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안나올리가 없지. 진 삼국무쌍 6 맹장전
일기당천을 자랑하는 액션 게임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10주년에 이르기까지 게임사에 여러 발자국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진 삼국무쌍 2부터 시작한 확장팩 맹장전 시리즈. 디스크 교환으로 기존 게임의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진 삼국무쌍 2 맹장전의 방식에 게이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한 쪽에서 좋아하는 게임의 새 콘텐츠에 환호하는 사이 다른 한 쪽에서는 기존 게임을 재활용하고는 게임 하나 값 받는다며 사골이라 비난했다. 이런 호불호 속에서 제작사 코에이는 진 삼국무쌍 4까지 맹장전 시리즈를 본편과 따로 발매해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상징으로 만들었다(그리고 재미 들린 코에이가 앞으로 내놓을 수 십 개의 확장팩과 스핀오프의 시작이기도 했다). 맹장전의 맥은 극단적인 호불호를 낳았던 진 삼국무쌍 5에서 끊어졌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는 코에이가 맹장전을 포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9월,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한 작품을 건너뛴 코에이가 진 삼국무쌍 6 맹장전(이하 맹장전)을 발사했다.

본편은 반쪽자리라고! 히히! 맹장전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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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콘텐츠가 상당해 미워도 나오지 말라 할 순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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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삼국무쌍 6(이하 본편)가 맹장전으로 넘어왔다 해서 게임의 내용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10년 동안 여전했던 게임이 확장팩이라고 바뀔 리가). PS2 때부터 그랬듯이 확장팩이 아니라 대용량 DLC 패키지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큼 게임의 플레이 감각이나 퀄리티는 본편과 똑같다. 여기에 맹장전에서 추가한 콘텐츠가 본편의 재미에 영향을 줄 뿐. 그 추가 콘텐츠가 새 게임모드, 무장, 무기, 영상 등이기 때문에 완성한 게임을 일부러 떼어놓았단 느낌을 버리기가 힘들다. 그래도 무작정 재활용이라 비난하기엔 맹장전의 내용들이 하나 같이 매력적이며 이것이 시리즈 대대로 맹장전이 등장한 이유이다.
맛 좋고 소화 잘 되는 당근
맹장전의 가치는 레전드 모드의 영걸전 시나리오와 무장 추가에 있다. 영걸전 시나리오는 맹장전의 중심 게임모드인 레전드 모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스테이지로 본편 스토리모드에서 조작 기회가 적었던 무장들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다. 본편 크로니클 모드에 있는 무장 열전이
스토리모드에서 조작 못한 무장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본편보다 한참 부족한 연출과 스테이지 구성으로 아쉬움을 샀다. 그러나 영걸전은 본편의
스토리모드에서 보여준 격투 시네마틱 그 이상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이벤트와 영상을 준비해 소외당한 무장들을 재조명했다.

