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와 지스타를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
지난 14일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부산 해운대 5개 극장, 36개 상영관에 약 20만 명의 시민들이 상영관을 찾았다. 개막식 표는 30여분 만에 매진됐고, 개막식장에 먼저 입장하기 위해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날 밤부터 대기하는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약 1700억원의 금액을 투입해 3년간 건설한 영화의 전당이 첫선을 보였으며, 개막식은 공중파로 생중계 되는 등 부산시를 넘어 국제 행사로 한걸음 나아가려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은 이번 영화제가 국제 영화제로 한걸음 더 발돋움하는 기회이자 행사가 됐다고 자평했으며, 다양한 영화행사가 함께 유명 인사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이렇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의 영화 콘텐츠와 행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어 콘텐츠 산업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바로 한 달 후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치러진 부산에서 국내 최대의 게임쇼 <지스타 2011>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6회를 맞이했지만, 지스타는 7회째를 앞두고 있어 아직 게임쇼를 치러가면서 해나가야 할 것이 많은 행사임은 분명하다. 물론 1천억 원대의 전용전시관이나 개막식 생중계 따위는 엄두는커녕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부산시민들을 포함한 국내 많은 사람들이 두 행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게임쇼는 아이들이 하고 노는 ‘게임 머시기 행사’일 뿐이고,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가 키워나가는 국제영화제’라는 엄청나게 큰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또다시 국내 영화산업과 게임산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어떤 산업이 산업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문화산업이라고 인정받을 수는 없는 이유 때문이다.
영화제의 개막식이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고, 개막식과 개막작을 보기위해 밤샘을 하면 많은 이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라보지만, 게임쇼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거나, 중독 혹은 과몰입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비단 게임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이 많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대기업에 다니는 다수의 직원들이 게임쇼에 방문한다면 어떤 평을 받게 될까? 건전한 취미로 그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그런 사람이 ‘왜?’ 라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취미를 게임이라고 적기 어려운 문제가 한국에서의 게임의 위상이자 현위치일 것이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지스타를 운영하는 조직위원회가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개발사나 퍼블리셔, 그리고 사용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는 과거 영화와 TV방송이 언론의 탄압과 힘겨운 시간을 겪었듯, 국내 게임산업도 20년을 바라보며 앞으로 십년 혹은 그 이상 겪어 나가야할 숙제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인식이 동전 뒤집듯 변할 수 없는 것이며, 임의로 바꿀 수도 없다.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돈이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바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기성세대로 성장하고, 새로운 즐길 거리가 등장한다면 현재 각계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조금쯤 나아질지 모르겠다.
다만, 콘텐츠산업을 국가 핵심 사업으로 강조하는 현시대에 단순히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면,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한국 콘텐츠산업의 미래는 아주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