남지만 실제와 흡사하다는 평을 내릴 여지는 있다.
하지만 게임의 해설음은 재해석의 여지가 없다. 이리 듣고 저리 들어봐도 '사람을 잠재울 셈인가'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물론 코멘트가 나오는 타이밍과 경기 상황에 어울리는 코멘트의 다양함은 칭찬할만 하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다.
물론 경기 템포 자체가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매우 느린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 상, 박진감 넘치는 해설이 마구잡이로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더쇼 11의 해설에서는 박진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역전 홈런, 끝내기 안타, 결정적인 실책과 같은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장면에서도 이들은 차분한 중계를 선사한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3인 중계진의 해설을 구현하고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 내내 두 명이 중계하는 느낌 밖에 받지 못했다. 나머지 한 명은 어디로 간 걸까?
백보 양보해서 이를 두고 '중립적인 해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프로야구 중계에서 '중립적인 해설'을 이렇게 맥빠지게 했다가는 당장 해고 당하고 다음 티비팟이나 아프리카 방송방을 개설하고 거기서 별풍선 받으며 경기 중계나 하는 입장이 되고 말 것이다.
게임 내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퓨어 아날로그 컨트롤 시스템과 트레이닝 모드 및 시점 커스터마이징의 강화가 눈에 띈다.
퓨어 아날로그 컨트롤 시스템은 말 그대로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해서 투구와 타격을 모두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이는 타이밍과 궤도에 따라 투구와 타격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미터 투구, 존 타격 시스템이 비해 좀 더 직관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응만 한다면 실제로 공을 던지고 맞히는 느낌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투구 시스템의 경우는 버튼으로 구질을 정하고,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던질 곳을 지정한 후에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아래로 내렸다가 타이밍에 맞춰 정해진 위치로 정확히 밀어올리면 되는 간단한 구조로 이뤄져있다.
타격의 경우는 더욱 간단하다. 공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아래로 향해서 스트라이드 자세를 취하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위로 올려서 배트를 휘두르면 되는 식이다. 스트라이드 자세를 취하는 타이밍과 배트를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서 자동으로 타격이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위로 향하는 각도에 따라 몸쪽, 바깥쪽 공을 더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도 있다.
타격 좌표와 상관없이 전적으로 타이밍으로 이뤄지는 타격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널리 사용되던 존 타격보다는 좀 더 쉬우면서도, 타이밍 타격보다는 섬세한 타격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새로운 투구와 타격 시스템이 도입됐으니 이에 적응하기 위한 연습모드가 제공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더쇼 11에는 새로운 타격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상당히 자세한 연습 모드가 제공된다. 특히 타격 연습이 상당히 자세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타격 타이밍,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분, 득점 상황에서의 전술적인 타격 연습까지 모두 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구분되어 있어 게임의 초심자들이 게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타격 난이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 시리즈에 익숙한 게이머들도 타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트레이닝 모드의 강화는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갑게만 느껴진다. 전작을 즐겼던 이들도 한 경기에 안타를 세 개 이상 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기에 충분한 연습이 없으면 게임의 흥미만 잃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다양한 시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기존의 캐처, 오프셋, 와이드, 브로드캐스트 등의 다양한 시점이 더욱 세분화되어 높낮이, 거리마다 시점이 구분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이들 시점을 게이머가 임의로 조절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시점을 게이머가 제작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각 팀마다 전담되는 실제 메이저리그 방송국의 중계 카메라 시점이 그대로 적용된 투수 시점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많이 접한 이들에게 더욱 현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프랜차이즈 모드와 한 선수의 입장에서 그 선수의 커리어를 진행하는 RTTS 모드는 전작과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콘텐츠는 시스템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른 콘텐츠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큰 아쉬움은 남기지 않는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게임의 전반적인 변화를 추구하다가 게임의 완성도까지 초기화 된 여타 게임들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섵부른 모험보다는 안전함을 택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매년 출시되는 스포츠게임이 매번 큰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2~3년마다 하나씩 출시되는 액션, RPG 게임이라면 모를까)
굳이 아쉬움점을 찾자면, 프랜차이즈 모드 진행 시에 적용되는 다양한 메이저리그의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선수 계약과 관련된 규칙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보니, 이들 규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트레이드와 선수 계약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게임 내에서 이들 규칙이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에도 명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기껏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가 웨이버 공시 되서 FA로 빠져나간다거나, 유망주를 허망하게 다른 팀에 뺏기는 일을 맞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추가된 소소한 요소로는 PS의 동작인식 주변기기인 PS무브를 이용해 홈런 더비를 즐길 수 있다거나 시리즈 최초로 2:1, 2:CPU 등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코옵 모드가 추가된 것을 꼽을 수 있다. PS무브를 이용한 홈런 더비의 경우는 게임 출시 이전까지의 기대와는 달리 홈런더비 모드에만 적용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무브를 이용한 타격이 꽤나 정교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무브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게임전문지들이 평가한 더쇼11의 평점은 전작에 비해 조금 하락한 모습이다.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서라기 보다는 게임에 큰 변화가 없어 '정체된 것이 아니냐'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게임의 완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게임은 언제나 발전해야 한다는 명제를 근간에 두고 있는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동안 더쇼 시리즈를 즐겨온 게이머들이라면 여전히 친숙하고 능숙하게, 그리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더쇼11이 다가오는 야구 시즌의 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