주인공이 정해져 있으나 무장 선택이 자유로워 부담이 적다. MIXJOY한 스토리모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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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에서 특정 무장의 미화가 거슬렸던
사람이라면 미리 각오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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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걸전 시나리오의 혜택은 새로 등장한 무장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새 무장은 삼국무쌍 4에서 등장했던 방덕과 맹장전으로 데뷔한 조조의 천재 군사 곽가, 삼국지 역사에 이름을 새긴 몇 안 되는 여성 중 하나인 왕이 이렇게 셋. 세 무장 모두 위나라 소속이며 이로써 본편의 새 세력인 진을 제외한 위촉오의 무장 숫자가 얼추 비슷해졌다(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진나라 소속 무장이 위촉오 수준으로 늘어날 거란 예상이 나오는 중). 여기에 곽가와 왕이는 새 무기를 들고 나와 다른 무장들도 사용할 무기까지 같이 늘었다. 이렇게 기존 무장들의 재조명과 새 무장의 추가만으로 맹장전은 본편의 단점을 대부분 매워주었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가 캐릭터 게임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새로 등장한 무기들은 새로운 천성기를 가지고 있다. 전투 전략의 변화를 노려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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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추가로 EX 무기가 바뀌었지만, 무쌍난무와
EX공격이 그대로라 캐릭터가 바뀌었단 느낌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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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한답시고 DLC 무기 스테이지에서 살던 시대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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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지는 캐릭터와 무기만으로 세계 최고의 기록을 노려보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 무장의 무기와 함께 새 무기가 4종 늘어났고 기존 무기들도 비장무기란 강력한 무기들이 새로 나오고 무료 복장 DLC 대상에서 빠졌던 본편의 신 무장들이 특별 복장을 얻으면서 게임의 겉과 속 모두 볼륨이 늘어났다. 시스템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 수라난이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궁극 난이도와 아예 여러 규칙으로 기록을 겨루는 챌린지 모드가 본편만으로 도전 거리가 부족하던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레전드 모드의 게임 스테이지 거성에선 소지금으로 무장의 각종 능력치를 올리는 병법서와 무기, 소지금, 지원수 등이 나오는 교역선의 추가, 조건을 달성하고 특수 능력을 얻는 장군위 시스템 등은 게이머의 편의성을 배려한 흔적.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본편을 깊게 즐긴 게이머라면 자잘하게 바뀐 공격 모션과 판정의 변화를 느끼면서 전작들의 스테이지를 재현한 레전드 시나리오로 추억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이 모든 것을 MIXJOY를 통해 본편의 스토리모드와 크로니클 모드에 적용할 때 진 삼국무쌍 6란 타이틀은 완전체로 거듭난다. 스토리모드의 무장 변경은 보너스.

이릉대전 뒷수습을 직접 하는 이사장 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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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JOY로 맹장전 신 무장들을 크로니클 모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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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고 살이 떨어지는 채찍질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고 화려한 장미 속에 가시가 있다. 케이크처럼 맛난 맹장전의 당근 뒤엔 게이머를 후려칠 채찍이
기다리고 있다. 맹장전의 주요 콘텐츠들이 대부분 고난이도인 수라와 궁극 난이도에 몰려있기 때문. 무장들의 능력치 한계가 상향평준화 된 것도,
교역소로 소지금이 쉽게 늘어난 것도, 병법서로 무장의 모든 능력치를 한계까지 올릴 수 있는 것도, 장군위 덕분에 특수 능력이 늘어난 것도
전부 채찍질 하기 전에 코에이가 게이머에게 선사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란 느낌마저 든다.

풀업-비장무기-장군위로 이어지는
쳇바퀴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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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고난이도라고 아군들이 우후죽순
쓰러지는 일이 적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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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한 채찍질은 맹장전의 주요 추가 콘텐츠인 비장무기와 장군위에서 날아온다. 비장무기는 영걸전 시나리오나 레전드 시나리오에서 수라 혹은 궁극 난이도로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얻을 수 있다. 입수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강력한 무기이지만, 그 조건이 무장의 높은 능력치나 장군위 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며 높은 장군위(+장군위 최고 등급 때 주는 상공의 복장)를 따기 위해선 역시 비장 무기와 무장의 높은 능력치가 필수다. 결국 무장의 공격력, 방어력, 체력(+무기 사용에 필요한 힘과 민첩성)모두 최고 수치를 찍는 통칭 풀업 없이는 채찍질에 버티기가 힘들다. 풀업에 필요한 수치는 아이템으로 도저히 감당 할 수 없으므로 자연히 교역소와 시나리오 클리어를 통한 자금수집에 열을 낼 수밖에 없다. 무기야 모든 무장 공용이니 그나마 사정이 낫기라도 하지 장군위는 무장마다 따로 적용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풀업-비장무기-장군위 삼박자에 돌아가면서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 물론 맹장전은 본편으로 성이 안 찬 게이머들에게 즐길 거리를 더 제공하는 독한 확장팩이다. 하지만, 본편과 맹장전으로 완성된 진 삼국무쌍 6를 기다린 게이머들도 상당수 있다(본편을 아쉬운 명작으로 만들곤 맹장전을 포기할 코에이가 아니니). 과거 시리즈와 달리 난이도에 따른 차이가 없어 누구나 본편을 즐길 수 있던 것과 대조적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준비 없이 고난이도 했다간 이 문자 보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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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자니 아쉽고 얻자니 힘든 장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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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불규칙한 난이도 차이가 빠질 수 없다. 본편에서 상위 난이도였던 어려움과 수라의 차이가 다른 난이도끼리의 차이보다 유독 심했는데 수라와 궁극 난이도는 어려움과 수라의 차이보다 더 하다. 수라야 상향평준화 한 풀업 덕분에 체감 난이도가 본편보단 쉬워졌지만, 궁극은 풀업이 부질없는 선타 싸움이다. 체력 흡수 장군위 혜택이 없으면 병사들의 일반 공격 몇 방에 풀업 무장이 쉽게 쓰러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무쌍난무 사용 후에 주위에 안 보였던 병사가 나타는 현상을 궁극 난이도에서 겪으면 등골이 서늘하다. 안 보이던 적병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무장은 아예 무쌍난무를 포기해야 안전하다. 이런 극단적인 난이도 속에서 비장 무기를 노리고 특정 조건을 달성하려면 자연스럽게 인내를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는 수밖에 없다.

특기 다 배운 무장이었는데
왜 다시 찍질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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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카메라 이동 제한에 안타까워 할
대한남아들이 좀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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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기 짝이 없는 MIX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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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놀기 참 힘들다
그밖에 중요성은 낮지만, 눈에 밟히는 마무리가 몇 가지 있다(개인적으론 카메라 시점 이동과 확대 제한이 가장 안타깝다). 예를 들자면 본편의 저장 데이터를 맹장전으로 불어올 때. 이렇게 불러온 무장은 특기가 초기 상태로 바뀌며 초기화와 함께 환급 받은 무공으로 다시 특기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본편에서 아슬아슬하게 특기를 전부 습득한 일부 무장은 환급 받은 무공이 다시 특기를 전부 배우기에 부족한 경우가 있다. 대부분 전투에서 무장 몇 명을 쓰러트리거나 병볍서에서 무공을 사면 해결할 문제이긴 한데 그전에 "무공 넉넉히 책정하는 일이 그렇게 싫었을까"란 생각이 든다(무공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플레이 때 잦은 에러 발생으로 온라인 접속이 끊기고 게이머 모집과 퀵 매치 검색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즐기기 힘든 것도 패치가 이뤄지기 전까진 옥의 티. PS3와서까지 PS2시절마냥 디스크 교환을 요구하는 MIXJOY야 지적이 새삼스러운 단점이다. 본편의 중고 거래를 막기 위한 의도 같은데 이를 감안해도 디스크 교체 작업이 너무 잦다. 인터넷을 유지하고 MIXJOY를 해야 겨우 약 하루 유지하며 인터넷 연결을 안 하면 유지는 고사하고 게임 시작할 때마자 MIXJOY를 해야 하니 불편하고 정떨어져서 MIXJOY하겠나 싶다.
맹장이 될 텐가?
채찍질을 견디면서 당근을 노릴지, 당근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게이머의 몫이다. 비록 맹장전이 반강제로
요구하는 고난이도 플레이를 포기한다쳐도 영걸전 시나리오가 보여주는 삼국지 영웅들의 활약, 레전드 시나리오로 돌아보는 과거의 추억, 자유로운
스토리모드,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리는 온라인 플레이와 챌린지 모드가 게이머들을 기다린다. 본편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시네마틱 일기당천과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는 그 퀄리티가 맹장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난이도가 필요 없는 콘텐츠들만으로 맹장전의 가치는 충분하며 채찍이
기다리고 있는 맹장의 길은 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래서 본편을 재밌게 한 게이머에게는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속 시원한 액션이야말로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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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만큼이나 쏟아질 DLC는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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